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있는 세상

봄날, 벚꽃 그리고 너/만파식적-김승희

거울닦는 달팽이 2010. 5. 2.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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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  김승희

 

 

 

더불어 살면서도

아닌 것 같이.

외따로 살면서도

더불음 같이,

그렇게 사는 것이 가능할까?

 

간격을 지키면서

외롭지 않게,

외롭지 않으면서

방해받지 않고,

그렇게 사는 것이 아름답지 않은가?.....

 

두 개의 대나무가 묶이어 있다.

서로 간의 기댐이 없기에

이음과 이음 사이엔

투명한 빈자리가 생기지,

그 빈자리에서만 불멸의 금빛 음악이 태어난다.

 

그 음악이 없다면

결혼이란 악천후,

영원한 원생동물들처럼

서로 돌기를 뻗쳐

자기의 근심으로

서로 목을 조르는 것

더불어 살면서도

아닌 것 같이

우리 사이엔 투명한 빈자리가 놓이고

풍금의 내부처럼 그 사이로는

바람이 흐르고

별들이 나부껴,

 

그대여, 저 신비로운 대나무피리의

전설을 들은 적이 있는가?...

외따로 살면서도

더불음 같이 죽순처럼 광명한 아이는 자라고

악보를 모르는 오선지 위로는

자비처럼 서러운 음악이 흘러라.....



                                                                        - 김승희, <만파식적-남편에게>


 


 

* 만파식적' 전설 속의 피리로 낮에는 떨어져 있다가 밤이 되면 합쳐진다는 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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