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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 읽는 밤

거울닦는 달팽이 2024. 7. 25.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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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 읽는 밤 

                                       -전윤호 


내가 잠든 밤 
골방에서 아내는 금강경을 쓴다 
하루에 한 시간씩 
말 안하고 생각 안하고 
한 권을 온전히 다 베끼면 
가족이 하는 일이 다 잘될 거라고 
언제나 이유없이 쫓기는 꿈을 꾸다가 
놀라 깨면 머리맡 저쪽이 훤하다 
컴퓨터를 켜놓고 잠든 아이와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 속에서 
경을 쓰는 손길에 눈발이 날리는 소리가 난다 
잡념처럼 머나먼 자동차소리 
책장을 넘길 때마다 풍경소리 
나는 두렵다 
아내는 나를 두고 세속을 벗어나려는가 
아직 죄없는 두 아이만 안고 
범종에 새겨진 천녀처럼 
비천한 나를 버리려는가 
나는 기울어진 탑처럼 금이 가다가 
걱정마저 놓치고 까무륵 잠든다 
 


이 시를 읽으며 빙긋 웃게 된다.
내 남편도 <나뭇꾼과 선녀>처럼 내가 두 아이들 안고 날아가 버릴까 걱정이 되었단다.
아이를 셋 나으면 나머지 한 명은 못 안으니까
세 명의 아이를 낳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단다.
(내가 잘나서 그렇다기 보다는 
결혼 생활이 남자에게 유리하다는 뜻으로 봅니다.^^;;)
 
그러게..나..
법륜 스님의 금강경 강의를 읽으면서 울었던 기억이 난다.
현각 스님의 금강경 제1품 설법에서부터 완전 감동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인생 전체를 통해 내 정신을 완전히 전복시킨 책 한 권을 들라하면,
안소니 드 멜로 신부님의 <깨어나십시오>이다.
 
이제 성인이 된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나이..
언제든지 어디든 날아갈 수 있을만큼 
심리적으로 가벼워진 나...
 
그러나, 나는
<지금 여기> 이 자리에서
감사하며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임을 잘 알기에
일상의 소중함을 지키며
또 하루를 보낸다.
 
*내 인생에서 OC정토회에서 3년,
미국에 오신 법륜 스님, 현각 스님의 직접 뵌 것도
참으로 감사한 인연이라는 생각....


우연하게 발견한 이 시를 읽으며,
내 책꽂이에 있던 법륜스님 금강경 강의를 꺼내어 본다.
책 앞에 적어 둔 기억하고픈 구절들을 읽노라니,
문득 내 블로그에도 옮겨놓고 싶어졌다.


 
<법륜스님의 금강경 강의 중에서>
 
"나의 명심문: 모든 괴로움은 다 내가 짓는 것입니다.'
 
"자등명 법등명": 스스로 체험하고 경험한 것으로 진리를 삼으라.
(불)법에 근거해서 자기가 경험한 것이 옳은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마음이 깨끗한 자가 스님이고,
마음이 깨끗한 자가 머무는 곳이 법당이고,
그것이 불교라는 그 한마디가 저의 만가지 분별을 끝내버렸습니다. p191
(서암 큰 스님의 말씀, 
수행자는 늘 자기를 정화시키는 일을 먼저 해야 합니다.
바깥 경계를 탓하기 전에 늘 자기 내면을 살펴봐야 합니다.)

-불법의 이치는 청정하다,
청정: 번뇌와 분별심이 사라진 마음자리
 
-이 세상에 저절로 일어나는 일은 없습니다.
내가 그 일의 원인을 모를 뿐입니다.
 
-나를 비워서 인을 없앤다면 
어떤 연을 만나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내 씨앗을 고쳐나가는 것이 수행)
 
-지고한 행복:행, 불행을 떠난 경지
어떤 상황에서도 괴로움으로 변하지 않는 기쁨
경계에 끄달리지 않는 경지
아무 다툼이 없는 경지
 
-번뇌가 번뇌인 줄 알면, 그것이 보리입니다,
그러면 번뇌는 나를 더 이상 괴롭힐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상을 떠나면 그것이 부처입니다.
 
-여래란 지혜의 눈으로 보는 존재의 참 모습
 
-내가 지금 세상을 보는 관점에 따라 세상은 달라집니다.
주변 조건의 노예로 살지 않고 주인으로 살면
나도 좋아지고 남도 좋아집니다.
나도 변하고 세계도 변합니다.
내가 행복해지는 것과 세계가 좋아지는 것이
둘이 아닙니다.

-의식이 환경에 영향을 받는 것은 맞지만
의식이 주체적으로 환경에 대응해서
다시 환경을 변화시키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런 상호작용을 깨닫도록. (두 면의 연관성)
 
-무유정법: 정해진 법이 있다고 할 것이 없다. 
('있다'뿐 아니라 "없다'는 상에도 빠지지 말 것.)
 
-무아: '있다' '없다'가 아니라,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영원불멸하는 고정된 성품이나 역할은 없다.' 라는 것.
놓인 조건(상황)과 인연에 따른 작용만 있을 뿐.
 
 
금강반야바라밀경
 
현각 스님 금강경 1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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