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달팽이

[스크랩] 노무현 대통령님께 보내는 편지

거울닦는 달팽이 2009. 5. 2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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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이 생기는 길을 가지 않은 사람이라 당신은 공기만 마시고 살아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남들은 그 많은 선거비용에 차뗴기 사과박스가 오가도 되지만

당신은 동전 딸랑거리는 투명 돼지 저금통 몇개 있으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빈정대는 뉴스를 보고 들으며 정작 당신은 상처받지 않는 줄 알았습니다.

 

비난과 욕설.비아냥 .누명과 오해. 모욕.몸서리치는 모멸감..

이런것들을 강한 이들은 다 당해 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음이 여린 사람들만 이런것들에 취약하고 아파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신은 워낙 평생 어려운 고난의 길을 걸어온 사람이라 더욱 강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최고권자인 대통령이 되고서도 선거때에 미처 다 갚지 못한 빚이 있는 처량한 대통령 살림살이인 것도

당신도 밥먹고 자식 키우고 더럽게 돈 많은 자들과 똑같이 경쟁하며 대통령 선거를 한 사람인걸 몰랐습니다.

 

 

최루탄에 모두가 다 도망가도 묵묵히 꼼짝없이 그자리에 있는 당신이라서.

모든이들이 박수치며 삼당합당을 환영해도 불끈 주먹쥐고 반대했던 당신이라서

권세좋은 정치인들이 모두  아부하던 청문회에서 조차 눈물흘리며 고함치던 당신이라서

강한 사람. 특별한 사람. 맞아도 맞아도 아파하지 않는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털어서 먼지안나는 사람없다고..수족같은 부하들은 탈탈 털어 죄다 감옥으로 보내더니

부모같던 형님을 옥살이를 시키고 이젠 함께 늙어가는 아내마저 돈을 꾼 죄로 경찰서에 불려다니는 것이

당신에게 그 얼마나 참담한 고통이었을지..가늠을 해 봅니다.

 

 

그래도 괞챦을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살아내실 줄 알았습니다. 이쯤하면 남들 다 미쳐돌아갈 만큼 고통스러워도

당신은 강하니까. 당신은 덜 아플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당신이 가고

그동안 아프지 않아서 강한것이 아니라 아파도 참고 견뎌 낸거란걸 알았습니다.

가슴속 결백을 품어안고 얼마나 소리죽여 눈물 흘렸을지

그 많은 비아냥과 모욕을 감당하며 얼마나 잠못 이루는 밤이 많았을지..이제사 가늠을 해 봅니다.

당신은 그렇게 당해도  되는 특별히 강한 사람이고  난 그러면 안되는 약한 사람이라서가 아니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께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에 몸이 떨립니다.

당신처럼 바보이고 당신처럼 아픔을 견디고 당신처럼 사랑많은 지도자를 우리는 이제 어디서 구해야 합니까

부당한 권력앞에 서릿발 같았고 세계정상들 앞에서 당당하고 위엄있던 당신은 유난히 국민 앞에선 개숙이고 공손했었습니다.

 

그 국민들이 당신을 못지켜냈습니다.

많은 국민이 당신을 믿고 따랐지만 정작 고통속의 당신에게 무관심 했습니다.

당신을 저들이 손가락질 할 때엔 함께 욕먹기 싫어서 빙그례 웃으며 동조했습니다.

 

당신은 미안해 하지 말라지만 이 비열한 마음이 어찌 죄스럽지 않겠습니까

절벽아래 몸을 날려 당신의 결백을 말한들 저들은 그사실마저 저희들 용도에 따라 재단을 합니다.

 

 

당신을 밀어뜨린 것은 우리나라 기득권의 저급함과 잔인성 입니다

당신을 절망하게 한것은 싸구려 언론에 설득당하는 국민들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무심함입니다.

품위있고 진정성 있는 지도자 대신 정치쇼나 하는 정치꾼에게 더욱더 힘이 돌아가는 나라

검찰의 시퍼렇게 날 선 칼을 취둘러야 댈 자는 썩은내가 진동하는 데도 겨우 빈털털이 당신의 목에 칼을 들이대는 의롭지 못한 나라

이런 나라에 더이상 희망이 있기는 있는겁니까.

 

당신처럼 깨끗한 자가 더러운 누명으로 천길 아래 낭떠러지로 떨어저야 하는 나라에서 정말 더이상 살고싶지 않습니다.

 

당신을 잃은 슬픔이 고통이 이토록 깊고 죄스러울 줄 몰랐습니다.

비보를 들으며  부모를 잃은 슬픔이 아직 뭔지 모르는 나는 부모를 잃은듯 하늘이 무너진듯 괴롭습니다.

현실정치가 과거 탄압시대로 돌아가고  기득권의 권익만을 옹호하는 권력이 판을 쳐서 답답한 서민들은 이제  

당신이 웃던  봉하마을을 두고 어디가서 용기를 얻을 수 있단 말입니까.

 

 

당신은 떠났지만 우리는 당신을 결코 보낼 수 없습니다.

 

 

 

 

 

 

 

 

 

 

 

 

 

 

 

 

 

 

 

 

 

 

 

 

 

 

 

 

 

 

 

출처 : 너 다 가져라~!
글쓴이 : 팔찌의 제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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