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달팽이

통일이 정말 가능할까요?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할까요?(펌)

거울닦는 달팽이 2016. 6. 18.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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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통일이 정말 가능할까요?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할까요?"

2016.6.16 통일의병 창립 3주년 기념식

수행팀 글 | 2016.06.17 17:00:27 올림 | 30,988 읽음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 철회를 요구하며 10일째 단식농성 중인 이재명 성남시장을 격려 방문한 후 저녁에는 통일의병 창립 3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격려말씀을 했습니다. 

 

아침 7시부터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미팅을 갖는 것으로 하루 일과가 시작됐습니다. 미팅을 마친 후 8시 30분에는 10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을 격려 방문하기 위해 광화문으로 향했습니다. 

 


▲ 광화문

 

스님이 광화문 농상장에 도착하자 이재명 성남시장은 단식으로 인해 수척해진 얼굴로 스님을 맞이했습니다. 많이 야위어 보였지만 안색은 밝아 보였습니다. 스님은 환한 웃음과 함께 악수를 나눈 후 천막 농성장에 앉아 잠시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단식은 할 만 해요?”

 

“스님이 단식 하시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요.”

 

“우리야 맨날 하는 것이니까요.(웃음) 힘이 빠지면 주로 누워 있는 게 좋아요. 앉아 있으면 힘들어요. 그런데 차소리가 시끄러워서 단식하기가 안 좋네요. 공기도 안 좋고요. 단식할 때는 공기가 좋아야 하거든요. 이런 단식 농성은 제가 하면 잘하는데.” (웃음)

 

“그래도 많이 변하고 있어요. 국민들의 인식도 변하고 있고, 민주당에서도 움직이고 있고요.”  

 

이렇게 가볍게 안부를 물은 후 스님은 단식을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잠시 노하우를 알려 주기도 했습니다. 그런 후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시장님에게 물었습니다. 시장님은 지방재정이 파탄나게 된 원인과 그 대안이 무엇인지 종이에 자세히 적어가며 스님에게 설명했습니다. 

 


 

“다른 지자체들의 반응이나 현재 상황이 어때요?” 

 

“지금 정부의 정책은 정부 지원이 없으면 지자체가 모두 부도가 나도록 해서 꼼짝을 못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우선 기초연금, 보육료 등 정부가 부담해야 할 재정 4조 7천억원을 지방 정부에 다 떠넘겼거든요. 박근혜 정부도 이런 지방재정 악화의 책임을 인정하고 보전해 주겠다고 약속을 했었어요. 그런데 아직까지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방재정 개편계획을 발표하면서 경기도 6개시에서 5천억원을 빼앗아 다른 자치단체에 나눠주겠다고 했습니다. 6개시에서 5천억원을 빼앗아도 220개에 달하는 다른 도시에는 20억 밖에 배분이 안 되어서 ‘언 발에 오줌누기’ 격인 반면, 6개 시는 일반회계 예산을 갑자기 빼앗겨 정상적 운영이 불가능해집니다. 특히 고양, 화성, 과천은 중앙정부에 예속되는 교부단체로 전락해요. 

 

그러니까 앞에서는 빼앗고, 뒤에서는 교부세로 채워주고 하면서 점점 중앙정부에 예속하게 만들려는 겁니다. 그나마 6개시는 자립이 가능한 불교부단체였는데, 여기마저도 교부단체로 만들 작정인 겁니다. 그러니 이 농성은 단순히 6개 도시의 재정지키기 싸움이 아니라, 지방자치를 와해시키려는 박근혜정부의 일관된 퇴행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럼 대안은 뭐예요?”

 

“첫째는 정부가 지자체에 떠넘긴 4조 7천억원을 반환하는 약속을 지키도록 하는 겁니다. 그것만 해도 지방재정은 숨통이 트이거든요. 이것은 국회에서 정부가 지방재정 보전대책을 이행하도록 법률 개정 발의를 하면 됩니다. 둘째는 5천억을 강탈해 가는 것을 막는 겁니다. 이건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서 정부가 독단으로 재원배분을 할 수 있도록 한 권한을 없애면 됩니다. 셋째는 2할 밖에 안되는 지방자치권을 3할 수준으로 올리는 것입니다. 국가사무의 40%를 담당하는 지방정부에 20%의 지방세만 할당해서 재정자립도가 5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현 상황은 구조적 문제입니다. 국세 대 지방세의 불공정한 배분비율(8:2)을 7:3 또는 6:4로 조정해야 해요. 이것이 근본해결책이죠.”

