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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인빅터스(invictus)/ 윌리엄 어네스트 헨리

거울닦는 달팽이 2013. 12. 1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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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빅터스(invictus)/ 윌리엄 어네스트 헨리

 

세상이 지옥처럼 캄캄하게

나를 뒤덮은 밤의 어둠 속에서

어떤 신이든 내게 불굴의 영혼을

주셨음에 감사한다.

 

옥죄어 오는 어떤 잔인한 상황에서도

나는 머뭇거리거나 울지 않았노라

운명의 몽둥이에 두들겨 맞아

내 머리는 피 흘리지만 굴하지 않았노라

 

분노와 눈물로 범벅이 된 이곳 너머로

유령의 공포만이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세월의 위협은 지금도 앞으로도

내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리라

 

상관치 않으리라, 저 문 아무리 좁고

운명의 두루마리에 어떤 형벌이 적혔다 해도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요

나는 내 영혼의 선장일지니

......................................................

 

 'Invictus'는 ‘굴하지 않는’이란 뜻의 라틴어이고, 영어로는 Invincible이다. William E Henley는 19세기 영국 시인으로 12세 때부터 결핵성 골수염을 앓아 결국 25세 때 한쪽 다리를 절단했는데, 그 무렵 투병하면서 쓴 시다. 이후에도 그는 희망을 잃지 않았고, 옥스퍼드대학에 진학하는 등 열정적인 삶을 살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사람의 놀라운 정신력과 영혼의 광휘가 빛난다. 그리고 이 시는 넬슨 만델라가 어둡고 좁고 습한 감옥에 갇혀 지낸 27년 동안 늘 애송하면서 그에게 영감을 주고 불굴의 용기를 잃지 않게 해준 시이기도 하다. 그의 일화를 다룬 크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 ‘우리가 꿈꾸는 기적: 인빅터스’에도 소개되면서 더욱 널리 알려졌다.

 

 남아공에서 럭비는 매우 특별한 스포츠다. 첨예한 인종갈등으로 충돌이 끊이지 않던 남아공을 똘똘 뭉치게 만든 게 바로 럭비였다. 만델라 대통령은 취임 이듬해인 1995년 럭비월드컵에 나선 남아공 대표팀 '스프링복스'를 살뜰히 보살피고 격려한 결과 최약체로 평가받던 남아공을 기적처럼 우승으로 이끌었다. 백인들의 스포츠라며 럭비를 증오하던 흑인들이 만델라의 영향으로 서서히 마음을 돌려 진정한 하나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 ‘인빅터스’를 통해 만델라가 왜 위대한 영혼의 지도자인지를 다시 알 수 있었다. 폭력적인 분쟁과 불신을 기적적인 화해와 믿음으로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영화는 보여주었다.

 

 취임한 만델라가 처음 관저에 들어선 날, 대부분의 백인 직원들은 새 대통령을 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짐을 꾸리느라 바쁘다. 당연히 보복당하고 해고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억압받았던 흑인들도 이제 자기들의 대통령이 멋진 복수를 해주기를 은근히 기대했다. 그러나 만델라는 그동안 자신과 흑인들을 핍박하고 위협했던 그 백인들을 내치기는커녕 그들에게 자칫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대통령 경호까지 맡긴다. 흑인도 백인도 서로 미심쩍고 서먹한 상황에서 진정 용기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용서로써 모두를 안았다.

 

 차츰 그의 용서와 화해와 사랑의 ‘마법’이 통하면서 흑백 통합의 무지개 국가 시대를 연다. 과거의 원한에 매달리기보다 미래를 함께 꿈꾸는 화합의 길로 나서자는 만델라의 설득은 진심이었고, 그 진심은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럭비의 우승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큰 성과를 냈다. 이제 만델라의 위대한 업적과 정신은 남아공만이 아니라 세계인 모두의 소중한 유산이 되었다. 그러나 사사건건 손가락질에 막말과 트집, 왜곡과 적반하장으로 대립 갈등하면서 아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의 정치현실을 돌아보면 참 딱하고 아득하다는 생각뿐이다. 우리는 언제쯤 만델라와 같은 정의롭고 위대한 지도자를 가질 수 있을까.

 

 

권순진

 


출처 : 詩하늘 통신
글쓴이 : 제4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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