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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 김승희
더불어 살면서도
아닌 것 같이.
외따로 살면서도
더불음 같이,
그렇게 사는 것이 가능할까?
간격을 지키면서
외롭지 않게,
외롭지 않으면서
방해받지 않고,
그렇게 사는 것이 아름답지 않은가?.....
두 개의 대나무가 묶이어 있다.
서로 간의 기댐이 없기에
이음과 이음 사이엔
투명한 빈자리가 생기지,
그 빈자리에서만 불멸의 금빛 음악이 태어난다.
그 음악이 없다면
결혼이란 악천후,
영원한 원생동물들처럼
서로 돌기를 뻗쳐
자기의 근심으로
서로 목을 조르는 것
더불어 살면서도
아닌 것 같이
우리 사이엔 투명한 빈자리가 놓이고
풍금의 내부처럼 그 사이로는
바람이 흐르고
별들이 나부껴,
그대여, 저 신비로운 대나무피리의
전설을 들은 적이 있는가?...
외따로 살면서도
더불음 같이 죽순처럼 광명한 아이는 자라고
악보를 모르는 오선지 위로는
자비처럼 서러운 음악이 흘러라.....
- 김승희, <만파식적-남편에게>
* 만파식적' 전설 속의 피리로 낮에는 떨어져 있다가 밤이 되면 합쳐진다는 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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