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인생 오후 만들기

미국에서 부부만의 캠핑이 즐거울까?

거울닦는 달팽이 2024. 8. 2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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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성장해서 독립했고,
집돌이 집순이인 동갑내기 우리 부부...
 
만나는 사람 거의 없는 단조로운 일상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일주일에 최소 한 번의 외출,
한 달에 한 두번은 외출을 감행하여
세상과의 조우를 해야만,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든다.
 
물론, 완벽한 집돌이인 남편은 일주일 내내,한 달 내내
집에만 있어도 상관이 없는 사람이지만,
(집에서 재택을 하고 있으니, 갑갑함이 나와 다르긴 하겠지.)
나는 가끔씩 삶의 생기를 불어 넣어줄
최소한의 자극은 필요한 사람이었다..
 
내가 나이든 우리 부부 함께하는 새로운 취미를 만들어보자하면,
남편은 늘 < 바둑>을 같이 하자고 하고..
나는 싫다 하고...
(우띠, 즐겁기보단 짜증날 것 같다!!!)
차라리,  주변 사람들이 많이 하는 <골프>를 우리도 해보자고 하니,
남편은 그건 또 싫다고..하고 싶으면 나혼자 하랜다.
(모든 운동을 극도로 싫어하는 우리 남편...으윽~)
 
마침내, 갑갑한 내가 새로운 제안을 했다.
"그럼 우리 같이 캠핑을 다녀보면 어떨까?
우리 가까운 곳에 피크닉 가도, 좋았잖아.
난 자연 속에 있는 게 좋아.
숲 속에서 들리는 벌레 소리, 새소리 너무 좋고..
멍하니 앉아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 구경하는 것도 좋고,
밤이 되어 모닥불 피워놓고 옥수수도 고구마도 구워먹고...
이른 아침 숲 속에서 마시는 커피는 얼마나 좋을까..."라며..
 
남편은 "캠핑도 불편해서 안 내켜.
아침에 샤워도 잘 못하고, 캠핑용품 차에서 꺼내고 다시 싣는 것도 귀찮고, 
벌레들은 더 싫고 등등..."ㅋ
 
그런  남편을 다시 구슬려,
"그래도 우리 시도는 해보자.
그냥 집에서 가까운 곳에
바람만 쐬고 온다는 느낌으로 딱 하룻 밤만 자고 오자. 
재미없고, 싫고 불편한지 아닌지 실험삼아 해보자!"
라고 말했다,
 
사실, 아이들이 어렸을 때엔 킹스캐년, 요세미티 같은 곳에서
캠핑하거나 캐빈에 머물기도 했고..곰까지 만나기도 했었지만, ^^ 
그때도 움직이기 싫어하는  남편을
 아이들을 위해서라는 말로 구슬리곤 했었지.
 
이제는 우리 둘 만,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집 가까운 곳으로 시도만 해보자고 하니
그건 괜찮겠다며, 강행해보았다. ^^
 
장소는 우리 집에서 1시간여 걸리는 곳으로
O'neill Campground 로 정했고,
일요일, 월요일 날짜로는 예약 자리가 남아 있어서
울 아저씨, 회사를 하루 OFF 하고 쌩~ 다녀왔다.
 
결과는?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고, 좋았었다! ^^
 
삼겹살에 김치, 콩나물무침, 미나리를 얹어 구워먹는 것도 즐거웠고,
캠프파이어에 옥수수를  태워버렸지만,
달밤에 불멍하며 탄 옥수수를 먹는 것도 즐거웠고,
새벽 공기 속의 커피 한 잔도,
아침으로 먹은 뜨거운 오뎅탕도
너무너무 재미있는 맛이었다.^^
 
우리가 예약한 자리는 수도 시설도 있었고,
화장실과 샤워실도 가까워서 
샤워 못하면 힘들어하는 남편도 (몸에 기름이 많이 나오는 청년 체질???)
잠들기 전에 샤워를 하고 잘 수 있어서
나름 만족하였다.
 
 

텐트 뒤로 수도시설이, 옆에는 피크닉 테이블, 앞에는 불을 피울 수 있어서 편리했다.
 

피크닉 테이블에 이것저것 올려 놓고, 작은 스피커로 음악도 들으면서 캠핑하니 참 좋았다.

