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새기는 멧세지

찬찬히 행복을 즐기는 법

거울닦는 달팽이 2015. 11. 2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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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찬히 행복을 즐기는 법

 

씀씀이와 관련해 중요한 것은 소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 소비하느냐는 것이다.

시간과 돈을 허비(虛費)하는 것은 문제지만, 인색한 것은 더 나쁘다.

허비함은 생각이 없음이고, 인색함은 덕이 없음이다.

교종은 “마음이 공허할수록, 사람들은 구매하고 소유하고 소비할 대상을 더욱 필요로 한다.”(204항)라고 말했다.

교종은 아주 묘한 이야기를 회칙에서 던졌다. “적은 것이 많은 것이다.” 돈을 많이 벌어서 소비능력이 늘어나면서 마음은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무엇보다 “모든 순간을 소중히 여기지 못함”을 교종은 아쉬워한다.

많은 것을 갖는 것보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모든 실재 앞에서 차분히 머무르는 행위”를 더 높이 평가한다. 절제를 통해 얻은 그 사소한 것이 우리를 행복으로 이끌어준다고 교종은 생각한다.

“순간순간을 하느님의 선물로 여겨 충만하게 살아가려는 마음가짐”(226항)이 그래서 필요하다.

예수님이 들에 핀 나리꽃과 하늘의 새를 바라보라고 권할 때, 자신을 찾아와 “어떻게 하면 구원을 얻을 수 있나요?” 하고 진지하게 물었던 부자 청년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시며”(마르 10,21) 말씀하셨을 때, 예수는 행복의 다른 길을 가리키고 계셨다. 결국 부자 청년은 “가진 재산을 다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나를 따르라.”는 예수의 말씀에서 절망감을 느꼈지만, 정작 그 말씀을 하시고 그 말씀대로 살고 있었던 예수님은 ‘하느님 안에서’ 행복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인간과 피조물과 온전히 함께 계시면서, 우리를 피상적이고 공격적이며 충동적인 소비자로 만드는 병적인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을 우리에게 보여주셨습니다.”(<찬미받으소서>, 226항)

현대인은 어쩌면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외치는 ‘소비하는 인간’이다.

가능한 덜 사고, 사게 되면 닳아 없어질 때까지 쓰려고 노력한다. 무언가를 싸다고 뭉텅이로 사기보다는 낱개로 산다거나, 냉장고에는 음식을 가득 채우지 않고 텅텅 비어갈 때 장을 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덜 소비하려는 노력만으로는 무언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에 돈을 써야 스스로를 만족시킬 수 있고, 얼마큼 내주어야 자존감을 흐트러뜨리지 않을 수 있는지, 충분히 탐구하지 않았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두려움은 자존감을 낮추고, 그만큼의 소비를 동반한다. 돈이 없으면 사회에서 존재감이 사라질까 봐 악착같이 돈을 모은다. 미래의 안정을 위해 소비는 극도로 제한한다.

 

지금은 위와 같은 무한반복의 습성을 깨부수고 고기도 사다 구워 먹고, 가을 국화도 한 다발 사서 집에 꽂아 둔다.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소비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 지갑에서 나가는 돈이 세상으로 흐르도록 자연스레 인정하고 놓아 준다.  친구에게 책 선물을 보냈다. 일터에서 나눠 먹으려고 도넛 한 상자를 샀다. 세월호에 대한 기록 영화를 만드는 데 작게나마 기부를 했다. 움켜쥐고 있을 때보다, 한결 평안해진다.허나 돈이 필요한 것과 돈을 적절히 소비하는 것을 구분할 줄 아는 여유가 생겼다. 막연한 두려움을 넘어, 소비와 친구하여 넘실대는 세상의 파도를 탈 준비가 되었나 보다. 어쩌면 자본주의 사회가, 자본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이러한 파도타기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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