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읽기

(펌)읽은 책을 잘 기억하는 법

거울닦는 달팽이 2013. 9. 2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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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기에 더 좋은 계절이지만 독서하기에도 좋은 9월이라, 독서에 관한 칼럼 하나를 공유합니다. 독서 강연을 하다보면, 책을 읽어도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고민하는 분을 종종 만납니다. 기억을 하지 못하니 읽은 책을 활용할 수 없다고 하소연하기도 하고요. 그런 분들을 위한 하나의 제안입니다. 마음까지 (혹은 마음이라도)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

 

 

갯장어잡이와 독서의 공통점

 

작은 고기잡이배 한 척을 상상해 보자. 배는 바다로 나아갔고, 당신은 낚싯바늘에 걸린 갯장어를 끌어 올렸다고 하자. 갯장어를 산채로 육지까지 싣고 가려면 신선한 물이 담긴 어창에 넣어야 한다. 하지만 당신은 갯장어를 배의 바닥에 던져놓고 만다. 그것들을 어창에 넣는 일보다는 바다에서 끌어올리는 맛이 좋아서다. 갯장어의 생사에는 아랑곳 않는 당신은 연신 ‘주낙’이라 불리는 낚싯줄을 잡아당기느라 바쁘다. 당신의 배는 오늘 꽤 많이 갯장어를 끌어올렸지만, 갑판 위의 갯장어들은 육지로 돌아올 무렵에는 모두 죽고 말았다.

 

왜 죽었을까? 갯장어가 살아있을 어창을 마련하지 못했거나 어창이 있다고 해도 그곳에 집어넣지 않았기 때문이다. 갯장어를 산 채로 육지까지 데려오려면 잡는 일 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이빨을 조심하며 갯장어를 어창에 집어넣는 일이 필요하다. 갯장어잡이는 독서한 것들이 왜 우리의 내면에 쌓이지 않고 증발해 버리고 마는지를 보여준다. 왜 읽은 책을 기억하지 못할까? 책에서 얻은 지식을 담아 둘 만한 지적창고를 설계해 두지 못했거나 읽은 것들을 창고에 분류하여 저장하는 일을 건너뛰었기 때문이다. 읽은 책을 기억하여 활용하려면, 읽는 일 뿐만 아니라 잊어버리기 쉬운 내용들을 자신의 지식창고에 분류하여 넣어두어야 한다.

 

능동적인 독서가

 

많은 사람들은 감나무 아래에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태도로 책을 읽는다. ‘책이여! 나는 그저 읽기만 테니, 그대는 내게 변화와 성장을 안겨주시오’ 하는 식이다. 생각하지 않고 실천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으면 변화와 성장도 없다. 갯장어를 잡아 올리기만 하고 어창에 넣지 않으면 죽어버리듯이, 책을 읽기만 하고 사유하지 않고 실천하지 않고 정리하지 않으면 내용은 잊히고 만다. 나에게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곡괭이 한 자루를 어깨에 메고 산으로 올라 금광을 캐는 느낌이다. 이것이 능동적인 독서가의 모습이다.

 

능동성은 지식창고를 만드는 필수품이다. TV시청, 만화, 유행가를 즐기는 데에는 아무런 노력이 필요 없지만, 독서는 다르다.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즐기려면 노력이 필요하듯이 독서에도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능동성은 그런 노력을 기꺼이 감당하겠다는 자발적인 마음이다.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으로도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 조윤범은 능동성이 중요함을 이해한 예술가다. 그는 감동은 ‘받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라 말하며 능동적으로 쟁취하는 ‘감동적인 삶’을 강조했다. 책도 마찬가지다. 독서 감동은 ‘받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다. 능동적으로 독서하는 태도가 지적인 삶을 만든다.

 

지식창고를 만드는 팁

 

“지적인 사람들은 지식의 문제가 무엇보다 우선 ‘오리엔테이션’의 문제라는 것을 안다. 지식을 쌓았다는 것은 이런저런 책을 읽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책들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다는 것, 즉 그것들이 하나의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고, 각각의 요소를 다른 요소들과의 관계 속에서 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총체적 시각을 통해 개념들 자체보다 개념들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 피에르 바야르

 

파리8대학의 문학교수 피에르는 능동적 독서가가 가진 능력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지식창고는 ‘오리엔테이션’의 역할을 한다. 한 분야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사람을 안내할 수 있는 오리엔테이션을 위한 지식을 분류하여 머릿속에 정리해 둔 것이 지식창고다. 능동적 독서가는 갯장어가 살아있을 수 있는 어창, 다시 말해 해당 지식을 분류하여 저장할 지식창고를 만들어야 한다. 다음은 지식창고를 만들기 위한 3가지 실천지침이다.

 

① 지적 오리엔테이션이 무엇인지 인식하자. 링크된 글을, 내용보다는 글쓴이가 시도한 오리엔테이션에 집중하면서 읽으면 된다.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share2&document_srl=555782&page=1② 한 분야의 책을 읽기 전에 그 분야의 지성사와 연구사를 읽으며 큰 그림과 지적 얼개를 세우자. 철학에서는 윌 듀란트의 『철학이야기』, 경제학에서는 로버트 하일브로너의 『세속의 철학자들』 등의 책을 읽는 것이다. ③ 책에 관한 책이나 서평집을 읽자. 이현우의 『책을 읽을 자유』, 고명섭의 『즐거운 지식』등은 일급항해사의 서평집이다. 자기경영서를 즐기는 분들에겐 『내 인생의 탐나는 자기계발 50』을 추천한다. 서평집은 책에 대한 거시적인 접근을 익히는데 도움을 준다.

 

글을 맺는다. 바다는 끝없이 원대하다. 지식의 바다도 넓고 깊다. 독서가로서의 우리 앞에 펼쳐진 무대가 드넓다는 사실은 우리의 발전가능성이 장엄하다는 뜻이다. 책을 읽을 때마다 분류하여 저장할 수 있는 지식 창고를 품고서 힘차게 항해하자. 바다는 자원의 보고요, 책은 지식의 보고다. 귀한 보물을 건지며 멋진 인생을 누리시기를 기원 드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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