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달팽이

스님, 통일 안하면 안되나요?

거울닦는 달팽이 2015. 6. 4. 02:32
반응형

 

 

 


 

“오늘 강연 주제가 ‘통일 안 하면 안 되나요?’ 인데요. 네, 통일 안해도 됩니다. 십리도 못가서 발병이 나서 문제이지요. 더 이상 성장이 안되고 다시 동북아의 변두리 국가로 전락하는 것이 문제죠. 우리가 지난 천년 동안 동북아 변두리 약소국의 슬픔과 한을 떨쳐버리고 고구려의 후예다운 동북아의 중심 국가로 거듭나려면 통일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통일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스님께서는 어떻게 우리가 통일을 통해 희망을 만들어 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먼저 동시대의 경험에서는 독일 통일의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을 소개해 주셨고, 이어서 우리 역사 속에서는 신라와 가야의 합의통일 속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두 사례 모두 강자가 약자를 포용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평화적으로 통일을 하려면 합의를 해야 합니다. 그럴려면 상대의 우려와 걱정을 좀 수용해줘야 합니다. 또 미끼도 좀 던져줘야 합니다. 통일하면 밥 안 굶을 수 있다, 통일하면 잘 살 수 있다, 이렇게 이득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득을 보여줄 생각을 못하고 ‘왜 저런 놈들한테 줘야 하냐?’ 이렇게 생각합니다. 좀 얻어 먹을 것이 있어야 합하자고 나올 것 아니겠어요? 결혼할 때도 다들 덕 보려고 하잖아요. 손해보려고 결혼하려는 사람 있어요? 

 

동독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서독과 통일을 했겠어요? 같은 민족이니까 통일했어요? 덕 좀 보려고 통일했습니다. 같은 민족이니까 통일하자고 한 사람은 소수이고, 대부분 덕 보려고 통일하자고 했어요. 실제로도 덕을 봤어요. 나중에 덕을 본 것만이 아니라 통일하자 당장 덕을 봤어요. 동독 사람들의 화폐 가치를 두 배로 쳐주었어요. 그런데 무한히 화폐 가치를 바꿔준 게 아니라 5천 마르크로 제한을 두었어요. 그런데 동독에 살았던 간부들은 그것보다 돈이 더 많았겠지요. 이 사람들은 5천 마르크 미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활용해서 많은 재산을 그대로 보존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독 정부에서는 이들을 모두 눈감아 주었어요. 우리나라 같았으면 눈 감아 준다고 난리가 났을 거예요. 오히려 당장 잡아서 보복을 해야 한다고 난리가 났겠지요. 

 


 

또 서독은 동독과 통합하기 전에 공산당 활동을 허용해 주었어요. 통합하기 전에 벌써 공산당 활동이 허용되니까 동독의 공산당 간부들은 국민들의 지지를 못 받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자기들의 이념을 포기하지는 않아도 되었습니다. 

 

그래서 첫째는 화폐 교환 때문에 덕을 봤고, 둘째는 신분 보장이 되니까 통합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꼬리 보다는 뱀머리가 되는 것이 낫다고 하면서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워낙 다수가 찬성하니까 통일로 간 것입니다. 독일 통일을 서독이 한 게 아니예요. 서독은 동독에게 이득을 보여주고 두려움을 없애주었지 서독이 통일하자는 말은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동독 주민들이 덕을 좀 보려고 자기들이 투표해서 통일하자 해서 서독은 준비도 안되었는데 통일을 했어요. 

 

그래서 제가 당시 서독의 장관 출신한테 물어본 적이 있어요. ‘준비가 안되었으면 통일 안하면 되지 왜 했어요?’ 그랬더니 그분이 하는 말씀이 ‘총 들고 넘어오면 총으로 막으면 되는데, 밥 숟가락 들고 넘어오는데 무엇으로 막아요?’ 그랬습니다. 인권 국가가 배고파서 넘어오는 사람들에게 총을 쏘면 안되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거기 있으면 돈을 두배로 계산해줄게’ 이렇게 해서 할 수 없이 돈을 많이 지불해 줬다는 겁니다. 이것이 포용입니다. 