 


▲ 이재명 성남시장

 

“저는 기본적으로 지방 분권을 지지하거든요. 근본적으로는 지방 분권에 기초한 헌법 개정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네. 스님 말씀이 맞습니다. 이건 민주주의를 신장시키는 문제입니다. 독재자들은 이런 걸 싫어하죠. 현재로선 정부가 포기하지 않는 한 국회를 통한 법개정 밖에 방법이 없어요. 정당, 특히 야당에 의제를 정확히 인지시키고, 관련 법 개정을 당론으로 채택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적절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으니까 야당에서 적절하게 조치를 취해주면 이제 단식을 멈추고 시장으로서의 역할을 다시 해나가셔야죠. 현장에 가서 행정을 하면서 또 고쳐나가면 되잖아요. 건강을 조심하면서 일을 해야죠. 세상 일이 다 내 뜻대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세상일이란 게 아무리 농사를 잘 지어놓아도 여름에 태풍이 불면 곡식이 다 쓸려내려갈 때가 있잖아요. 그래도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살아야지 앉아만 있을 수는 없죠. 무엇보다 건강 조심하시고요. 동조 농성을 못해줘서 미안해요.” (웃음)

 

“감사합니다.” 

 

스님은 이 시장님의 손을 꼭 잡아주며 힘을 실어 주었습니다. 스님과 이 시장님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성남시청 공무원들 몇몇이 스님을 배웅하기 위해 몰려 왔습니다. 스님은 “어려울수록 서로 힘을 합해야 한다” 라고 하면서 격려해준 후 단식 농성장을 나왔습니다. 

 


 

서울 정토회관으로 돌아온 스님은 낮12시부터 다시 일정을 이어갔습니다. 속사포 랩으로 유명한 가수 아웃사이더와 그 가족분들이 법당을 방문해 같이 점심 식사를 나눈 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얼마 전 아기가 태어났는데 100일 밖에 지나지 않았다며 아기를 안고 법당을 찾았습니다.

 


 

가수 아웃사이더는 지난 5월 21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청춘콘서트에 재능 기부로 참여한 것이 인연이 되었습니다. 행사 후 스님과 인사를 나누면서 어머니가 스님을 아주 좋아하는 불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앞으로도 좋은 인연을 맺어가기 위해 오늘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스님은 정토회와 평화재단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 후 가수 ‘아웃사이더’님에게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설명을 듣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서 스님은 ‘행복’ 책을 사인해서 선물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 가수 아웃사이더

 

이어서 오후에는 치과에 다녀온 후 정토회관을 찾아온 손님과 한 차례 더 미팅을 가졌습니다. 미팅을 마치고 나서 저녁 6시에는 통일의병 창립 3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건축사회관으로 향했습니다.  

 

기념식이 열린 건축사회관 1층 대강당은 전국에서 모인 통일의병 200여 명들로 자리가 가득 찼습니다. 간단히 다과를 나누며 서로 인사 나누는 시간을 가진 후 국민의례와 함께 통일의병 창립 3주년 기념식이 시작됐습니다. 

 


 

먼저 통일의병 노래패인 ‘학수고대’가 무대 위로 올라와 ‘행복의 나라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사화자는 ‘학수고대’를 소개하면서 ‘통일이 되는 것과 노래 실력이 느는 것 중 어느 것이 빠를지를 경쟁하는 노래패’라고 말해 큰 웃음을 자아내었습니다. 

 


▲ 합창하는 통일의병 노래패 '학수고대'

 

통일의병 조성식 대표님의 인사말과 평화교육원 조민 원장님의 축사가 있은 후 3주년을 기념하는 케익 컷팅식을 가졌습니다. 대중이 다같이 생일축하 노래를 부른 후 ‘하나, 둘, 셋’ 하는 구령과 함께 케익을 컷팅하고 촛불을 껐습니다. 

