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달팽이

정의구현 사제단 노대통령 위령미사 강론

거울닦는 달팽이 2009. 5. 2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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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바위는 부활과 승천의 자리였습니다'

 

사람들이 존엄사 문제로 시끌벅적 논쟁을 벌이다 잠든 그 시간, 대한민국 제 16대 대통령님은 세상 아무도 모르게 '외롭고 슬픈 작별'을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아래로 떨어지셨다'는 비보를 들으며 주님승천대축일을 맞이한 우리는 예수님께서 하늘에 '올라가신' 승천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몰라 참 난감하고 괴로웠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 역시 존엄사라고 할 수 없는 비참한 최후였습니다. 우리 주님이야말로 슬프고 외롭게 가셨습니다. 우리 주님이야말로 사람들의 미움을 받고 별자리에서 쫓겨난 '착한 별'이셨습니다. 또 주님께서 고독하게 하직을 고하실 때 우리는 모두 그분을 두고 아주 멀리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부활 승천의 감격은 이런 모든 부끄러움과 아픔 후에 벌어진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하느님의 역사였습니다.

 

벌써 엿새째 복잡한 도심이나 고요한 산골을 가리지 않고 잠시도 쉼 없이 도도하게 이어지는 백만의 추모 물결과 이 땅 구석구석 높이높이 피어오르는 분향의 향기는 부활승천의 저 장엄했던 장면을 상상하게 해줍니다. 흩어졌던 사람들이 일제히 한자리에 모이던 바로 그날 말입니다.

 

우리는 오늘 국민들의 뜨거운 눈물 속에서 희망의 싹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영혼을 정화시키는 슬픔의 놀라운 힘을 새삼 경찬하게 됩니다. 죽어서 더 크게 산다는 생명의 신비를 생생하게 체험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부드러운 손길입니다.

 

사랑하는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의 최후에서 투신과 봉헌의 의미를 깊이 깨달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생전 당신께서 보여주신 희망과 또 놀랍게 마련해 주신 새로운 희망에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 옛날, 나는 달릴 길을 다 달렸노라 하시던 사도 바오로처럼 당신께서도 이승의 수고를 훌륭히 마치셨으니 승리의 월계관을 쓰고 부디 인자하신 하느님 아버지의 품에서 편히 쉬십시오.

 

당신이 꿈꾸던 '사람 사는 세상'은 예수님의 하느님 나라를 꼭 닮았습니다. 님의 간절했던 소망을 향하여 공손히 경배 드리며 삼가 저희의 분발과 헌신을 약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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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구현사제단 "노 대통령 추모는 민주주의 추모"

봉하마을에서 위령미사... "몸 부서졌지만 영혼 높이 들릴 것"

28일 새벽 5시 30분경 전국 각지에서 모인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신부 50여 명과 수녀와 신도 등 300여 명이 봉하마을을 찾아 위령미사를 드렸다.

 

기도를 맡은 김영식 신부는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추모하는 것은 지난 1년간 이명박 정권에서 민주주의가 말살되고 죽었기 때문"이라며 "오늘의 추모는 이 땅에서 죽어간 민주주의를 추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회 민주주의의 부활을 하느님께 간절히 기원했다.

 

김인국 신부는 때마침 '주님승천대축일'을 맞아 예수의 부활과 승천을 노 전 대통령 죽음과 연결시켜 강론을 펼쳤다.

 

그는 강론 내용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육신은 부서졌지만 혼과 정신은 국민들 마음에 살 것이라는 의미에서 부활, 몸은 부서졌지만 그 정신은 높이 들어올려질 것이라는 의미에서 승천이라는 신학적 개념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미사 뒤 장의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는 "노 대통령님께서도 여러분들이 보낸 애정과 추모의 뜻을 잘 보고 계실 것이다. 정말 고맙다"며 허리를 굽혀 감사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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