 

우리 역사 속에서는 신라와 가야의 통합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신라와 가야가 통합하기 130년 전에는 가야가 신라보다 월등히 우위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130년 지난 후 전세가 역전이 되었어요. 신라는 강성해졌고 가야는 약해졌어요. 이제 신라가 가야를 침공해서 합병해버리면 되잖아요. 또 가야는 백제의 힘을 빌려서 죽기 살기로 저항을 하면 되잖아요. 그런데 신라는 가야를 합병하기 보다는 협상을 통해, 그리고 엄청난 양보를 해서 통합을 했어요. 

 


 

첫째가 불교의 공인입니다. 그때까지 신라는 불교를 금지한 국가였고, 가야는 나라가 생길 때부터 불교가 전래된 국가였습니다. 둘째, 가야의 왕족을 신라의 왕족인 진골로 모두 인정해 주었습니다. 요즘 말하면 북한에서 별 두 개 단 소장을 남한의 통합 군대의 소장으로 그대로 임명해 준 겁니다. 그리고 가야의 마지막 왕인 구형왕은 신라의 공주와 결혼시켜서 사위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대대로 종손들을 신라의 공주와 결혼하도록 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김유신 장군은 구형왕의 증손자입니다. 이처럼 신라의 위대한 장군들은 대부분 가야 출신이였습니다. 

 

우리 역사 속에서 가장 시너지 효과가 났던 것은 가야와 신라의 통합입니다. 원한 관계가 있었지만 신라는 그 원한을 원한으로 갚지 않고 포용을 해줬고, 가야는 한 때 자기들이 잘 나갔다고 끝까지 저항하지 않고 합의해서 통합을 했습니다. 이렇게 통합함으로 인해서 신라는 비약적으로 성장을 하게 됩니다. 이것이 포용입니다.”

 

이렇게 말씀하신 뒤 스님께서는 우리가 얼마나 포용할 준비가 되었는지 되물으셨습니다. 그리고 통일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음을 강조해 주셨습니다. 

 

“우리가 지금 포용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 하는 겁니다. 포용을 못한다는 것은 첫째, 자신감이 없다는 것을 말합니다. 포용을 못한다는 것은 둘째, 비전이 없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통일 이후에는 통일 한국이 중심이 되어서 중국, 일본과 경제 협력을 해서 동아시아 경제 공동체를 만들고, 그러면 세계 최대의 경제권이 됩니다.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세계 문명의 중심 국가로 간다는 이런 비전을 가질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통일은 우리들의 선택입니다. 통일 안 하면 안 되나요? 네, 안해도 됩니다. 대신 그렇게 되면 발병이 납니다. 그러나 발병이 나지 않고 저 언덕을 넘어 이상 세계로 가서 문명의 꽃을 피우려면 우리는 북한을 부축해 가면서 함께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것을 오늘 우리가 다시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이렇게 스님 말씀을 듣고 있노라면 통일에 대한 상상으로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합니다. 두근 거리는 가슴을 잠시 가라 앉히고 이어서 통일에 관한 즉문즉설이 시작되었습니다. 총 4명이 스님께 질문을 했습니다. 

 


 

“저는 왜 이 세상에 왔을까요? 초등학생 때부터 이 질문을 하였는데 그 대답은 자유를 얻기 위해서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온전히 저 자신으로 깨어서 자유롭게 사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요?”

 

“학교에서 도덕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입니다. 통일에 대해 가르칠 때 저는 주로 인권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데 아이들은 북한의 참상에 마음아파하면서도 ‘아프리카 아이들과 다를 것이 뭐냐’하며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성금 보내듯 도와주면 되지 않을까요?’, ‘굳이 통일을 해야 하나요?’ 반문합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을 해주면 좋을까요?”

 

“통일에도 여러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스님이 지향하고 싶은 통일방법은 무엇이고, 통일 후 국민들의 소통을 위한 각자 국민들의 마음자세 및 행동에 대하여 생각해 놓으신 게 있으신지요?” 

 

이렇게 세 명의 질문이 있었고, 또 하나는 북한이탈주민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북한이탈주민이 질문한 내용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질문자는 북한 말투로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피력하면서 스님께 질문을 했습니다. 

