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아름다워~

[스크랩] 김점선의 그림들

거울닦는 달팽이 2009. 9. 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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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껏 사는 삶, 딱 그 만큼의 글과 그림
     
     김점선의 '기쁨'중에서




       개인전


    천신만고 ,
    우여곡절 끝에 첫 개인전을 갖게 되었다 .
    흥분과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
    전시장 칸막이 속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데 들려오는 소리 ,
    " 나 이 그림 샀어 ."
    "너 이 그림 사지마 ,이 그림은 사이코야 , 이 화가는 사이코
    래 , 만약 네가 이그림을 산다면 사람들이 너까지 사이코 취
    급할 거야 , 그러니까 너 이거 사지마 ."
    그런데도 그 사람은 흔들리지 않고 그 그림을 샀다 .
    나는 놀랐고도 고마웠다 .감동 되었다 .
    그 후 대 여섯 번 그에게 그림을 주었다 .
    그냥 그림을 실어다 주었다 .
    화랑에 전시하기도 전에 우선 한 점을 실어다 주었다 .
    기뻐하는 얼굴에서 나는 힘을 얻었다 .
    그런 힘으로 나는 나의 생존을 아어갈 수 있었다 .




       하늘 걷기


    나는 하늘에 있어도 날지 않는다 .
    나는 하늘 에서도 걷는다 .
    나는 새가 아니다 .
    사람일 뿐이다 .

    나는 치마를 펄럭이면서 하늘에서 걷는다 .
    맨발로 발가락을 쫙쫙 벌린 채
    하늘 에서도 걷는다 .
    발가락 사이로 바람이 쏵쏵 지나간다 .
    머리카락이 뒤로 훨훨 휘날린다 .
    벌린 잎 속으로 바람이 슥슥 들어간다 .

    나는 하늘에서 걷는다 .
    구름 사이를 힘차게 걷는다 .





        나팔꽃


    생나무 울타리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
    나팔꽃이 피어 있는 남쪽 철책 담 앞에 한참 서서
    꽃송이 수를 센다 . 한 송이 , 두 송이 , 세 송이 ...
    마흔 여덟 송이 .
    세상에 ! 연한 하늘색 꽃들이
    맑은 하늘색 하늘 속에서 빛나고 있다 .
    행복하다고 느끼면서 그들을 바라보고
    한참 동안 서 있는다 .
    교회 옆 전봇대 쇠줄을 타고 오르는 나팔꽃들은
    무려 10미터도  넘게 하늘 높이 피어 있다 .
    그렇게 높은 데까지 넝쿨이 올라가고 ,
    그렇게 높이 꽃이 매달려 있으면서도
    무서워하는 기색이 없다 .
    나팔꽃은 하늘이 집인가 보다 .





       풀숲 눕기


    나는 풀숲에 누워 있다 .
    하늘을 보고 누웠다 .
    모든 것을 비운 듯이 가볍게 누워 있다 .
    이따금 눈 속에는 하늘이 보인다 .
    땅의 물기가 풀잎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다 .
    나도 잎맥을 따라 조금씩 하늘 속으로 들려 오려진다 .
    나는 꼭 떠오를 것이다 .
    몸 바로 위는 하늘이고 몸 바로 밑은 땅이다 .
    나는 살아 있다 .
    나는 편안히 누워 휴식할 뿐이다 .




    오리


    오리는 내가 무지하게 좋아하는 동물이다 .
    어릴 때 이가 아파서 치과엘 다녔다 .
    약솜을 꽉 눌러 아물고 터덜터덜 걸으면서
    오리를 부러워했다 . 오리가 되면 좋겠다 .
    오리는 이빨도 없고 아무거나 먹고 ,
    헤엄도 치고 뛰어다니기도 하고 ,
    매일 물 속에서 노니까 목욕탕에 안 다녀도 되고 ,급하면 날기도 하고 ,
    좀 커서는 오리가 좀 둔하고 튼튼해서 좋았다 .
    다른 새들은 연약하고 가볍고 만지면
    죽을 것같이 위태롭게 보이는데.
    오리는 궁둥이를 퍽퍽 때리고 내려놔도,
    금방 씩씩하게 달려가는 게 좋았다 .


       
     
     
     
     
     
     
     
     
     
     
     
     
     
     
     
     
     
     
     
     
     
     
     
     
     
     
     
     
     
     
     
                     
     
     

    화가인 저자는 지난 4월 난소암 수술을 받고 현재 항암치료 중이다. 암투병 중에도 머리에 수건을 두른 채 씩씩하게

    인사동 갤러리를 드나들고 있다. 병석에서 낸 이 시화집엔 병마의 그림자는 조금도 없고, 오히려 살아 있다는

    ‘기쁨’이 넘친다. 전화 통화로 들리는 그의 목소리에서도 예전과 달라진 것을 별로 느낄 수 없다. 여전히 유쾌하고 즐겁다.


