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달팽이

(펌)더 공고해질 승자 독식 경제 & 세계님이 지켜보고 계십니다.

거울닦는 달팽이 2010. 11. 14.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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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관련 가장 공감하며 읽은 칼럼(미주 한국일보)과

우리 나라에서 개최되고 있는 G20관련 <딴지 일보>글을 퍼 놓아요..

(현실과 세태를 쉽게 명확하게 시원~하게 풀어내는 딴지 글, 팬이랍니다.)

길어도 읽어 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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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의 쇠락을 체감하고 살아가는 서민인 나...

이런 미국식 자본주의를 애모하는 MB 정부의 행태...

이를 지켜보는 안타깝고 씁쓸한 마음..ㅠ.ㅠ

 

 제 컴 곁에 놓여진 노대통령 캘린더 사진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지네요...ㅠ.ㅠ

 

나를 둘러싼 현실을 명확하게 인식하면서도(슬픈  세상..),

내 삶에 충실해야겠지요.(기쁨을 창조해 내는..)

 

 

 

 


 

2000년대는 미국의 서민들에게 ‘잃어버린 10년’이었다. 한 눈 팔지 않고 열심히 살았음에도 실질소득은 전혀 증가하지 않았고 주택시장이 붕괴되면서 주택 소유율은 2000년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가 역시 1999년 수준에서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으니 서민들에게 경제적으로는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지난 10년을 제 자리 걸음을 했다는 뜻에서 ‘빅 제로’의 시대라고 부른다.

그러나 빅 제로는 서민층의 실상일 뿐이다. 가진 사람들에게는 다른 나라 얘기다. 최악의 경기침체가 지속되던 시기에 부자들은 오히려 더 부자가 됐다. 연간 5,000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미국의 수퍼 부자 숫자가 2008년부터 2009년 1년 사이에 무려 5배나 늘었다. 최악의 경제상황 속에서 서민들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치고 있던 바로 그때였다.

30여년 전만 해도 미국은 이렇지 않았다. 인간사회라면 절대로 비껴갈 수 없는 냉엄한 현실이 불평등이기는 하지만 1970년대까지 미국사회의 소득격차는 그래도 합리적인 수준이었다. 1976년 미국의 상위 1% 계층이 전체 소득 가운데 차지한 비중은 8.9%였다. 이것이 31년 후인 2007년에는 무려 23.5%로 치솟았다.

보수 이론가들은 부자들의 돈이 낙수처럼 밑으로 흘러내려 온다며 ‘트리클 다운’ 이론을 들먹이지만 지난 수십년 간 미국 경제의 실상은 ‘트리클 업’이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트리클 업’ 은 성장의 실과를 부자들이 대부분 가져가는 ‘승자독식’의 경제이다.
  
계층 간 소득 불균형에 대해 학자와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꺼내드는 분석 도구는 교육과 기술이다. 교육과 기술의 격차가 소득의 차이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분석은 같은 교육을 받은 사람들 간의 엄청난 소득 차이와, 왜 미국의 소득격차가 다른 선진국들보다 극심한지 설명해 주지 못한다. 한 경제전문가는 “미국은 선진국들 가운데 소득 불평등 부문에서 단연 금메달 감”이라고 꼬집고 있다. 부끄러운 금메달이다.


이런 불평등이 교육이나 경제 그 자체가 아니라 정치에 의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최근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주로 소장 정치학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이 주장에 따르면 미국 정치가 금권의 영향을 받게 되면서부터 정치권에서 나오는 굵직한 정책결정이 부자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는 것이다.

이런 불합리한 현상은 1970년대부터 시작된 TV 정치시대와 맞물려 있다. TV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정치인들에게 자금은 매체광고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실탄이 됐고 큰돈을 댈 수 있는 부자들의 영향력이 자연히 커지게 됐다. 전통적으로 부자 정당인 공화당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당 역시 금권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돈으로 유권자 마음은 살 수 없을지 몰라도 정치인들의 마음은 확실히 살 수 있다.

