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아름다워~

목백일홍- 도종환

거울닦는 달팽이 2014. 3. 8.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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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백일홍

 

피어서 열흘 아름다운 꽃이 없고

살면서 끝없이 사랑 받는 사람 없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하는데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석달 열흘을 피어 있는 꽃도 있고

살면서 늘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는 게 아니어

함께 있다 돌아서면

돌아서며 다시 그리워지는 꽃 같은 삶 없는 게 아니어

가만히 들여다보니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있는 게 아니다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올려

목백일홍나무는 환한 것이다

꽃은 져도 나무는 여전히 꽃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제 안에 소리없이 꽃잎 시들어가는 걸 알면서

온몸 다해 다시 꽃을 피워내며

아무도 모르게 거듭나고 거듭나는 것이다

(도종환, ‘부드러운 직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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