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새기는 멧세지

(펌)나는 과연 자율적인가? - 문요한

거울닦는 달팽이 2012. 7. 26.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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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화의 두 유형은 '내사introjection와 통합integration'이다.

프리츠 펄스는 내사를 비유하기를, 뭔가를 소화하기보다 그대로 삼켜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내사에는 내면화의 적절한 형태인 ‘소화흡수’과정이 없다. 엄격한 규칙이 내리는 요구와 명령에 그저 허둥지둥 복종하는 상황이라면 내사가 일어난 것이다.”

 

- 사회심리학자 에드워드 데시의 <마음의 작동법>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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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증이나 게으름의 문제를 상담하다보면 이들의 상당수에서 과도한 자기통제의 악순환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들은 자신의 마음이나 행동을 통제해야 한다고 강박적으로 애쓰지만 통제의 수위가 높아지다 보면 어느 순간 통제 불능과 무기력 상태에 빠져버리게 됩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자기통제의 집착 때문에 억압과 통제를 내려놓기는커녕 더욱 더 자신을 통제하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결국 에너지 소진 상태에 빠지거나 자기방치에 이르게 됩니다. 

 

이들은 엄격한 자기통제를 자율의 의미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자기통제란 자아가 주체가 되는 자율이 아니라 부모나 사회로부터 주입된 규칙과 기준이 그대로 내면화되어 기능하고 있는 사실상 타율에 불과할 따름입니다. 즉, ‘놀면 안 돼! 열심히 해야 해’라는 생각이 자신의 목소리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제국주의의 식민지 대리통치처럼 외부의 목소리가 자신의 목소리로 소리만 바뀐 채 교묘히 통제당하고 있는 셈입니다. 정신의학에서 ‘내사’라고 하는 방어기제가 작동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는 마치 학대 아동이 가해자의 논리를 자신의 것인 양 그대로 받아들여 마치 ‘내가 화나게 만들고 잘못했으니까 저 사람이 때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통제와 처벌에 대항할 수 없기에 그 무력감과 억압된 분노를 자신의 내부로 돌려 자신을 통제하려고 드는 것입니다. 

 

펄스의 설명처럼 내사란 음식을 씹지 않고 꿀꺽 삼켜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기에 소화 흡수가 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데, 문제는 삼켜버린 그 목표, 가치관, 삶의 태도나 방식이 사실 자신의 능력이나 특성에 맞지 않거나 너무 엄격하거나 경직되어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므로 개인이 건강한 성인이 되고 자율적으로 살아가려면 무의식적으로 내사되어 버린 외부와 집단의 가치와 규칙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통합과 자기화의 과정 꼭 필요합니다. 즉, 꼭꼭 씹어서 좋은 것은 흡수하고, 자신에게 맞지 않거나 안 좋은 부분은 버리는 소화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당신이 지금 가지고 있고 중요하다고 느끼는 가치, 기준, 규칙, 그리고 목표 등은 소화를 거쳐 자기화가 된 것일까요? 아니면 씹지 않고 삼켜버린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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