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달팽이

(한겨례펌) 신정환을 위한 변명.....공감합니다

거울닦는 달팽이 2010. 9. 1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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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이 드러난 장관 후보들을 공직에 앉히는 사회에서 연예인이 도박한 건 왜 그렇게 잡아먹을 듯이 떠들어대는가?”
 한국 돌아가는 사정에 제법 밝은 인도, 독일, 타이, 일본 기자들과 어제 커피 집에 둘러앉았을 때 나온 질문이었다. 그러잖아도 신정환이라는 연예인을 놓고 언론이 떠들어 대는 걸 보면서 ‘집단광기’를 느꼈던 참이었다. 정치나 재벌 같은 권력 앞에서는 한없이 움츠러든 언론사들이 연예인 하나를 족치겠다며 필리핀까지 추적 취재팀을 보냈다는 소식을 듣고 숨이 턱 막혔다.

 

 미리 말하자면, 나는 본디 연예계에 관심이 없는데다 바깥에서 오래 살다보니 그쪽 사정을 전혀 모른다. 해서 실제로 사람들이 신정환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지 어떤지도 알 수 없다. 그렇더라도 이건 아니다. 신정환이 도박을 했건 말건 다 개인 일이다. 도박은 정부가 허락했고 불법이 아니다.

 

 시민은 도박 따위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일이다. 판돈 크기가 어쨌건 빚을 졌건 말건 그런 건 모두 개인 문제일 뿐이다. 언제부터 남의 빚에 그렇게들 관심이 많았는가? 만약, 그이가 도박을 했다손 치고 그 과정에서 법을 어긴 게 있다면 절차에 따라 벌을 받는 것도 개인 일일 뿐이다.

 

 

 정부를 보라. 장관 후보자 10명 가운데 단 한명도 온전히 법을 지킨 자가 없었다. 그자들 불법이 드러났지만 수사를 한 적이 없다. 대통령은 기어이 그자들을 장관 자리에 앉혔다. 이건 대통령이 말했다는 그 공정한 사회가 아니다.

신정환이 거짓말을 했건 말건 다 개인 일이다. 거짓말은 정부도 시켜왔고 불법이 아니다. 시민은 거짓말 따위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일이다. 또 그 ‘공인’ 타령인 모양인데, 언제부터 연예인을 공인이라 여겨왔던가? 만약, 그이가 거짓말을 시켰다손치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해코지를 했다면 당사자들이 지닌 도덕적 기준에 따라 비난받고, 법적 기준에 따라 처벌받는 것도 개인 일일 뿐이다.


 

 정부를 보라. 진짜 공인인 외무장관을 비롯한 고급 공무원들이 아이들을 얍삽하게 취직시켰고 거짓말까지 했다. 그 공적인 거짓말은 불법이지만 아직 수사를 하겠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건 대통령이 말했다는 그 공정한 사회가 아니다.


 

 신정환이 계약을 깼건 말건 다 개인 일이다. 계약 파기는 정부도 해왔고 불법이 아니다. 시민은 계약을 지킬 수도 있고 안 지킬 수도 있는 일이다. 방송사와 맺은 계약 조건에 따라 그만두든 말든 그런 건 모두 개인 일일 뿐이다. 언제부터 모두가 나서서 방송사 일정과 사업까지 걱정해 주었던가? 만약, 그이가 그 계약을 깨서 방송사가 손해를 입었다면 그 계약서 규정에 따라 손해를 배상하는 것도 개인 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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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를 보라. 계약을 깨고 불법으로 수천억원을 챙긴 이건희 삼성 전 회장도, 정몽구 현대 회장도 모조리 풀어줬다. 사람들은 그 불법들을 제대로 수사했는지 마저도 미심쩍어 한다.
 이건 대통령이 말했다는 그 공정한 사회가 아니다.

 신정환은 아직 수사를 받지도 기소도 되지 않은 그냥 당신 같고 나 같은 시민일 뿐이다. 근데, 온 세상이 나서서 일찌감치 몰매를 퍼붙고 있다. 상식이 있는 사회라면 이러지 않는다. 이건 판을 뒤덮겠다는 수상한 음모다.

천안함과 청문회 건으로 온갖 거짓말, 비리, 불법이 드러난 그 판을 얼렁뚱땅 뒤덮어버리겠다는 수작이다. 지금 시민사회가 흥분할 대상은 그런 연예인 개인의 일이 아니다. 연예인 하나를 박멸 대상쯤으로 여기고 쫓고 할 만한 여유가 없다.


 

지금은 대통령이 말했다는 그 공정한 사회의 정체를 파고들고 감시하는 일이 시급한 때다.

그 공정한 사회를 대통령과 정부 손에 맡겨놓을 수 없는 상태다. 그 공정한 사회의 길잡이가 되어야 할 대통령도, 그 공정한 사회를 집행해야 할 경찰과 검찰과 감사원도 모두 불공정한 사회를 만든 주인공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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