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읽기

동물원에 가기 -알렝 드 보통

거울닦는 달팽이 2012. 8. 7.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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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일관된 따스하고 평범하고 특별하고 날카롭고 통찰력있고 친절한 글들이 참 위로가 되고 충고가 되어 줬다.

차를 마시며, 술잔을 기울이며 누군가로부터 들을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는 그런 글들...

 

*어쩌면 우리가 슬플 때 우리를 가장 잘 위로해주는 것은 슬픈 책이고,

우리가 끌어안거나 사랑할 사람이 없을 때 벽에 걸어야 할 것은 쓸쓸한 도로변 휴게소 그림인지도 모른다 - 슬픔이 주는 기쁨

 

*존재하는 것으로부터 가장 위대한 결실과 가장 위대한 기쁨을 수확하는 비결은, 위태롭게 사는 것이다! - 니체 인용 / 일과 행복 중

 

*고용자와 피고용자 사이에 어떤 동지애가 이룩된다 해도 노동자가 아무리 선의를 보여주고 아무리 오랜 세월 일에 헌신한다 해도, 노동자들은 자신의 지위가 평생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 그 지위가 자신의 성과와 자신이 속한 조직의 경제적 성공에 의존한다는 것, 자신은 이윤을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감정적인 수준에서 늘 갈망하는 바와는 달리 결코 그 자체로 목적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결국 노동자는 늘 불안하게 살아갈 수 밖에 없다. ....

이제 휴가를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오면 일이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 쪽이 일을 견디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두는 것이 좋겠다. 그래야 우리의 슬픔을 그나마 다독일 수 있을테니까 - 일과 행복

 

*인간의 불행의 유일한 원인은 자신의 방에 고요히 머무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 파스칼 인용 / 따분한 장소의 매력

 

*네덜란드 화가 페터 드 호흐의 작품들은 소박한 생활, 예컨대 저녁 식사, 집안일, 친구들과 한잔 기울이는 것의 재미와 가치를 일깨워주는 귀중한 임무를 수행하여, 평범한 일상에서 속물적으로 탈출하고자 하는 헛된 야망과 유혹을 진정시켜준다. 호흐는 벽돌로 지은 건물, 윤기 나는 문에서 반사되는 빛, 여자 치마의 주름의 아름다움에 관심을 기울여, 우리 세계 어디에나 있지만 흔히 무시해버리는 이런 것들에서 기쁨을 발견하도록 도와준다 - 따분한 장소의 매력

 

*다른 사람의 책에 있는 말을 읽다 보면 전보다 더 생생한 느낌으로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 세계는 어떠한지 돌아보게 된다. 예를 들어 젊은 시절 짝사랑이 무엇인지 나에게 가르쳐주는 사람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다. 정치가나 광고업자의 헛배운 어리석음을 보게 해준 사람은 플로베르의 오메다. 내가 질투심에 무너질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프루스트의 고통스러운 구절들 덕분이다 - 글쓰기(와 송어)

 

*존 드라이든의 말을 빌리면 풍자의 진정한 목적은 악의 교정이다. 유머는 높은 지위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는 데 유용한 도구일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지위에 대한 불안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 희극

 

*<슬픔이 주는 기쁨> 中
P12.
위대한 화가와 만나서 얻을 수 있는 부수입은 그들의 그림 덕분에 이 세상에서 화가가 예민하게 반응을 보였을 만한 곳들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는 것이다.

예)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fanclub200&logNo=120110741392&parentCategoryNo=17&viewDate=¤tPage=1&listtype=0

P14.
유쾌한 외로움

P24-P25.
오스카 와일드는 휘슬러가 안개를 그리기 전에는 런던에 안개가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물론 안개야 많았겠지만, 우리의 시선을 인도해주는 휘슬러의 그림이 없었더라면 그 독특한 특질을 보는 것이 약간 더 어려웠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공항에 가기> 中
P38.
비행기에서 구름을 보면 고요가 찾아든다,. 저 밑에는 적과 동료가 있고, 우리의 공포나 비애가 얽힌 장소들이 있다. 그러나 그 모두가 지금은 아주 작다. 땅 위의 긁힌 자국들에 불과하다. 물론 이 유서 깊은 원근법의 교훈은 전부터 잘 알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차가운 비행기 창에 얼굴을 갖다 대고 있을 때만큼 이것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경우는 드물기에 우리가 지금 타고 있는 것을 심오한 철학을 가르치는 스승이라 부를 만하다.