 

▲ 스님께 질문하는 북한이탈주민

 

“저는 탈북자입니다. 밖에 다니다보면 대한민국에는 평화라는 이름으로 막 떠드는 단체들도 되게 많습니다. 북한에서는 어린 아이 때부터 어떻게 교육을 하냐면 ‘총대 위에 평화가 있다’고 가르칩니다. 그런데 스님께서는 상대를 포용을 할 수 있는 넓은 가슴을 가져야 된다고 했잖아요. 만약 상대가 총대를 들이밀면서 심장을 달라고 했을 때 스님은 줄 수가 있겠는지요? 그 자리에서 한 순간의 머뭇거림도 없이 말이죠.” 

 

“심장을 달라고 하면 안 주지요. 왜 줘요? ‘안 줘!’ 이러면 되지요.”  

 

“그러면 스님이 오늘 얘기하신 주제는 가슴 아픈 상처가 있다 해도 독일이 통일한 방식대로 우리도 서로 포용해서 통일을 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평화라는 말은 얼마나 좋습니까? 피도 안 흘리고 통일을 할 수가 있으니까요.” 

 

“피를 흘려가면서 통일할 사람 아무도 없기 때문에 제가 피 흘려가면서 통일하면 안 된다고 얘기하는 거 아니에요?”

 

“여기 대한민국 사람들은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상대는 어릴 때부터 ‘총대 위에 평화가 있다’는 말을 어릴 때부터 듣고 자랐습니다. 우리는 포용을 하려고 접근을 하는데 상대는 우리를 죽이려고 한다면 어떡하죠? 그래도 죽을 때까지 우리는 넓은 아량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북한이 6.25 때는 자기들이 힘이 셌으니까 힘으로 밀어붙여서 통일하려고 그랬잖아요. 자기들이 중심이 된 통일을 하려고요. 그러나 객관적으로 볼 때 지금은 북한이 중심이 되어서 통일할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없다고 봐요?”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죠.”

 

“전쟁을 한다면, 첫째, 북한이 경제력이나 군사력에서 남한을 이길 수 있어요? 둘째, 미국이 가만히 있을까요? 셋째, 북한이 남한을 공격할 때 중국이 북한을 도와줄 리가 있어요? 북한의 힘만 갖고 남한을 이기고 미국까지 이길 수가 있을까요?” 

 

“북한이 대한민국 하고만 상대를 하면 이길 수도 있습니다.” 

 


 

“옛날 6.25 때는 이길 수 있었지요. 그런데 지금 이길 수 있겠냐는 겁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는 ‘자립’, ‘자주’ 이런 말을 쓰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미국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그런데 왜 굳이 북한이 미국과 대한민국을 같이 상대해야 하는지요?” 

 

“현재 한미 군사동맹이 맺어져 있잖아요? 그러면 남한을 북한이 침공하면 미국은 자동 개입하도록 되어있어요. 자기는 북한에서 살다왔으니까 ‘북한이 이길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을 하는데, 객관적으로 볼 때 북한이 한국을 이기고 거기다가 미국까지도 이길 수가 있겠느냐? 이렇게 생각해보면 이길 수 없습니다. 북한은 국민을 통제하기 위해서 말은 통일이라고 얘기하지만 늘 ‘한국에 안 먹히겠다’ 고 하면서 흡수 통일에 반대하잖아요. 흡수통일에 반대하는 것은 지금 수세에 몰렸다는 거예요? 공격적이라는 거예요?”

 

“수세에 몰렸기 때문에 그래요.” 

 

“수세에 몰렸으니까 북한은 자기를 지키고자 하는 방어적 입장이라는 거예요. 자기들이 통일해서 한국을 갖겠다는 목표는 이미 벌써 포기했고, 당연히 ‘우리는 우리 체제를 지키겠다’ 그렇게 생각하겠죠. 우리도 60년 전에 북한이 남한을 침공할 때 우리 힘으로 우리를 못 지키니까 미국의 도움을 얻어서 지켜냈잖아요. 그런 것처럼 북한도 자기 힘으로 지킨다고 하지만 만약 결정적으로 자기 힘으로 못 지키면 중국에 요청해서라도 지키려고 그럴 거 아니에요? 그래서 북한이 지금 약하다 하더라도 무력으로 통일해서는 안 된다 이 말이에요. 북쪽이 남쪽을 공격하겠다, 남쪽이 북쪽을 공격하겠다, 이렇게 서로 말은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못합니다. 

 

그러면 북한 입장에서는 흡수가 안 되려면 총대를 쥐어야 평화를 유지할 수 있겠죠. 북한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에요. 당연하지요. 그러면 남한도 북한의 침공을 막으려면 국방력을 강화해야 돼요? 안 해야 돼요?”

