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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순수의 전조 / 윌리엄 블레이크

거울닦는 달팽이 2012. 2. 1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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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전조 윌리엄 블레이크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보며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보라.

그대 손바닥 안에 무한을 쥐고

한 순간 속에 영원을 보라.

 

새장에 갇힌 한 마리 로빈새는

천국을 온통 분노케하며,

주인집 문 앞에 굶주림으로 쓰러진 개는

한 나라의 멸망을 예고한다.

쫓기는 토끼의 울음 소리는

우리의 머리를 찢는다.

 

종달새가 날개에 상처를 입으면

아기 천사는 노래를 멈추고....

모든 늑대와 사자의 울부짖음은

인간의 영혼을 지옥으로부터 건져 올린다.

여기저기를 헤매는 들사슴은

근심으로부터 인간의 영혼을 해방시켜준다.

학대받은 양은 전쟁을 낳지만,

그러나 그는 백정의 칼을 용서한다--

그렇게 되는 것은 올바른 일이다.

 

인간은 기쁨과 비탄을 위해 태어났으며

우리가 이것을 올바르게 알 때,

우리는 세상을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다.

기쁨과 비탄은 훌륭하게 직조되어

신성한 영혼에겐 안성맞춤의 옷,

모든 슬픔과 기쁨 밑으로는

비단으로 엮어진 기쁨이 흐른다.

 

아기는 강보 이상의 것,

이 모든 인간의 땅을 두루 통해서

도구는 만들어지고, 우리의 손은 태어나는 것임을

모든 농부는 잘 알고 있다.....

자신이 보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그대가 무엇을 하건, 그것을 결코 믿지 않을 것이다.

해와 달이 의심을 한다면

그들은 곧 사라져 버릴 것이다.

 

열정 속에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열정이 그대 속에 있는 것은 좋지 않다.

국가의 면허를 받은 매음부와 도박꾼은

바로 그 나라의 운명을 결정한다.

이 거리 저 거리에서 들려오는 창부의 흐느낌은

늙은 영국의 수의를 짤 것이다.

 

Auguries of Innocence(순수의 전조) 번역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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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는 당시 그가 살았던 영국 사회의 모순을 비판하고, 잘못되어가는 조짐들을 통해 조국의 앞날을 걱정하였다. 기득권층만을 위한 법과 제도로부터 소외당한 하급계층이 겪어야할 가난과 비통함을 신랄하게 묘사한 그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기도 하다. 사물과 현상의 본질을 꿰뚫는 눈과 시대를 앞서가는 신비주의적 감각은 훗날 높이 평가를 받지만 난해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산업혁명이 인간을 통째로 갈아서 바닥 모를 퇴락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는 공포의 상징으로 표현된 사탄의 맷돌은 구닥다리 비주류 경제학자 칼 폴라니가 쓴 <거대한 전환>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속성을 비판하는 기재로 다시 인용된다. '돈 놓고 돈 먹는' 카지노자본주의로 치달아 지금 곳곳에서 터지고 있는 금융위기에서 보듯이 마침내 경제를 거덜 내고 말 것임을 예감했다.

 

캐피털리즘이 시장근본주의(신자유주의)와 만나면 사탄의 맷돌이 되어 인간(노동)도 자연(토지)도 구매력(화폐)도 온통 '곤죽'으로 만들어버릴 거라고 이 책은 전망했다. 1944년에 나온 이 책이 지금 조명을 받는 이유는 좌우 이념에서 벗어나 치밀한 비판적 접근을 거쳐 독특한 해법을 펼쳐 보였기 때문인데 브레이크의 신비한 감각과 상통한다.

 

오늘의 현실은 평생을 인간의 고통과 근원에 대해 고민하고 시장 만능주의에 맞서 사회가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귀 기울이도록 한다. 더불어 블레이크의 순수의 전조에서 보여주는 불길한 조짐들이 과연 우리와는 전혀 무관한 것인지도 눈여겨 볼 일이다.

첨부이미지

출처 : 사선암(四仙岩)!
글쓴이 : 풍월(風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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