<진정성> 中
P43.
가장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가장 자신 있게 유혹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랑의 아이러니 가운데 하나다. 상대를 향한 강렬한 욕망은 유혹에 필수적인 무관심에 방해가 된다. 또 상대에게 느끼는 매력은 나 자신에 대한 열등감을 동반하기 마련이니, 이는 사랑하는 사람의 완벽함에 자기 자신을 견주어 보기 때문이다.

P44.
이런 식으로 열등감을 느끼게 되면, 바로 나 자신이라고 말하기 힘든 어떤 다른 인물로 위장할 필요가 생긴다. 나보다 우월한 존재의 요구를 탐색하여 거기에 부응하려고 노력하는 유혹자의 자아를 전면에 내세우게 되는 것이다.

P48.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침묵하면 그것은 상대가 따분한 사람이라는 뜻이 되고, 매력적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침묵하면 구제불능일 정도로 따분한 사람은 바로 나 자신임이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 어쩌면 침묵과 어줍음은 욕망의 애처로운 증거로서 용서 받을 수 있을 지 모른다. 상대에게 무관심한 사람은 능란한 유혹 솜씨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어줍게 유혹하는 사람이야말로 상대를 향한 진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관대하게 봐줄 수도 있다. 정확한 말을 찾지 못한 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정확한 말을 의도하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말로 표현하지 못할 뿐)


P49.말의 변비(발몽 자작)

P51."당신은 누구입니까?" 그리고 그것과 연결되는 "나는 누구여야 합니까?"

P57.나는 사랑 때문에 불구가 되었다.

P60.피하기 위한 거짓말과 사랑받기 위한 거짓말.

P62.우리는 계획보다는 우연에 의해 목표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일과 행복> 中
P77.
주어진 일의 성취에 자존심과 가치를 투자했을 때만 그 일을 하지 못했을 때 수치감을 느낀다. 우리가 무엇을 승리로 해석하고 무엇을 실패로 여기는 지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목표라는 이야기다.

P79.
마르크스의 이론은 고용자와 피고용자 사이의 피할 수 없는 갈등을 포착하고 극화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가치가 있다.

<동물원에 가기> 中
P90-P91.
동물원은 동물을 인간처럼 보이게 하는 동시에 인간을 동물처럼 보이게 하여 마음을 어지럽힌다.


<독신남> 中
P96.
무엇을 먹고 마실 지를 생각하기 보다는 누구와 먹고 마실 것인가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왜냐하면 친구 없이 식사하는 것은 사자나 늑대의 삶이기 때문이다. -에피쿠로스-



P97.함께 로맨틱해질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더 로맨틱한 사람은 없다.

P98.
사람은 아주 하찮은 것으로도 사랑에 빠질 수 있다. ~ 뭐 사랑이라는 말이 좀 그렇다면, 기질에 따라서는 반한 상태, 병, 착각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다른 사람을 향하여 뜨겁게 고조된 그런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P99.
여자들은 홀로 있는 남자들의 절망에 감사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미래의 충성과 이타심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따분한 장소의 매력> 中
P104.
인간의 불행의 유일한 원인은 자신의 방에 고요히 머무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파스칼-

P107.
우리는 보통 "이국적"이라는 말을 낙타나 피라미드와 연결시킨다. 그러나 뭐든지 다르고 또 바람직한 것이라면 그 말을 들을 자격이 있을 것 같다.

P109-P110.
따분해하는 사람들은 주로 따분한 사람들이다. 나는 자신의 내부가 흥미로워 굳이 도시까지 '흥미롭기를'바라지 않는 사람을 원했다. 정열의 샘에 늘 가까이 있어 도시가 '재미'없다고 해도 상관하지 않을 사람을 원했다. 인간 영혼의 어둡고 비극적인 면을 잘 알고 있어 취리히 주말의 고요를 고맙게 생각할 사람을 원했다.

