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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학 교과서' 일본을 보면 고령 사회 답이 있다

거울닦는 달팽이 2016. 10. 7.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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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학 교과서' 일본을 보면 고령 사회 답이 있다

글 이상건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

“일본은 노인 문제의 인류학 교과서다.” 인류는 인구 문제에 있어서 새로운 역사의 장에 들어섰다. 바로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 문제가 그것이다. 경영학의 구루피터 드러커의 지적처럼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전쟁이나 자연 재해를 통하지 않고 늙어가면서 인구가 줄어드는 최초의 경험”을하고 있는 것이다. 그 맨 앞자리에 위치한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은 2005년 세계에서 최초로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었고, 인구 감소도 시작됐다. 일본의 뒤를 이을 국가가 바로 우리나라다. 우리나라는 2026년 초고령 사회에 도달하고, 2019년경부터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할 전망이다.
 

 
 
현 시점의 잣대로 고령화 문제를 바라봐서는 안된다

인구 구조의 변화는 한 사회에 노인이 많아지는, 단순히 물리적 현상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좁게는 개인 차원의 라이프 스타일, 가족 관계, 주거공간 등의 문제에서부터 넓게는 한나라의 소비와 생산, 그리고 국가경제에까지 큰 변화를 가져온다. 그 생생한 증거가 일본이다.
 
 
고령화 문제를 바라볼 때 경계해야 할 점은 현 시점의 잣대를 사용하는 것이다. 지금 상태가 계속되리라는 생각이 가장 무서운 적이다. 예를 들어, 한 아파트단지에 60세 이상 노년층이 주류를 이룬다면, 현재 같은 라이프 스타일이 유지될 수 있을까. 수도권에 살면서 도심권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기름값이 지금처럼 높은 가격대라면 자동차 중심 문화가 계속될 수 있을까. 결혼해 독립한 자녀와의 관계보다 주변 이웃과의 인간관계가 중심을 이루는 세상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 우리 앞에는 많은 질문들이 놓여 있다.

이런 질문들에 대한 현실적 대답을 모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본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민족성의 차이에도 한국 경제가 일본을 벤치마킹하면서 성장했고, 같은 유교 문화권이라는 점에서 일본의 고령화 과정은 인구 문제에 관한한 우리 나라 미래의 거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들여다봐야 할까. 우리 나라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부동산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부동산 시장의 동향에 따라 일희일비한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1955~70년대 일본은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1억총 중류’라는 말이 나올 만큼 중산층문화가 확산됐다. 이들은 대학을 마치고 기업에 취직한 뒤 열심히 돈을 모아 신도시에 해당하는 교외에 내 집을 장만했다. 산업화로 신도시의 인구집중도 가속화됐으며, 이에 발맞춰 부동산가격은 1990년 버블붕괴시점까지 계속 올랐다.


은퇴∙ 가족 관계∙ 부동산까지 ‘반면교사’

하지만 거품이 꺼지고 고령화가 진척되면서 사람들은 다시 도심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쾌적성이 주거환경의 기준이 아니라, 편리성이 그 중심 잣대가 된 것이다. 경제 저성장과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도시는 확장이 아니라, 수축시대로 접어들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확장의 시대를 보냈다. 과연 앞으로도 그럴 것인가. 일본의 경험을 분석하는 것은 부동산투자뿐 아니라, 삶의 토대로서 주택 문제를 바라보는 데 있어 좋은 관점을 제공해 줄 것이다.

가족 관계의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일본은 1990년대 말부터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변하기 시작했다. 이때 등장한 말이 ‘패러 사이트 싱글족’이다. 부모 밑에 기생하면서 결혼하지 않는 젊은이의 등장을 가리키는 말이다. 당시 우리 나라베이비붐 세대에 해당하는 단카이세대의 나이가 40대 말,50대 초반이었는데, 경제 능력이 있는 부모 밑에서 성장한 자녀들이 현재의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결혼하지 않는 트렌드가 등장했던 것이다. 더욱이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비정규직이나 프리터(프리와 아르바이트의 합성어)족이 증가해 집안이나 개인의 경제 능력이 떨어지는 젊은 남성은 결혼조차 어려워졌다. 전통적으로 자녀가 부모를 부양해 온 시스템이 거꾸로 부모가 자녀를 보호하는 시스템으로 변한 것이다.
 
 


2005년 일본은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었다.
우리나라도 2026년 초고령 사회에 도달할 전망이다.
 
 
현재 우리나라도 이러한 과정을 겪고 있다. 자녀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교육기간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대학 졸업 이후까지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후 준비에서 자녀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일본의 경험이 가르치는 것은 사랑스러운 자녀가 노후 준비의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일에 대한 관념도 고령화 시대를 맞아 근본적으로 변화했다. 정년퇴임후 10년 정도 노후생활을 하고 사망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과 인생의 주기였다. 하지만 수명이 늘어나면서 일과 인생의 주기가 ‘회사 정년’ ‘일의 정년’ ‘인생의 정년’으로 확장됐다. 퇴직하더라도 20~30 년간 자신의 일을 더 갖고 있지 않으면, 눈에 보이지 않는 각종 사회적 비용이 증가한다는 것이 일본의 경험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노인 자살률, 매년증가하는 노인범죄, 이유 없는 노인 폭력의 증가, 노인 우울증 등 정상적인 사회관계에서 벗어나 있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 비용도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노후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경제적인 준비뿐 아니라, 일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갖지 않으면 노후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례다.

아직 우리에게는 기회가 있다. 일본처럼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것이 아니라 고령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이 위기의 시기를 기회로 바꿀 수도 있다. 게다가 일본이라는 반면교사(反面敎師)가 있지 않은가.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잘 지켜보는 것이 노후 준비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살아 있는 노년학교과서인 일본을 통해 노후 준비의 지혜를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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