    “아파도 계속 그림 그리고 글 썼어요. 항암제 때문에 머리는 타조새끼처럼 됐는데, 머리카락만 빼면 나머지는 옛날보다 나아요.

    예전에는 오히려 바쁘면 끼니도 거르고 했는데, 요즘은 하루 세 끼 꼭꼭 잘 챙겨먹으니까 살이 더 쪘어요. 항암 치료 받으면

    메스꺼워 잘 못 먹고 토하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나는 그런 증세가 없어요. 의사가 그러는데 1만 명 중 한 명꼴로

    나 같은 환자도 있다고 해요. 내 성격상 병을 무서워하지 않아서 그런가 봐요.”


    글귀 마다 세상에 대한 놀라움과 환희가 가득하다. ‘…나는 오로지 여름을 기다리면서 산다…바다는 뒤집어 지고, 거리의

    먼지가 모두 하수구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헌 집에서는 비가 줄줄 새고, 해진 운동화 속에도 물이 쿨럭쿨럭거리고,

    우와 무지 재밌다’(여름하늘), ‘한 무리의 패랭이꽃을 보고는 가슴이 뛰었다… 입꼬리가 확 벌어지면서 올라가고, 세상은

    금방 환희로 찬다. 느슨하던 몸이 갑자기 팽팽한 기쁨으로 차오르고’(패랭이꽃)


      • ▲ 화가 김점선 /랜덤하우스 제공



       

    글 한편마다 하나씩 붙은 그림에서는 건강한 붉은 말, 토실토실한 새, 쭉쭉 자라는 풀과 꽃들이 생명에 대한 기쁨을 노래한다.

    그림도 꾸밈이 없고 글도 단순명쾌하다. 저자는 “원래 내 글은 길고 구질한 산문인데 출판사에서 확 줄여버려 시처럼 됐다”고

    했다.


    전체 71편 중 18편은 최근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쓴 것이다. 병마가 그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는

    “병 때문에 언니네 집에서 지내면서 비로소 언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언니가 해 준 음식에서 죽은 엄마의 느낌이

    난다”고 했다. 그래서 어릴 때 언니와 함께 보냈던 밤을 떠올리며 쓴 글이 ‘언니’다. ‘언니와 나만 남겨졌다. 깜깜한 밤이 되었다.  

    나는 울었다. 언니는 그런 나를 달랬다’(언니)


    누구나 쓸 수 있을 것처럼 쉬운 글이 가슴 속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매력이 있다. ‘사람 몸은 속이 비어 있다.

    그 속에 쉬지 않고 음식을 넣어야 한다. 피곤할 만큼 부지런히 넣어야 한다’(음식) 같은 글에서 김점선 특유의

    ‘야생성’이 느껴진다. 병과 싸우면서도 김점선은 지치지 않았다.

  • “나는 원래도 내 마음대로 살았지만, 아프고 나니 더 그렇게 살고 싶어졌어요. 정말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도

    인생이 짧다는 생각이 드니까”라고 그는 말한다.




  • 속삭임은 달콤하다.

    사랑의 속삭임, 희망의 속삭임, 꽃의 속삭임, 달빛 속삭임, 천사의 속삭임, 심지어 악마의 속삭임마저도 달콤하다.  


    무엇보다 달콤한 것은 연인들의 속삭임이다.

    두 눈을 지긋이 감고 얼굴을 맞대고 사랑의 밀어(密語)를 나누는 말들의 모습을 보면 방긋방긋 웃음이 샘솟는다.

     



    김점선의 작품세계

    김점선은 단순화된 형태와 강렬한 색채로
    자연물을 표현하는 작가이다.


    소설가 박완서의 말처럼 김점선의 그림은
    “대상이 풍기는 아리까리한 위선을 걷어내고
    직통으로 본질을 포착하기 때문에 사실적인 그림보다
    훨씬 더 모란은 모란답고,백일홍은 백일홍 외에
    다른 아무 것도 될 수가 없다

    파격적이지만, 너무나 재미있고,
    꾸밈이 없는데도 예쁘고,색채도 구성도 맘대로 인 듯 하지만
      차분한 그림. 어린시절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던 때의 마음처럼 정겹다.


    김점선의 그림의 소재는 동물, 나무,꽃 등 자연물이 주를 이루는데,
    이 소재들은 작가의 기억과 경험속에서 새롭게 태어나,
    모두 포용하고  무조건적으로 주는 자연의 모성을 닮는다.


    데포르마숑(Deformation)이라

    불리는 이러한 기법은 대상을 충실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도에 의해 고의로

    왜곡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글:정유찬




    자화상


    그림:김점선




    화가와 수녀 유쾌한 인연

    화가 김점선 씨와 이해인 수녀가 함께 찍은 사진 위에 김점선 화가가 그림을 그렸다.
    수녀복 위에 꽃을 그려 넣어 울긋불긋 꽃치마를 만든 김 씨의 그림을 보고
    이 수녀는 “꽃마음으로 살라는 뜻으로 알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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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처 : 열매원
    글쓴이 : 꽃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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