 

“대단히 강화해야겠죠.” 

 

“그래서 지금 남한도 국방을 강화하잖아요. 그러면 통일하지 말고 그냥 서로 이렇게 무력으로 대치하면서 ‘너는 너고 나는 나다’ 하는 이 길이 하나 있습니다. 이렇게 가면 우리는 앞으로 더 발전하기는 이제 어려워집니다. 경제 성장력은 둔화가 되고, 복지의 요구는 많아지고, 국제관계에서는 미중 사이에 중간에 껴서 지금도 사드 배치부터 복잡해지잖아요. 이렇게 더 발전할 가능성은 없어지지만 ‘이 정도 발전했으니까 안주하자’ 이렇게 하면 이대로 살아도 된다고 전제를 했잖아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남북 통일을 하면 미국에 대해서는 종속적 한미동맹에서 자주적 한미동맹으로, 중국에 대해서는 반중에서 우호적인 한중관계로 이렇게 방향을 잡아 나갈 수 있습니다. 또 통일하면 북한 개발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지금 북한은 건물도 새로 지어야 되고, 도로도 새로 닦아야 되고, 전기도 새로 놓아야 되잖아요. 북한 사람들 옷도 입혀야 되니까 옷 장수도 돈 벌겠죠. 철강, 시멘트도 엄청나게 들어가고, 포크레인도 엄청나게 필요하고, 그렇게 되면 한국 경제가 살아납니다. 지금 한국은 성장이 안 되고 있는데 북한 개발에 들어가게 되면 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돈이 들지 않느냐? 맞아요. 그런데 이것은 먹어버리고 치우는 놀잇돈이 아닙니다. 이것은 개발이라고 말합니다. 개발은 투자에 들어 갑니다. 투자는 우리 돈이 좀 부족하면 남의 나라에서 빌려도 돼요. 왜? 이것은 투자이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돈이 생깁니다. 갚으면 되죠.  통일 비용을 소비적 비용으로 계산하니까 부담이 되지요. 투자 비용으로 계산하면, 우리 돈으로 쓰고 부족하면 빌려와서 쓰고 나중에 생산된 물건으로 갚으면 되기 때문에 이것은 미국의 서부 개척처럼 우리 경제의 정체 국면을 다시 한번 도약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두 번째는 노동력 문제입니다. 한국의 중소기업이 지금 인건비 때문에 굉장히 어렵거든요. 한국보다 저임금을 받는 중국에 가서도 지금 다 철수하잖아요. 그런데 북한 사람들은 중국 사람들보다 더 저임금이거든요. 그래서 경제적으로 시너지 효과가 있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남한으로서는 통일하는 게 유리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북한으로서는 주민들은 유리하다고 생각할 거예요. 중간 간부도 유리하다고 생각하는데 최고지도부에 있는 사람은 용꼬리 되는 것보다 뱀머리 되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사람들은 안 원할 거예요. 그러니까 북한의 지도부에 대해서는 신라가 가야에게 했듯이 신분을 어느 정도 보장해 준다든지, 체제를 어느 정도 보장해주도록 중국처럼 1국 2체제로 간다든지 이렇게 지도부가 통일을 안 할 수 없도록 조금씩 만들어가는 게 필요합니다. 

 


 

통일 안하겠다고 앙탈을 피우는 상대를 어떻게 조금이라도 가능하도록 할 거냐 하는 것은 앞으로 정책에 달려 있습니다. 총을 들고 ‘건드리기만 하면 죽여 버리겠다’ 이런 사람을 보고 나도 때리겠다고 덤비면 싸움이 되지요. 하지만 그런 사람을 건들일 필요가 뭐가 있어요? 잘못 건드려서 인천 공항에 미사일이라도 떨어지거나 원자력 발전소에 폭탄이라도 떨어지면 누구 손해예요? 자기들은 입에 거품을 물고 건들겠지만 여기서는 방어만 하지 그것을 건들일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익이 되도록 하면서 문제를 풀어 가면 되지요. 그러니까 어렵지요. 북한이 우리가 바라는 대로 ‘다 잘하겠다. 우리 협력해서 하자’ 이렇게 나오면 통일이 벌써 됐지요. 70년이 지나도록 왜 안 되었겠어요? 상대가 죽기 살기로 저항을 하니까 이제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맞대응 하는 것보다는 잘 구슬리는 게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네, 이해했습니다.” (청중들 박수) 

 


 

문답이 오고 가면서 질문자의 표정이 조금씩 밝아졌습니다. 아마 질문자는 북한은 대화가 불가능한 집단인데 과연 남한의 포용 정책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 많았나 봅니다. 하지만, 스님의 거듭된 설명 속에서 조금이나마 희망적인 길을 발견한 것 같았습니다. 