 


▲ 통일의병 창립 3주년 케익 컷팅식

 

큰 박수가 쏟아지자 사회자가 “다들 어떤 소원을 비셨나요?”라고 물었습니다. 모두가 웃기만 하자 사회자는 “말을 안 해도 알 것 같습니다. 말 안해도 서로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니 참 좋습니다” 라며 기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소박한 케익 컷팅식이였지만 오늘을 계기로 다시 한번 통일을 향한 실천을 다짐할 수 있어서 뜻깊었습니다. 

 

통일의병은 2013년 3월 1일 법륜 스님과 함께 29명이 경주에서 마음을 모아서 시작되었고, 그 해 6월 17일 155명으로 창립했습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오늘 어느새 통일의병이 1000명을 넘었습니다. 이렇게 성장할 때까지 전국 곳곳에서 많은 의병님들이 땀을 흘렸습니다. 그동안의 발자취를 영상으로 함께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동영상 보기]

 

 

다음은 설문조사 결과 발표가 있었습니다. 과연 통일의병들이 잘 해나아가고 있는 것인지 돌아보기 위해 통일의병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류신환 의병이 발표했습니다. 

 

설문조사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를 추출해내는 방식으로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통일의병을 계속 할 수 있게 되는 계기에 대해 물었던 질문에서는 많은 분들이 “열심히 하는 동료 의병들 그리고 법륜스님” 이라고 답했습니다. 

 


 

또 통일의병에게 바라는 점을 묻는 질문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활동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강연 외에 다양한 활동이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앞으로 어떤 활동들이 있었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서는 “노래자랑, 탐방, 순례, 산악회, 콘서트, 통일의병밴드, 방송” 이 많이 언급되었습니다. 통일 운동이 좀 더 문화적이고 대중적으로 펼쳐지면 좋겠다는 바램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김도연 의병과 김금란 의병이 나와 지금 통일의병들의 속마음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토크 시간을 가졌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과는 달리 ‘과연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 회의도 들고, 직장 일로 자꾸만 소홀하게 되고, 작은 오해로 서운한 마음도 생겨나고 있는데, 여러 가지 어려운 점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통일의병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즐거웠던 모습이 담긴 사진 슬라이드 영상을 보며 첫마음을 다시 떠올린 후 다함께 ‘걱정하지 말아요’ 노래를 함께 부르며 토크 시간을 마쳤습니다. 

 

한층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무렵 통일의병 고문을 맡고 있는 법륜 스님에게 사회자가 “스님, 우리는 어디로 어떻게 가면 될까요?” 라고 큰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그러자 박수와 함께 스님이 무대 위로 올랐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열심히 달려왔지만 남북관계는 더욱 얼어붙었고 사람들의 삶은 더 팍팍해져 가고 통일은 여전히 멀리 있는 듯합니다. 스님은 다소 지쳐있는 통일의병들을 위해 애정을 담은  격려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바쁘신 중에도 통일의병 창립 3주년 기념식에 오셔서 함께 기뻐하고 함께 축하해 주시는 것에 감사말씀을 드립니다. 

 


 

어떤 분은 ‘지난 70년 동안 그렇게 통일이 오라고 외쳤는데 통일은커녕 전쟁위기까지 왔다. 그래서 다 그만둬 버렸는데 이제 와서 왜 새삼스럽게 통일이냐?’ 이렇게 얘기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만약 어떤 농사꾼이 겨울에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노력을 한다면, 밭 갈기도 힘들고, 뿌린 씨앗에 싹도 트지 않습니다. 즉 노력한 것에 비해서 효과가 없습니다. 그것은 계절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다시 말하면, 과거에는 우리가 아무리 통일을 외쳐도 통일이 이루어질 수 있는 주변 조건이나 상황이 아니였습니다. 우리의 내부적 역량도 부족했습니다. 한 때는 미국과 소련이라는 강력한 세력이 있었고, 또 미국 일극 체제가 되어도 외세에 비하면 우리의 역량이 너무나 미약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바뀌었습니다. 첫째, 중국이 급격하게 부상하면서 이미 세력교체기에 들어섰습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위기인 동시에 잘 살리면 기회가 됩니다. 우리의 역량은 아직도 작지만 옛날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성장해서 우리도 한번 해 보려면 해볼 만한 수준은 됐습니다. 이런 것이 변화라면 변화입니다. 

