마음에 새기는 멧세지

(펌) 아니, 아버지가 내 손을 잡아 주세요

거울닦는 달팽이 2012. 6. 2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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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버지는 어린 딸을 데리고 길을 걷고 있었지요.   아름다운 꽃길을 지나 숲을 지나 신비한 계곡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 계곡에는   다리가 하나 걸려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딸과 함께 그 다리를 건너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딸에게 손을 내밀며 이렇게 말했지요.

"얘야, 여기서 부터는 아버지의 손을 꼭 잡아라"

그러자 어린 소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안돼요, 아빠. 아빠가 내 손을 잡아주세요"

"그래? 그렇지만 내가 네 손을 잡는 것과 네가 내 손을 잡는 것이 뭐가 다르니?"

의아해하는 아버지가 딸에게 물었지요. 그러자 어린 딸이 대답했습니다,.

 

"그건, 아주 달라요. 내가 아빠 손을 잡으면, 미끄러져 잘못되었을 때, 나도 모르게 아빠 손을 놓을지도 몰라요.    그러나 아빠가 내 손을 잡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아빠는 내 손을 놓지 않을거예요. 절대로. 그러니 아빠가 내 손을 잡아주어야해요"

 

 

 

  아버지는 딸의 이 말을 듣고 그 자리에 멈춰 서고 말았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작은 영혼의 위대한 믿음이 울컥 가슴을 치밀어 오르는 무한한 영광으로 자신을 압도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절대적 신뢰를 받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지고 또한 두려운 일인지요.     아버지는 딸을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다리를 건넜지요. 그렇게 아버지와 딸은 손을 잡고 다시 숲을 지나 목적지인 커다란 도시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들은 그후 어떻게 살았을까요 ?    

 그 다음 부터는 그들의 신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생활 이야기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딸이 자라고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세상을 찾아 나섭니다.   소녀가 커서  결혼하여 딸을 낳았습니다.  또 내가 주례를 서서 작년에 결혼한 연구원이 얼마 전 아들을 낳았습니다.  또 어떤 젊은이들이 서로 결혼하여 아이를 낳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그 아이들이 부모에게 이렇게 말하겠지요.

 

"내 손을 잡아주세요.  엄마 아빠는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내 손을 놓지 않을 거예요"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부모는 늙어 갑니다.   불꽃처럼 타오르던 인생은 사그러들기 시작합니다.   꼭 잡았던 손에서 힘이 풀려갑니다. 그러나 그 손을 놓지 않기 위해  마음은 늘 투사처럼 애를 씁니다.   다 커서 어른이 된 아이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요 ?

 

 

"이제 부터는 제가 두 분의 손을 잡아 드릴께요. 이 손을 결코 놓지 않을께요"

 

 

살아보면 이 당연한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됩니다.    그래서 한 인격체로서 신뢰의 힘을 키워 가는 가장 훌륭한 훈련  방법은 가장 가까운  부모님에게 먼저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닐까해요. 

 

 

"이제부터는 내가 손을 잡아 드릴께요.  이 손을 놓지 않을께요"

 

 

그리고 가장 어려운 순간에도 그 손을 놓지 않을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한 사람의 어른으로 자신을 믿을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믿게 되어야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가봐요. 

 

신뢰는 필요가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 것 같아요.  필요가 사라질 때 관계도 정리되면 그건 신뢰가 아니니까요.  그건 아마 정신적 유대가 아닐까 해요.   

 

사람을 너무 믿으면  아마 믿었던 그 사람에게 섭섭함을 느끼거나  어쩌면 속게 될 지 모릅니다.  그럴 때가  많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믿을 수 있는 힘을 기르지 못한다면  평생을 불안과 의심 속에서 살 게 될 것입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 하나 없이  세상을 산다는 것은 얼마나 외로운 일인지요.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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