레이건 행정부 이래 쏟아져 나온 부자 감세와 각종 규제 완화, 그리고 노조 약화 등 친 기업 정책들에 힘입어 부자들은 더욱 빠른 속도로 부를 증식시켜 올 수 있었다. 공화당이 승리를 거둔 중간선거가 끝난 후 미국신문에 실린 한 만평이 눈길을 끈다. 어떤 사람이 “최대 승자가 누구냐”고 물으니 옆에서 신문을 보고 있던 사람이 “돈을 가장 많이 지른 사람들”이라고 대답한다. 신문에는 공화당에 정치 자금을 후원한 익명의 기업 기부자들이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는 모습이 실려 있다. 이 만평은 작금의 미국 현실을 냉소적으로 풍자하고 있다.

승리한 공화당은 민주당이 추진하던 규제를 백지화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민주당의 패배와 공화당의 승리로 지난 2년 동안 격차의 심화를 늦춰주던 작은 브레이크마저 사라지게 됐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낸 경제전문가 로버트 라이시는 오바마에게 “2년 후 승리를 원한다면 공화당의 프레임에 휘말리지 말고 민주당은 서민들의 편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민주주의가 최선의 정치제도는 아닐지 몰라도 이것이 가지고 있는 큰 장점은 다수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나마 가장 효율적인 제도라는 점이다. 그런데 금권의 영향력이 비대해지면서 미국의 민주주의는 점차 그런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지금 미국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경제위기가 아니다. 본질적으로는 정치의 위기다. 그래서 되돌려 놓기가 쉽지 않다.

yoonscho@koreatimes.com


조윤성 논설위원

 

 

 

 


 

 

 

 

[가관] 세계님이 지켜보고 계십니다

2010.11.11.목요일

필독

 

 

intro

 

천장을 적신 빗물은 떨어져도 아파트값은 치솟던 시절 언제련가. 매년 거미줄처럼 갈라진 아파트 벽면에 페인트칠을 한 횟수만큼이나 평당가를 경신해 왔더랬다. 여름마다, 아니 한겨울에도 십수년 전 잘못 시공된 지하 보일러실에서 모기들이 피어올라도, 애들 학원비와 콩나물값과 은행 대출금을 걱정하는 처지라도 그들은 백만장자. 집집마다 최소 10억원씩은 묻혀있는 단지를 어떻게 떠난단 말인가.

 

허나 떠나고 싶어도 못 떠나는 처지가 되게 생겼으니, 전국의 아파트값이 거품이라는 게 아닌가. 급매와 경매가 쏟아져나와도 매매가 주는 걸 보니 얼레, 거품이란 게 실제 있긴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거품을 거품이 아니게 만들거나 거품을 연장시켜 폭탄돌리기라도 해야 최소한 내 발밑에서는 안 터질 터.

 

이에 월드아파트 1단지 아줌마들은 반상회 개최를 결의하기에 이른다. 가격을 담합하든, 사정이 어려워 (그들의 머릿속에 세팅된) 시세보다 싸게 집을 내놓는 주민을 협박하든, 얼마 이하로는 집을 내놓지 말자는 현수막을 붙이든, 재건축업자를 부르든 방법을 생각해야 할 것 아닌가.

 

 

G20 - 뭐하자는 회의냐?

 

직장인 50% 이상이 G20이 대채 뭐하는 회의인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의 바람은 국민들이 G-20이 뭐하는 건 줄 아는 게 아니라, 대단한 건 줄 아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G-20을 개최하는 것이야말로 정말 굉장한 것이라고 생각하길 바라는 마음이 가장 크겠지만.

 


G20 참가국 지도
 

대체 얼마나 대단한 회의길래 의장국이 단박에 글로벌 경제리더가 되고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서며, 드디어 선진국이 되며 정부소관 광고지에 감격이 넘처나고 피곤하게시리 국민 '모두가 외교관'이 되어야 하는 걸까? 본지가 G20이 뭔지 가르쳐주마.

