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있는 세상

바흐 ‘시칠리아나’ BWV 1031. 피아노 버전, 예프게니 키신 연주

거울닦는 달팽이 2018. 1. 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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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식’이라는 의미의 이 말은 여기선 이탈리아 최남단의 섬 시칠리아에서 탄생한 6/8 박자 혹은 12/8 박자의 느긋한 춤 음악 형식을 뜻한다. 나른한 봄날, 양치기 소년이 춘곤증에 빠져 졸린 눈을 반쯤 감은 채 풀밭에 누워 구름 한 점 없는 아름다운 하늘을 하염없이 쳐다보는 듯한 그런 분위기의 음악이다. 전원풍의 달큰하고 평화로운 목가(牧歌) 음악인 것이다.

바흐는 자신의 수많은 기악곡에서 시칠리아나 음악을 썼다.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에서도, 쳄발로 협주곡에서도 시칠리아나가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우리에게 가장 유명한 건 아마도 <플루트 소나타 제2번 BWV1031>의 시칠리아나일 것이다. 이 작품의 제2악장에서, 나른한 여신들의 윤무(輪舞)와도 같은, 너무나 매혹적인 시칠리아나가 등장한다. 

아스라한 남쪽의 태양이 전해주는 기분 좋은 따뜻함 속에 바흐 음악 특유의 정갈한 질서와 깊은 정신성이 함께 느껴진다. 마치 굽이쳐 펼쳐진 시칠리아 섬의 깊디 깊은 계곡과 골짜기를 한참이나 돌아서 지나 고요한 비원의 수도원 뜰 안에서 나홀로 기도하는 카톨릭 성인의 조각상과 마주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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