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읽기

<틱낫한 명상>, 틱낫한, 불광출판사

거울닦는 달팽이 2017. 5. 2.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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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선사인 조주(趙州)에게 수행자가 찾아와 불법의 큰 의미에 대해 물었습니다조주가 차를 내어 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차나 한 잔 하시게이 때 옆에서 보고 있던 원주가 물었습니다. "스님어째서 '차나 한 잔 하시게'라고 말씀하십니까?" 조주가 말했습니다. "원주,자네도 차나 한 잔 하시게"

 

조주는 무엇을 말하고자 한 것일까요사실 여기에는 숨은 비유가 없습니다문자 그대로다.차 한 잔을 제대로 마실 줄 알면 그것이 그대로 깨달음이라는 것입니다차를 마실 때는 마음이 온전히 차에 머물러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그런데 우리들 대부분은 아주 맛있는 커피를 앞에 놓고도 맛을 음미하는 것은 대개 첫 모금뿐입니다. "맛있다하고는 곧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하고미래를 걱정하느라 어느새 커피 맛은 뒷전입니다이내 무엇을 마시고 있는지조차 잊어버리지요.

 

'힐링열풍으로 많은 이들이 가족과 자연을 찾습니다그러나 캠핑을 가서도 정작 빈 마음으로 자연을 느끼는 사람은 드문 듯 합니다사진을 찍고고기를 굽고이야기하고 영화를 보느라 어느새 자연은 '배경'으로 전락해버립니다누군가는 힐링을 위해 명상을 하기도 합니다선방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마음을 가라앉히고 평화를 찾지만막상 문을 열고 나오면 곧 어깨는 무거워지고 평화는 사그라집니다.

 

정말로 깨어있는 삶을 살고자 한다면 따로 자연을 찾거나 명상을 할 때만이 아니라 '지금,여기'의 일상 속에서 깨어 있어야 합니다. <틱낫한 명상>은 이러한 생활 속의 명상에 대해 다룹니다바쁜 생활을 어떻게 '쪼개어명상할 것인지가 아니라생활의 모든 순간을 어떻게 명상하듯 깨어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힐링 타임'을 따로 낼 것이 아니라 먹고,걷고일하는 매 순간 힐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심지어 가장 단순한 일인 설거지를 할 때조차 깨어 있어야 합니다.

 

"설거지 하는 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하나는 그릇을 깨끗하게 하려고 설거지를 하는 것이고다른 하나는 설거지를 하려고 설거지를 하는 것이다설거지를 하면서 뒤에 차 마실 일만 생각하고 그래서 마치 성가신 일을 처리하듯 서둘러 그릇을 씻는다면 그것은 '설거지를 하기 위해서 설거지를 하는 것'이 아니다게다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자기 삶을 알차게 살지도 못한다지금 설거지를 하지 못한다면 이따가 차도 제대로 마실 수 없다차를 마시면서 다음 일을 생각하느라고 자기 손에 찻잔이 있었는지 모를 테니까그렇게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서 헤매느라고자기 삶의 한 순간도 알차게 살지 못하고 만다."

 

설거지를 할 때에는 설거지만 해야 합니다자기가 설거지를 하고 있음을 순간순간 알아차려야 한다는 말입니다내가 여기 서서 그릇을 닦고 있다는 사실이 그대로 놀라운 현실입니다내 숨을 따라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과 내 생각내 행동을 다 알아차림으로써 온전하게 나 자신으로 현재에 존재하는 것입니다그러면 물결 위에서 이리저리 떠다니는 병처럼 생각 없이 떠밀려 다닐 리 없습니다마음이 오직 '현재'에 머무를 때싱크대 앞에 서있는 동안에도 우리는 인생의 기적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한 책: <틱낫한 명상>, 틱낫한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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