 

과거에는 의지가 충천했어도 조건이 안됐다면, 지금은 조건은 어느 정도 성숙했는데 이것을 추진할 주체나 의지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봄이 되어서 이제 밭갈이를 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겨울에 밭갈이 하다가 괭이만 다 부러뜨리고 지쳐나가 떨어져 있는 게 문제라는 겁니다. 

 

둘째, 우리는 분단상태에서도 지난 50년간 발전해 왔습니다. 경제도 성장해 왔고, 민주주의도 발전해 왔습니다. 그래서 지구상에서 근대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몇 안 되는 나라에 속하게 됐습니다. 분단된 상태로도 발전을 했기 때문에 ‘굳이 통일해야 되느냐?’ 하는 게 솔직한 우리들의 마음입니다. 통일을 외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꼭 통일해야 되느냐? 요즘같은 글로벌 시대에 너무 민족, 민족 하는 게 아니냐?’ 하는 남에게 말 못할 고민이 있는 겁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발전이 정체됐습니다. 경제 성장도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해운업, 조선업이 지금 붕괴되어 가기 시작했는데, 철강업, 건설업도 그 뒤를 따라가면서 아마 1, 2년이 지나면 석유화학 이런 것까지도 붕괴될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8년 간을 돌아보면 민주주의 또한 발전하기는커녕 후퇴할 위험이 보이고, 사회 전체적으로는 극우적 성향이 오히려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발전한다는 희망이 없는 상태입니다. 

 

옛날에는 ‘지금은 어렵지만 앞으로는 가능성이 열려있다’ 하는 기대 때문에 민주화를 위해서 많은 젊은이들이 희생을 했고, 산업화를 위해서도 수많은 사람이 땀을 흘렸습니다. 왜냐하면 땀 흘린 대가가 기대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상황은 어려웠지만 희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살만해졌음에도 불구하고 희망과 가능성이 별로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선택을 해야 됩니다. 여기서 주저앉을 것인가, 아니면 다시 희망을 찾아 새로운 기회를 만들 것인가. 

 

이런 측면에서 통일은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같은 민족이니까 통일하자’, ‘분단을 극복하자’, ‘나라가 위기에 처했으니까 지키자’ 이렇게 소극적인 접근보다는 새로운 나라를 만들자는 적극적인 접근이 이제는 필요합니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나아가는 이런 시대에 지금까지 따라배우기 하던 것에서 벗어나 창조를 통해 앞서가는 나라를 한번 만들어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우리가 만약 통일을 하면 동아시아의 평화를 리드하는 나라로 한번 만들어볼 수 있지 않느냐? 왜 우리는 늘 뒤처지고 남에게 의지하고 남 눈치 보는 이런 인생만 살아야 되나요? 그러지 않고도 살 수 있지 않느냐? 우리 선배들이 우리가 이런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작지만 이만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주지 않았느냐? 여기에 안주하기엔 너무 아깝지 않느냐? 우리가 이걸 딛고 일어서서 새로운 나라를 한번 만들어볼 수도 있지 않느냐? 

 

그러니 ‘분단을 극복하자’ 하는 소극적 의미의 통일이 아니라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자’ 하는 적극적 의미의 통일을 하자는 것입니다. 영토 두 개가 합해져서 단순히 인구만 늘어나는 그런 통일이 아니라 정말 질적으로 새로워지는 그런 새나라를 한번 만들어보자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새로운 꿈을 한 번 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 여러분들은 그동안 각 분야에서 고생을 한 덕분에 이제는 밥 먹고 살만해졌잖아요. 나름대로 그 분야에서는 좀 앞서 가는 사람, 성공한 사람이 되었는데, 이렇게 밥 좀 먹고, 골프 좀 치고, 여행 좀 다니고, 그냥 이렇게 살다가 죽을 건가요? 역사를 한번 보세요. 부유하게 살다가 부패해서 몰락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지금 우리들에게 얼마나 의미있게 다가오나요? 통일의 희망을 가진 젊은이들이 호연지기를 기르고, 16살 먹은 젊은이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런 의기충천한 시대가 오히려 정말 행복한 시대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의 젊은 시절을 돌아볼 때도 민주화의 열정을 가지고 쫓겨 다니면서 공장에 가서 동지들과 고생했던 그 때가 두려움과 고통도 있었지만 지금 되돌아볼 때 더욱더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나라를 위해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던 그 때가 우리 삶에서 얼마나 소중한 시기였습니까.  

