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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내 일을 놓아버리고
이 먼 곳까지와서 살면서
내 아이를 낳아 먹여 키우고,
지금은 그저 남편과 둘 만의 식사를 준비하는 날들이지만,
잘난(?) 여자들은 경시하곤 하는 밥하는 일을
숭고한 일처럼 생각하게 만든 구절이 있는 시가
바로 이 시였다.
바로,
몸에 한세상 떠넣어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이여
라는 구절...
오늘,
잊고 있던 이 시를 다시 발견했다. ^^
그래..
또 다시 하루하루
몸에 한세상 떠넣어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을
기쁜 마음으로 준비해야지.
시지프스의 바위처럼 부엌 일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한탄을 버리자.
가끔씩만 생색내자..ㅋㅋㅋ
나이든 한 남자,
혼자 밥 먹게 하지 않음도
세상에 진 빚을 갚는걸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거룩한 식사
황지우
나이든 남자가 혼자 밥 먹을 때
울컥, 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다
큰 덩치로 분식집 메뉴표를 가리고서
등 돌리고 라면발을 건져올리고 있는 그에게,
양푼의 식은 밥을 놓고 동생과 눈흘기며 숟갈 싸움하던
그 어린 것이 올라와, 갑자기 목메게 한 것이다
몸에 한세상 떠넣어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이여
이 세상 모든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이여
이 세상에서 혼자 밥 먹는 자들
풀어진 뒷머리를 보라
파고다 공원 뒤편 순댓집에서
국밥을 숟가락 가득 떠넣으시는 노인의, 쩍 벌린 입이
나는 어찌 이리 눈물겨운가
<황지우 시집,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문학과지성사, 1998년>
* 유의: 늘 이렇게 해먹지 않습니다.ㅎ
건강하고, 맛있고, 이쁘고,준비하기 편한 음식이 뭔가는... 늘 고민해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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