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새기는 멧세지

정호승님의 시 몇 편- 내가 사랑하는 사람 외..

거울닦는 달팽이 2009. 8. 1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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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랑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

 

 

 

                                          미안하다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

 

 

 

 

 그는...

그는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조용히 나의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사람이었다.
그는 아무도 나를 위해 기도하지 않을 때
묵묵히 무릎을 꿇고
나를 위해 울며 기도하던 사람이었다.
내가 내 더러운 운명의 길가에 서성대다가
드디어 죽음의 순간을 맞이했을 때
그는 가만히 내 곁에 누워 죽음이 된 사람이었다.
아무도 나의 주검을 씻어주지 않고
뿔뿔이 흩어져 촛불을 끄고 돌아가 버렸을 때
그는 고요히 바다가 되어 나를 씻어준 사람이었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자를 사랑하는
기다리기 전에 이미 나를 사랑하고
사랑하기 전에 이미 나를 기다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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