 
 

나의 캠핑 메뉴 설정은 더할나위없이 만족스러웠다. 집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 주변이 너무 지저분해지는데... 나는 삼겹살과 어울리는 콩나물 무침도, 김치도, 미나리도 준비했다. ^^ 더군다나 집을 나서면, 남편이 도맡아 일을 하니, 너무너무 편했다. ^^

 
 

모기 쫓는 캔들은 유용했다. 벌레들이 촛불 타면서 나오는 냄새 때문에 다가오지 않았다. 내가 고른 예쁜 램프와 더불어 운치도 있고...

 
 

작은 power station을 구입해서 캠핑에서 전기 사용을 할 수 있는 건, 처음 알았다.난...처음으로 에어매트리스로 너무 편한 잠자리도 완성했다. 내 목소리 들으니 난감하다. 블로그에 올릴 생각이었으면, 목소리를 지우든지, 아님 좀 이쁘게 말할 걸..쩝~ 그냥 둔다. 이게 나인 걸 뭐..ㅋ
OC 지역에서 캠프 파이어를 위한 나무 구입은 캠핑장에서 구입하라고 권한다. 그걸 모르고 우리는 월마트에도 장작을 팔지 않아, 동네 그로서리 마켓에서 구입해서 가져갔는데, 불이 잘 붙지 않아서 남편이 고생을 했다. OC 지역의 삼림을 보호하기 위해, 외부 지역에서 가져온 장작들에 있을 수 있는 해충들이 그 지역의 나무들에 피해를 주기 때문이라는 안내문을 나중에 읽고서야 알게 되었다. ^^;;

 

잠들기 전 화장실 다녀올 때, 보이던 우리 텐트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부탁하지 않아도 당연히 따라와주는 남편도 고맙고...보름달이 떠오르는 모습도 텐트 바깥으로 보여서 정말 운치있었다.나는 아침에 종종 나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누리러 온 여행자이다. 라는 확언을 되뇌이기도 하는데, 그 문장이 생각나서 적어보았다.

 
 

불멍을 하며, 남편과 살아온 시간들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둘 다 참으로 세상살이에 적응하기 힘든 성격인데, 미국에서의 삶을 선택하다니, 자기 자신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두 사람이었다..ㅠㅠ 돌아보면 참 많이도 헤매었다.ㅠ.ㅠ 그 덕에 아이들은 도리어 의연하게 잘 자란 것 같지만, 우리는 늘 미안한 마음...ㅠ.ㅠ 이렇게 꿈처럼 시간은 흘렀고, 이제 다시 처음처럼 우리 두 사람만의 생활...이렇게 한번씩 바깥 바람쐬며, 건강하게 평온하게 살아가요..극 INTP 아저씨~~~( INTP는 MBTI 말만 꺼내어도 짜증을 내는 사람들이다..ㅋ)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는 밤에 잘때 너무 추웠다는 것...ㅠ.ㅠ
(이게 서든캘리포니아의 장점이지..낮에 더워도 건조한 더위여서 그늘은 시원하고,
밤이 되면 시원해진다. 하지만 집 밖의 자연에서는 너무나 추웠다는...
우리나라는 계속 열대야로 시달리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던 때인데..ㅎ)
그리고 도로가 근처에 있어서 밤에 시끄러웠다는 것...
아무래도 도심에서 가까운 캠프그라운드였으니, 감수해야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것 외에는 나이든 부부가 캠핑을 취미 삼아 
자연 속에서 함께 텐트도 치고, 음악도 듣고, 책도 읽고, 밥도 해 먹고, 불멍도 하고...
극반대 성향의 부부도 함께 할 수 있는
꽤 괜찮은 취미가 될 수 있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음에 이곳을 다시 간다면, 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쪽으로 예약하고,
잘 때는 추울 수 있으니, 두꺼운 침구나 슬리핑백을 가져 가든지 하면 좋을 것 같다.^^
 
집에 돌아와서 얘기 나눈다.
우리 일상이 갑갑하게 느껴지면,
이렇게 가까운 곳으로 훌쩍 캠핑을 가든지,
날씨가 추워지면 글램핑도 해 보자고...^^
 
결론: 나이든 부부에게 캠핑은 즐거운 취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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