 

자본주의는 맹목적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아니 말 그대로 맹목적인, 끝없는 생산과 소비로 유지되는 달리는 자전거다. 환경이 파괴되든, 자원이 고갈되든 상관없다. 자전거가 결국은 멈춰야 하는지도(그리고 멈출 수밖에 없는 지도) 상관없다. 자본주의는 일단은 달려야 하고, 달리는 것이 종교인 사상이다. 멈추면 쓰러질지도 모르는데, 그러다 다치면 어떡하란 말인가.

 

전 세계 대기업들이 내놓는 상품들은 점점 수명이 줄고 있다. 선풍기는 2~3년 후에 모터가 퍼지도록 정밀하게 설계되어 있다. 의류산업은 두어 해만 입으면 옷이 헤지게 만드는 기술을 연마했다. 질레트社에, 한 번 구입하면 잃어버리지 않는 한 평생 쓸 수 있는 면도기를 만들 기술이 없을 것 같은가? 인도의 이발사는 면도칼 하나를 대를 물려 쓰며 수많은 손님들의 수염을 깎아준다. 그 정도 질의 면도날을 생산할 능력이 없을까?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거다.

 

자동차관련산업은 한 세기 가까이 석유카르텔의 은밀한 지원을 받아왔다. 원유를 가공하고 분해해 각종 재료를 만들고 남은 부산물인 가솔린을 상품으로 팔아치워야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백년 동안 기본 기술과 핵심 구조가 바뀌지 않은, 경이적으로 정체된 상품이다. 그럼에도 수많은 차들이 쉬지 않고 폐차되고 생산되고 매매된다(쿠바에서는 수십년 된 차들이 멀쩡이 굴러다니며, 필리핀에서는 폐차 직전의 미국 지프를 개조한 '지프니'가 결코 망가지지 않고 훌륭하게 굴러다닌다.). 또한 자동차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엔진오일과 부속품 등의 상품을 계속해서 추가소비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지프니

 

결국 자본주의란 인간을 끝없이 노동시키고 소비시키면서 자본이 무한히 덩치를 불려나가는 시스템이다. 자전거가 계속 달리려면 동력이 필요한데, 이 동력이 '성장'이다. 자원은 한정돼 있고 인류가 먹고 사는 데 충분한 선은 정해져 있는데, 경제는 계속해서 성장해야 한다. (북유럽 국가들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고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 말은 곧 정상적인 상황에서 성장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걸 방증한다.) 냉정히 말해 성장은 곧 거품이다. 온건하게 표현해도, '모든 성장엔 거품이 껴 있다.'

 

예전에는 G5, G7, G8이면 충분했다. 일진 몇 명이서 세계경제가 굴러가면서 떨군 과실을 독점할 수 있었다. 개도국은 빵셔틀 노릇이나 하면 됐다.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일진들은 좋게 말하면 발전할 만큼 발전했고, 더 냉정하게 말하면 한계에 봉착했다. 자본주의는 언젠가는 끝장이 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계점을 만나려면 아직 시간이 좀 걸리는, 싱싱한 '시장(market)'을 갖고 있는 것이 권력이 된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목소리가 그토록 커진 것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결정적인 것은 중국이 하이퍼 시장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웬갖 물건을 미친듯이 생산하고 미친듯이 소비하고 있다. 중국을 포함한 개발도상국들이 없다면, 자본주의는 붕괴한다. 거품이 꺼지기 때문이다. 

 

만들고, 쓰고, 버려라 - 중국의 한 공장
 

21세기의 경제위기는 지난 백 년간 맹목적으로 달려온 자전거, 자본주의시스템이 붕괴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다. 여기서 눈치빠른 독자라면 한 가지 의문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 대체 왜 인류가 자본주의를 붙잡고 가야 하는가? 그게 뭐라고...

 

글타. 지금도 진보적인 지식인들은 자본주의를 어떻게 졸업할지를 논의하고 있다. 멈췄을 때 쓰러지지 않도록 자전거 속도를 줄이자는 거다. 이미 포스트 자본주의시대를 대비하는 사상적 조류가 있다. 그런데 이건 아직까지 지식인들, 그리고 각 나라(그나마도 선진국)의 소수정당에나 해당되는 얘기다.