 

어느덧 강연을 시작한지 2시간이 훌쩍 넘었습니다. 이제 강연을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스님께서는 강연 내용을 정리해 주시면서 과거의 감정에 사로잡히지 말고 미래의 이익을 보고 나아가야 함을 다시한번 강조해 주셨습니다. 

 

“우리가 머리를 조금만 잘 쓰면 통일은 내적으로도 굉장히 좋은 환경이에요. 외부적으로도 환경이 괜찮아요. 그런데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곧 미국과 중국의 힘이 팽팽해 집니다. 지금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 갖고 서로 붙는 거 보세요. 힘이 팽팽해지면, 망설이다가 미국 손을 너무 늦게 잡으면 미국이 일본으로 넘어가버리고, 중국 손을 너무 늦게 잡으면 중국이 북한으로 기울어 버립니다. 또 중국과의 관계가 틀어지면 우리의 경제는 굉장히 어려워지고, 미국과의 관계가 틀어지면 안보가 일본에게 종속되는 쪽으로 가게 됩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입시가 문제이고 경제가 문제이지만, 국가적으로는 지금 굉장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국민들이 국가의 주인이라면 이 상황을 알아야 되는데, 주인들이 아니고 신민이다 보니까 ‘임금님이 알아서 잘하시겠지’ 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 지금이 굉장히 어려운 고비입니다. 제가 10년 전부터 위기에 처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잘 안 들었는데, 이제 몇 년 내로 가부 간에 결론이 나게 될 겁니다. 그러니 이런 위기를 우리가 이해하고 나라가 조금 더 잘 되도록 힘을 모아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우리들의 삶을 더욱 행복하게 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 권리를 행사하자는 겁니다. 

 

그래서 현재의 정부를 향해서 ‘그렇게 하세요’ 라고 말할 줄 알아야 되고, 말을 안들으면 바꿔버릴 줄도 알아야 됩니다. 또 새로운 정부도 말을 안들으면 또 바꿔버릴 줄도 아는 그런 국민이 되어야 합니다. 정부가 남북 대화를 안 하면 하라고 얘기해 줘야 하고, 남북 대화는 하는데 남남대화를 안 하면 ‘남남대화도 해라. 반대하는 쪽 이야기도 받아들여서 국민 화합을 해라’ 얘기해 줘야 합니다. 

 

북쪽 사람들과도 대화를 하자면서 남한 사람들끼리 서로 대화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되잖아요. 일본과 대화하자고 하면서 북한하고는 대화하지 말자는 것은 말이 안되잖아요. 북한하고도 대화를 해야 통일이 가능하다면, 왜 남한 안에서 같은 국민과 대화를 안 해요? 대화를 하고 합의를 해야지요. 일본과 중국 하고도 대화를 해야 된다면 당연히 북한하고도 우리는 대화를 해야 합니다. 

 

중국은 6.25 때 100만 군대를 보내서 얼마나 우리를 힘들게 했어요? 그런데 사과를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중 수교를 했잖아요. 몇 년 전 시진핑이 부주석으로 있을 때 ‘항미 원조 전쟁은 정의로운 전쟁이였다’고 말했을 때도 한국에서 한 사람도 항의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왜? 중국과의 관계에 이익이 걸려 있으니까요. 

 


 

그런 것처럼 남북의 협력이 우리에게는 대박나는 이익이 걸려있는 큰 비전이라면, 과거의 한은 설득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옛날에 어땠냐를 얘기하면 죽을 때까지 얘기해도 해결이 안돼요. 그러나 미래를 위해 협력하는 것이 이익임을 알면 우리는 과거의 감정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여러분들은 국가의 주인으로서 국가의 미래를 생각할 줄 알아야 됩니다.” 

 

청중들의 뜨거운 박수 갈채가 터져나오면서 강연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