 

그런데 지금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새로운 나라는 그렇게 희생해야 될 이유도 없고, 죽을 이유도 없고, 감옥 갈 이유도 없고, 누구를 비판하자는 것도 아니고, 북한을 무너뜨리자는 것도 아니고, 보수세력을 타도하자는 것도 아니고, 중국과 일본을 파괴하자는 것도 아니잖아요. 이제는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서, 근대화와 산업화, 민주화를 넘어서서, 조금 더 질 높은 새로운 세상을 한번 만들어 나가보자는 것이잖아요. 남북이 손잡고 동아시아 주변국들과 함께 새로운 평화와 번영을 만들어 나가보자는 꿈이잖아요. 우리의 이익을 위해서 누구를 해치는 꿈이 아니잖아요. 내가 살기 위해서 남을 죽여야 되는 꿈이 아니잖아요. 나도 살고 너도 살고, 나도 행복하고 너도 행복하고, 나한테도 이익이고 너한테도 이익이고, 지금도 좋고 나중도 좋은 그런 꿈이잖아요. 우리가 이런 미래의 희망을 갖게 되면, 그것이 이루어져도 정말 좋은 일이지만, 그런 꿈을 갖고 있는 우리들 자체도 얼마나 소중한 것입니까. 그런 꿈을 갖고 우리가 이렇게 모여 있는 것입니다.   

 

저는 제가 중국에서 태어난 것보다, 일본에서 태어난 것보다, 한국에서 태어난 것이 저 개인으로 보면 훨씬 더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대만에 있는 제 친구들은 한국을 부러워합니다. 대만 사람들은 꿈을 가질 수가 없다고 해요. 먹고 사는 건 한국보다 더 나을 수도 있는데 우리는 도대체 무슨 꿈을 가져야 하느냐고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바로 통일에 대한 꿈이 있잖아요. 통일을 넘어서서 동아시아 공동체라는, 동아시아 공영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100년의 꿈을 꿀 수가 있잖아요. 

 

그런데 중국에서 태어났다면 지금 젊은이들이 무슨 꿈을 꿀 수 있을까요? 그 거대한 나라에서 몇몇 젊은이들이 지금 무슨 혁명을 할 수 있을까요? 일본에서 태어났다면 일본 젊은이들이 지금 무슨 꿈을 꿀 수 있겠어요? 우리에게 분단은 큰 고통이지만, 그리고 통일이 안 되고 있는  큰 장애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들이 마음을 합하면 한번 해볼 만한 일 아니예요? ‘이건 아예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이렇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번 해볼 만한 일이잖아요. 어렵고 힘들긴 하지만 이건 가능성이 있는 일이잖아요. 

 


 

그런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밟아야 할까요? 거리에서 ‘통일 만세’를 부르고, 남북한이 무슨 축구대회를 한다고 통일이 될까요? 아니에요. 통일이라는 것은 굉장히 종합적입니다. 정치적인 결단이 필요하고, 군사적인 안보가 필요하고, 경제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되고, 주변 나라들의 방해를 막고 협력을 추구하는 외교를 해야 되고, 국내에서는 국민들을 통합하는 힘도 있어야 됩니다. 이것을 누가 할 수 있을까요? 바로 정부입니다. 그런데 그 정부를 누가 만듭니까? 바로 우리가 만듭니다. 헌법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주권자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바로 통일을 지향하는 정부를 구성하는 겁니다. 국민에게 이런 비전을 주고, 국가를 발전시키고 국민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그런 정부를 우리가 구성할 수가 있습니다. 이것은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된 우리의 권리입니다. 이것은 무슨 불경하거나 불순한 게 아니에요. 지금 여기에 있는 여러분들이 헛된 꿈을 꾸는 게 아니예요. 