 

권력을 가진 집단이나 개인은 자신에게 권력을 허락해준 시스템에 충성하는 법이다. 세계의 경제 엘리트들은 자본주의 자전거의 존재가치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마치 부동산거품을 붙잡고 있는 이명박 정부처럼, 자본주의거품을 사력을 다해 붙잡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 거품을 싱싱한 시장에 의존해야 하니, G8은 이러한 시장을 소유한 국가들, 즉 개도국을 일진모임에 껴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이 G20이다. G20 국가의 인구를 합치면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에 달한다. 위키피디아 한국어 버전에 따르면 "이들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을 모두 합한 값은 전 세계의 85%가 넘으며, 세계 교역량의 80%가 G20 국가에서 나온다." 한마디로 웬만하면 다 껴준다는 거다.

 

상기의 내용을 좋게 포장하기가 힘드니, 일반인들에게 G20 회의의 목표와 내용은 애매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사전적으로 G20은 잊을만 하면 찾아오는 국제금융 및 외환위기를 대비하기 위한 정례 정상회의다.

 

그리고 이 회의는 길바닥에서 하지 않는다.
 
생각해보자. 2010년 세계금융이 아무리 흔들려도 2010년 지구 전체의 식량생산량은 변하지 않는다. 주가가 떨어진다고 콤바인이 녹슬거나 햇볕이 잦아들진 않는다. 모든 식량은 인간의 노동과 기술, 자연이 만나서 생산된다. 그런데 씨바, 지상에 붙어있지 않고 전자적으로 존재하는 재화인 주가, 금융, 외환이 삑사리가 나면 문자 그대로 '먹고 살기'가 힘들어진다. 나는 언제나 똑같이 일했고 세상에 실재하는 진짜 재화는 그대로인데 말이다. 거품이 실물경제를 위협하는 기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금융경제는 거품경제다. 금융위기란 다시 말하면 신나게 부푼 거품이 터지는 현상을 말한다. 따라서 금융위기를 대처를 위한 회의란, 바꿔 말하면 거품유지 회의다. G20은 세계의 평화를 위한 제전도 아니고, 지구촌 축제도 아니다. 자본주의 자전거를 굴리는 경제권력자들의 반상회다.

 

 

쥐20 - 뭐하자는 짓이냐

 

올림픽과 월드컵의 주인공은 개최국이다. 파티니까. 반상회인 G20에 주인공따윈 없다. 있다면 회의 자체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반상회에서 오고간 얘기일 뿐.

 

반상회가 몇 동 몇 호에서 열리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할 주민이 있을까? 거기 참석할 아줌마들 말고, 누구네 집에서 반상회 하는지 궁금한 애들이 있을까? 지난 번 반상회 어디서 했는지 아는 사람? 캐나다에서 했다. 이거 알고 있었던 사람 손. 다시 질문. 작년 올림픽 파티 북경에서 한 거 몰랐던 사람?

 

 

세계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단다. 조까. 세계님은 다덜 지 할일 하느라 바쁘다. 가카께서 말씀하시길 이번 G20이 단군이래 최대의 외교적 행사란다. 맞는 말이다. 문제는 병신같게도 이걸 자랑한다는 거다. 웬 아줌마가 자기 집에서 열리는 반상회가 '아파트 단지 입주 이래 최대의 손님맞이 이벤트'라고 좋아하는 것과 같은 격이다. 그런데 이 아줌마는 이제 우리 가족의 단지내 계급과 지위가 올라갔다고 믿는다. 앞으로는 주민들이 지나가다가 자기 집 베란다를 가리키고

 

"저 집이 저번 달에 반상회 한 집이야."

"오오-!"

 

할 거라고 생각한다. 제정신이 아닌 거다.

 

반상회를 열려면 집안도 청소하고 간식거리도 준비해야 하고 과일도 깎아야 한다. 당연히 귀찮은 짓이다. 그래서 집집마다 돌아가면서 한다.

