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새기는 멧세지

수험생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려면.. (펌)법륜스님 즉문즉설중에서...

거울닦는 달팽이 2009. 6. 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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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고등학교 2학년인 아이가 있습니다. 이제 수험생 엄마가 되는데요. 아이한테는 스스로 알아서 하라고 이야기하지만 아이도 무엇을 전공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어요. 저 또한 아이에게 무엇이 맞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무관심한 탓이라는 생각도 들고 구체적인 고민을 함께하지 않는 것 같아 미안합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아이와 공감하고 아이한테 도움이 될까요?

 

스님 답변

 

제 경우엔 우리 어머님이 제 인생 진로에 대해서 어떻게 하라고 얘기해준 적이 한번도 없어요. 제가 출가할 때만 말리셨어요. 그런데 그것도 출가하지 않으면 단명한다 하니까 어머니께서는 “아이고, 그러면 스님 아들 삼으세요.” 하셨어요. 결국 그것도 반대를 하지 않으신 거지요.

 

아이를 놔두는 것과 외면하는 것은 다릅니다.

 

그렇게 좀 놔두는 게 좋아요. 하다하다 안 되니까 너 알아서 하라는 건 외면하는 것입니다. 질문하신 어머니는 본인 뜻대로 안 되니까 너 마음대로 하라는 게 아니라 본인도 몰라서 하시는 말씀이시잖아요. 모르는데 아는 척할 필요는 없지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따뜻하게 해 주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무관심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는 말입니다. 엄마라고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다 아는 건 아니지요. 그러니 엄마의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서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엄마도 요즘 새롭게 인생이 뭔지를 공부하고 있단다. 부처님 법 들으면서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길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는 중이란다. 내가 살아온 경험으로 보면 어떤 진로를 가느냐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더구나. 어느 대학을 가고 어느 학과를 가느냐가 그 때는 대단히 중요한 것 같지만 이삼십 년 지나서 돌아보면 그게 그렇게 인생에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어떻게 인생을 사느냐? 이게 중요한 거다. 그러니 너 아는 범위에서 성적에 맞는 적당한 학교를 선택하고 네가 좋아하는 몇 개 학과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가거라. 그것 때문에 인생이 크게 바뀔 일도 없고, 학과가 바뀐다고 해서 인생이 크게 바뀌는 것도 아니란다.”

 

 

저라면 이렇게 이야기해 주겠어요.

이 세상에 대학에서 전공한 것을 사회 나가서 쓰는 사람이 절반이나 됩니까? 안 되지요. 대학 졸업하고 직장 다니다가 나이 사십이 되어서 새로 공부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렇게 인생을 새롭게 개척해서 사는 사람도 있으니 지금의 문제는 문제가 아닙니다. 편안하게 받아들이세요. 내가 뭘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자꾸 힘든 것입니다.

 

집안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아이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서 가정에서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아빠가 아이들을 다 불러 놓고 “아빠가 이번에 실직을 했다. 집안에 이런 손해가 있다. 이런 형편에서 지금까지는 우리가 이렇게 살았는데 앞으로 수입이 이렇게 주니까 절약해서 살자. 너희들도 이렇게 같이 하자.” 하고 의논하는 게 좋습니다. 결정해서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사정을 알리고 함께하도록 말입니다. 그럴 때 오히려 사람들에게는 자발성이 생기지요.

 

만약 여러분들이 어떤 어려움이 있을 때 아이들을 위한다면서 아이들에게 가르쳐주지 않거나 알리지 않고 혼자서 꿍꿍 안고 가면 나중에 자식과 부모가 원수가 됩니다. 나중에 부모 마음에는 ‘나는 나대로 얼마나 고생하면서 너희를 공부시켰는데.’ 하는 생각이 들 것이고, 아이들은 그런 것을 까마득히 모르기 때문에 고마운 줄을 모릅니다.

 

마치 우리가 자연이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모르므로 우리가 자연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또 우리가 농부나 노동자들의 노고를 모르기 때문에 그들의 고마움도 모르는 것과 같지요. 한국이 얼마나 살기 좋은 나라인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불평불만이 많지요. 그런데 여러분들이 인도에 가서 한 달쯤 살아보면 한국에 태어난 것이 얼마나 큰 복인지 알게 됩니다. 모르기 때문에 마음이 그렇게 가는 겁니다. 그래서 야단치지 말고 사정을 알리는 게 필요합니다. 한탄이나 짜증나는 마음으로 책임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불평하는 게 아니라 애정을 갖되 그러나 진지하게 나누면 서로 힘이 됩니다. 나 혼자 무거운 책임을 지는 게 좋은 게 아니에요.

 

정토회가 활동을 할 때 저 혼자서 다하고 여러분들은 그저 돈이나 내고 법문이나 듣고 가라 하면 저한테나 여러분한테나 누구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잖아요. 나는 무거워서 힘들고 여러분들은 방관자라 재미가 없잖아요 그러나 우리가 이런 일을 함께 나누어 함으로써 처음엔 여러분들이 힘들다고 불평도 했지만 지금은 재미있게 잘 하잖아요. 이제 빈그릇 운동 같은 것은 스님 없어도 잘하고 있잖아요. TV에도 여러분들이 나오고 인터뷰도 여러분들이 하고 어디 가서 설명도 여러분들이 합니다. 여러분들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할 수 있는 어떤 일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까지는 환경교육이라 하면 대학 교수들이 와서 강의를 해야 했지요. 그렇지만 ‘쓰레기 제로운동’ 이런 것은 여러분들이 강의하면 훨씬 잘 하잖아요. 책만 보고 아는 지식과 실천하는 활동은 다르지요.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갑자기 마라톤 선수가 되겠다든지, 백 미터를 십 초안에 뛰겠다고 하는 것은 연습하면 물론 가능성은 있지만 확률이 너무 적지요. 그런 것보다는 가능성이 있고 노력하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게 좋죠. 그런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그런 희망을 주는 게 중요합니다. 의사 되면 좋을까, 판사 되면 좋을까 그런 생각하니까 진로를 정하기 어려운 거예요.

 

아이가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살도록 부모는 도와줄 뿐이다.

 

아이를 내버려 두는 게 좋습니다. 팽개치는 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됩니다. 그 다음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히 인정하고 “네 인생 개척해야 하는 것은 네 몫”이라고 얘기하고 내가 협력할 것은 이런 거라고 얘기하면 돼요. 함께 밥 먹으며 얘기를 나누면서 아이가 이런 저런 걱정을 하면 얘기상대가 되어주면 됩니다.

 

얘, 인생 살아보니 꼭 전공이 살려지는 게 아니더라. 살리면 좋지만, 반드시 그래야 되는 건 아니다. 그러니 네 성적에 맞게 네 취향에 맞는 것 중에 선택해서 가거라.”

너무 욕심내서 고민하지 말고 너무 많은 것을 두고 고르려고 하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선택하라고 조언해 줄 수 있죠. 여러분이 공부가 되고 수행이 되면 조언하기가 쉽습니다.

내 얘기를 꼭 들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 없어요. 듣고 안 듣고는 그 사람의 자유니까요.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애정을 가지고 진지하게 얘기해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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