 

우리가 이 나라의 주권자이니까 국가를 발전시키고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평화적 통일이라면 그 일을 달성할 정부를 우리가 구성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게 통일준비예요. 몇 사람이 모여서 회의를 하는 게 통일준비가 아니고, 통일을 강력하게 추진할 정부를 구성하는 겁니다. 헌법 전문에 국가의 최고 목표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과 평화적으로 통일하는 것, 딱 이 두 가지라고 못박혀 있습니다. 그러니 이것은 바로 헌법 가치를 구현하는 일입니다. 

 


 

‘평화적으로 통일을 안 하고 무력으로 통일을 하겠다’, ‘며칠만 참아라. 밀어붙여서 통일하자’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헌법에 위배되는 사람이에요. 그렇게 하려면 헌법을 고친 후에 해야 되는 거예요. 정치지도자는 국회의원 선서를 하든 대통령 선서를 할 때 이 헌법을 지키겠다고 선언하잖습니까. 그런데 문제는 그것을 실현하려는 의지가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우리들도 부족하다는 거예요. 

 

그러니 일본의 상황이 나쁘다, 중국의 상황이 우리에게 불리하다, 이렇게만 볼 게 아닙니다. 주체 역량만 확실하면 상대의 힘을 이용해서 통일에 유리하도록 할 수가 있습니다. 유도를 할 때 내가 꼭 힘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니잖아요. 상대의 힘을 이용해서 약간만 비킬 수 있으면 기선을 제압할 수 있어요. 중요한 것은 그 중심에 선 주체가 어떤 목표의식을 분명히 가지고 임하느냐입니다.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안 됩니다. 미국, 일본, 중국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면서, 또 한국 안에서는 보수의 입장과 가진 자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면서 나가야 합니다. 그들을 욕만 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이게 현실이라면 그들의 심리, 그들의 상황도 고려해서 그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길을 열어주어야 합니다. 재벌에게는 손해가 되는 길이 아니라 그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길을 열어주어야 합니다. 통일은 재벌에도 이익입니다. 그들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것은 이제 통일을 반대할 세력이 없게 되기 때문에 바로 통일의 기회가 가까이 다가온 것이 됩니다. 

 

이런 목표의식을 갖고서 놀더라도 놀자는 겁니다. 이런 얘기하면서 술도 먹고, 이런 얘기하면서 노래도 부르고, 노래 한 곡 부르고 이런 얘기하고, 또 노래 한 곡 부르고 이런 얘기하고, 술 먹으면서 밤새도록 이런 얘기를 하고요. 연애를 하더라도 두 남녀가 계속 이런 얘기를 하면서 연애를 하고요.(모두 웃음과 박수) 

 


 

그래서 ‘통일운동 때문에 연애 못한다. 통일운동 때문에 사업 못한다’ 이렇게 말할 이유가 없어요. 통일이야말로 우리들의 사업을 더욱 잘 되게 하는 일이에요. 그러니 통일이 꼭 개인에게 손실이라고만 보지 마세요. 약간 시간이 뺏기는 것 같고, 약간 손실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지 절대로 손실이 나지는 않아요. 통일은 우리 모두를 위해서 이익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들 중에 누구도 다른 사람을 해칠 생각을 갖고 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모두를 행복하게 하고, 모두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누구에게도 배타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좀 더 떳떳하게 숨기지 말고 이 일을 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의 격려 말씀에 통일의병들은 뜨거운 박수갈채로 감사의 마음을 표했습니다. 

 


 

모두들 통일의병을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으로 다시 돌아온 듯한 기분이 되면서 한껏 분위기가 고조되었습니다. 

 

이렇게 격려 말씀을 한 후 스님은 곧바로 행사장을 나왔습니다. 끝까지 행사에 참석하면 좋지만, 행자대학원 9기 행자님들과 함께 내일 아침부터 두북에서 농사일을 하기로 되어 있어서 밤새도록 울산까지 내려가야 합니다. 9시 30분에 서울을 출발한 스님은 새벽 1시 30분에 울산 두북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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