 

대한민국이 이번 G20회의 의장국으로 '선정'되었다는 말은 마치 그러기까지 치열한 경쟁이 있었음을 암시한다. 경쟁 따위 없었다. G20은 특성상 정치적으로 왼쪽에 속한 온갖 개인과 단체들의 반대시위를 몰고다닐 수밖에 없다. 거기다 각국 정상들이 무데기로 모여 있으니 테러범들에겐 너무나 먹음직스런 타겟이다. 

 

G20 회의는 거의 필연적으로 개최국 경찰의 강경진압을 부른다. 

이명박 정부는 이것을 악재로 볼까 호재로 볼까?

 

따라서 개최국 정부는 골치아픈 보안과 경호문제를 떠안게 된다. 게다가 손님 드나드느라 귀찮아진 국민들이 투덜대기까지 한다. 어느 나라 정부가 이런 일을 기분좋게 떠맡겠는가? 바로 우리 대한민국 정부가 한다. 그것도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와 희망을 피력"해서 말이다.

 

우리 집에서 반상회를 할 때면 엄마는 친구네 집에 놀러가 있으라고 나와 동생을 내보냈다. 그런데 어떤 집 아줌마는 온 식구를 동원해서 냉장고 안까지 대청소를 시킨다. 현관에 애덜 세워두고 통장 아줌마, 반장 아줌마 들어올 때마다 90도 인사를 시킨다. 보기 좋으라고 옷도 세트로 입혀놨다. 아들내미는 파란색, 딸내미는 분홍색. 과일도 간식도 차도 최고급이어야 한다. 마루 형광등도 샹들리에로 갈았다. 현관에서 복도까지 빨간색 카페트도 깔아놨다. 벽에는 "축 반상회 개최" 휘호도 걸어놨다. 통장아줌마의 신발님이 밟으실 카페트에 주름이 지자 애들 뒤통수를 때린다. 딸내미가 울상이 되자 목소리를 깔고 다그친다. 웃어 이년아. 누가 보면 우리집이 폭력가정인 줄 알겠다?

 

 

그 아줌마에 따르면 아무리 고생스러워도 식구들이 군말없이 따라야 한다. 자기 덕분에 우리집은 무려 반상회를 한 집이 되었으니까! 이것이 우리만의 반상회, '쥐20'이다. 이 집 애들, 동네서 얼굴 들고 다니기 쪽팔리지 않을까?

 

대한민국은 가정집이지 늬덜이 운영하는 룸살롱이 아니다. 국민은 접대부가 아니다. 외국인들 보면 겁내지 말고 웃으며 Hello를 하고, 혹시 외국인님일지도 모르는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고 서 있으라고 훈계하는 건 대체 어디서 배워 온 버르장머리인가. 노인을 공경해서가 아니라 외국인 보기 좋으라고 할머니한테 자리를 양보하란다. 계곡주도 따를까 이 씹새들아?

 

조용~ 외국인님이 보고 계셔!


 

지랄

 

G20을 개최한다는 이유로 세계의 '드디어' 중심이 된다는 말은, 1박2일 동안의 회의가 끝나면 다시 주변부로 돌아간다는 뜻에 불과하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G20 덕분에 뜯어먹을 파이가 생겼다고 떠들고 싶었나 보다.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G20 개최로 인한 경제효과가 무려 450조원이라고 한다.(관련기사 클릭) 삼성경제연구소가 추산한 직접효과는 1023억 원이다. 삼성 애덜은 이걸 '간접효과'라는 이름으로 30조원까지 불려놨다. 이게 어떻게 450조원이 될 수 있을까?

 

궁금해하시는 독자들을 위해, 본 기자가 아파트 한 동의 경제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방법을 알려주겠다. 704호 대학생 김씨가 703호 고등학생 이군에게 영어과외를 해주면 된다. 일단 과외비 월 30만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한다.

 

30

 

거기다 이군은 기존에 다니던 영어학원을 끊을 것이므로 학원비 20만원이 굳는다. 30-20=10이라 계산하여 103동 주민 전체의 지갑에서 10만원이 굳는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30 + 20 = 50

 

이군은 현재 고등학교 1학년생이므로 향후 최소 2년은 입시영어를 공부할 터. 아마도 김씨는 이군이 다른 선생을 찾아나서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지닌 과외선생일 것 같으므로 월 50씩에 24개월수를 곱하면 1200만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한다. 이게 다가 아니다.