P111.
보통이라는 것이 존엄과 안락에 대한 중간적인 요구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삶을 영위한다는 의미일 때는 높은 지위를 향한 욕망이 강렬해질 수 밖에 없다.


P116.
호흐의 세계에서 부르주아는 소박하지만 매력적인 옷을 입고 너무 천박하지도 않고 또 너무 허세를 부리지도 않고, 자식들과 자연스러운 관계를 맺고, 방탕한 상태로 빠지지 않으면서도 감각적 기쁨들을 인정한다.(중용의 화신)

P118.
사람들이 뭐라고 말하건 그런 한적한 삶에서 이행해 나가는 의무들은 다른 화려한 삶의 의무들만큼이나 어렵고 또 긴박한 것들이다. 안타깝게도 이 점은 계속 잊혀져 간다.

P119.
취리히가 이 세상에 주는 독특한 교훈은 어떤 도시가 그냥 따분하고 부르주아적이기만해도 진정으로 상상력을 자극하고 인간미가 넘치는 장소가 될 수 있음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는 것이다.

<글쓰기(와 송어)> 中
P122.
모든 독자는 자기 자신의 독자다. 책이란, 그것이 없었다면 독자가 결코 자신에게서 경험하지 못했을 무언가를 분별해낼 수 있도록, 작가가 제공하는 일종의 광학 기구일 뿐이다. 따라서 책이 말하는 바를 자기 자신 속에서 깨달을 때, 그 책은 진실하다고 입증된다. -프루스트-

P124.
우리가 보는 것을 나열한 자료는 예술이 되지 못한다. 오직 선별을 할 때에만 선택과 생각이 적용될 때에만 사물들이 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다.


P125.버지니아 울프의 일기 中 "지금 그 속에 앉아있다."

P126.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보다 이들을 훨씬 잘 묘사하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 독자가 읽다가 이것이 바로 내가 느꼈지만 말로 표현을 못하던 것이라고 무릎을 쳐야 하는 것이다.

P128.
이런 희미한, 그럼에도 치명적인 떨림을 포착하는 데 모든 관심을 쏟는 책을 읽다 보면, 그 책을 내려놓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뒤에도 작가가 우리와 함께 있다면 반응을 보였을 만한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우리의 정신은 새로 조율된 레이더처럼 의식을 떠다니는 대상들을 포착한다.

<희극> 中
P135.
농담이 비판에 특별히 효과적인 것은 겉으로는 즐거움만 주는 것처럼 보이면서 은근히 교훈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P136.
우리는 지나치고 어울리지 않는 것을 비웃는다. 우리는 비웃고, 비웃음을 통하여 불의와 과잉을 비판한다.

P137.
새뮤얼 존슨 : 풍자는 악이나 어리석음을 비난하는 여러 방법 중의 하나일 뿐이지만,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존 드라이든 : 풍자의 진정한 목적은 악의 교정

P138.
걱정이 은밀하고 강렬할수록 웃음의 가능성도 커지며, 이 때 웃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은 꼬챙이에 꿰어내는 솜씨에 바치는 찬사가 된다.

<삶을 붙잡아두는 데에는 감각 경험을 충실하게 기록하는 것 이상이 필요하다. 우리가 보는 것을 나열한 자료는 예술이 되지 못한다. 오직 선별을 할 때에만, 선택과 생각이 적용될 때에만 사물들이 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다.>

 

<따라서 당연한 일이지만, 유머 가운데 많은 부분은 지위에 대한 불안에 이름을 붙이고, 그럼으로써 그것을 억제하려는 시도다. 우리는 그런 유머를 보고 들으면서 세상에는 나만큼이나 질투심 많고 사회적으로 허약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처럼 돈 문제 때문에 고민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처럼 겉으로는 멀쩡한 표정을 짓지만 속으로는 약간 맛이 간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안심한다. 그러다보면 나처럼 고통 받는 이웃들에게 손을 내밀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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