 

이군의 어머니는 과일을 주로 604호 아줌마가 하는 청과점에서 사는데, 김씨가 올 때마다 사과, 배, 감, 귤 따위의 과일을 충실히 내오려면 1년에 50만원은 들 것이다. 50만원 추가. 한편 김씨는 연 과일섭취비 50만원을 아꼈으므로 다시 +50만원.

 

또한... 이군이 학원에 다니면서 길에서 뿌리고 다닐 차비와 간식비가 굳는다. 나쁜 친구들을 만나 비행에 빠질 가능성도 사라진다. 이군이 비행청소년이 되었다고 가정했을 때 얼마나 인생을 낭비하게 될지 생각만 해도 똥꼬가 아려온다. 재수를 하게 될 수도 있고 값비싼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이 비용을 모두 돈으로 환산해 더해야 한다.

 

거기다, 김씨는 영어를 잘 가르칠 것이니만큼 1동에 소문이 쫙 날 것이고 이로써 <대학생 과외 1:1 친절 지도 성적향상 보장>의 쓰인 찌라시를 동네방네 붙이고 다닐 때 드는 자가인건비와 재료비를 줄이게 된다. 물론 704호의 이미지도 좋아질텐데 이것도 따지고 보면 돈으로 환산 가능하다.

 

한편 같은 동에 사는 박양, 최양도 고등학생인 걸 보아하니 김씨에게 영어를 배우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바, 지금까지의 계산에 2배수, 3배수를 함이 마땅하다. 그리하여 월 30만원짜리 과외 한 건으로, 월드아파트 1단지 101동에 1억원 이상의 경제효과가 창출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1023억원이 450조원이 될 수 있음을, 우리는 믿도록 하자. 기억하라. 반상회를 하면 부자가 된다. 그리고 이런 걸 두고 지랄한다고 한다. 가카가 비데 대신 애용하시는 <연합뉴스>의 11월 10일자 기사는 지랄의 좋은 예다. 기사 제목이 [G20 D-1] 전세계 언론도 `이목집중'이다. 그러니까 남들이 우리를 주목해주기 때문에 이제 우리는 행복하다는 식이다. 기사 내용은 더 가관이다.

 

"한국, 세계중심 우뚝" = 미국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이날 `한국, G20의 빛으로 치장하다'라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를 통해 이번 회의를 개최하는 한국민의 자부심을 소개했다.

 

IHP는 "시골에서 배추 농사를 짓는 농부, 제주도 어부, 부산에서 소주를 파는 바텐더 등은 자신의 나라가 세계경제의 주역으로 떠오른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렇지만 `불도저'가 한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것을 이들에게 곧 알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불도저'는 현대건설 회장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의 별명이라고 소개한 뒤 한국이 아시아국가로서는 처음으로 G20를 개최하는 것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처음으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됐다고 치켜세웠다.

 

... 하략 ...

 

이상하지 않은가?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한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정도다. 세계의 중심이라... 2012년에는 멕시코에서 G20을 한다. 그때 좆선일보가 "멕시코, 세계중심 우뚝", "멕시코, G20의 빛으로 치장" 어쩌구 하는 찬사를 늘어놓을까? 그럴 리가. 기사 찾아 봤다. 그런 제목 없다. 그럼 원문을 보자.

 

 

There may be a cabbage farmer in the rural heartland, or an abalone fisherman off Jeju Island, or even a bartender slinging soju in Pusan who is unaware of his country’s recent emergence as a global economic player. The Bulldozer is about to let them all know, however, that South Korea is now at “the center of the world.”

 

- 시골에서 배추 농사를 짓는 농부, 제주도에서 굴 따는 어부, 부산에서 소주를 따르는 바텐더 등은 최근 자기네 나라가 국제적 경제(주역이 아니라)참여국으로 부상했다는 사실을 (너무 엄청난 일이라서 실감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그냥)모를 것이다. 하지만 불도저가 이제는 한국이 "세계의 중심"임을 모두가 알게 할 참이다.

 

 

"세계의 중심". 큰따옴표를 둘러놨다. 기자의 생각이 아니다. 이명박이, 지가 저렇게 말했다더라는 뜻이다. 저거, 쪽팔린 거다. 기사는 G20개최가 끝판왕 클리어인양 오바하는 가카의 모습을 신기하다는 듯이 소개하더니, 오바의 저변에 깔린 그의 정치적 욕망까지 분석한다.

 

 

“The G-20 is important to Lee Myung-bak, who wants to be remembered as an economic president,” said Gi-wook Shin, director of the Shorenstein Asia-Pacific Research Center at Stanford University in California. “He ran his presidential campaign as a ‘C.E.O. president.’ All past presidents have wanted to leave a legacy, and with a successful hosting of the G-20, he can claim that he has advanced Korea to the status of a global player.”

 

- "G-20은 경제대통령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이명박한테는 중요하죠." 캘리포니아 스탠포드 대의 쇼렌스타인 아시아 태평양 연구센터의 신기욱씨는 말했다. "그는 후보시절 'C.E.O 대통령'을 표방했습니다. 모든 전직대통령은 치적을 남기고 싶어하죠. G-20을 성공적으로 유치하면, 그는 자기가 한국을 세계경제 주역의 위치로 끌어올렸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겁니다."

 

 

왜 거짓말쳐, 이 씹새들아. 울나라 이제 선진국 돼서? 위에서 얘기했듯 일진들이 우리나라를 껴준 이유는 '이제 선진국'이라서가 아니라 '아직 개도국'이라서다. G20 개뻥의 이유는 국민을 대상으로 한 대문간 손님맞이 줄세우기를 정당화시키기 위함이다. 이렇게 대단한 걸 우리가 하고 있어!

 

 

그런데 묘하지 않은가. vice versa, 역도 역시 참이기 때문이다. 한효주 들이댄 광고에 신성한 국민님이 늬덜이 고용한 "외교관"으로 지조때로 임명당하고, 귀하신 외국인님들 접대에 시달려야 하는 이유, 그건 G20 개최가 가카의 대단한 치적임을 국민이 몸으로 때워서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얼마나 큰 경사길래 이 지랄을 떨어야겠나며 몸둘바를 모르는 국민들에게 더더욱 지랄 떨 것을 요구함으로써, 지랄의 정도와 국격상승이 비례하기라도 하는듯, 지금껏 떨어놓은 지랄의 양만큼 G20은 "단군이래 최대의 경사"가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가카는 그러한 경사를 이뤄낸 성군이 되고, 결국 이 모든 전국적 지랄은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가카의 업적을 증명하기 위한 광대극이다.

 

 

쥐랄

 

특정한 발작이 계속되면 증상을 넘어 병이 되는데, 이 병을 간질(癎疾, epilepsy)이라고 한다. 간질은 17세기 의학서적인 <언해납양중치방>에 "딜알"로 표기되어 있는데, 이 딜알이 구개음화현상을 거쳐 지랄이 되었다. 따라서 본 기자는 G20과 관련한 가카네의 웬갖 짓거리에 지랄이라는 순우리말 표현을 사용하였다. 그거 죄다 발작 맞기 때문이다. 가카께 간언을 드리자면, 간질 치료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충분한 수면'이라고 한다.

 

세계가 우릴 보고 있는진 알 바 아니고, 확실한 건 국민이 늬덜을 보고 있다는 거다. 지랄 좀 그만 떨자. 지금까지는 쪽팔려 죽겠었는데 이젠 피곤해 뒈지겠다.

 

 

한마디 더. G20 포스터에 쥐를 그려넣은 대학 강사는 그 쥐가 "G20의 쥐"라고 해명해 혐의를 벗었다. 반면 본 기자가 소제목에 쓴 <쥐20>의 쥐는 G의 한글표기가 아니라 '포유강 설치목 쥐아목 쥐과 쥐속'에 속하는 동물인 그 쥐다. 그리고 이 쥐는 가카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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