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일기장

있는 그대로의 모습 수용하기..

거울닦는 달팽이 2009. 11. 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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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수업의 아이들 중, 유난히 남자 아이들은 더욱 산만하다.

남편은 미사 중 우리반 여자 아이가 잠시도 가만히 못 있는 것을 보고, 저런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냐고 했는데, 사실 여자 아이들은 남자 아이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흐~

 

오늘 정명이..

제일 산만해서 여자 아이들 괴롭히고, 교실 안에서 왔다갔다 하는 정명이에게

나도 급기야 짜증이 밀려와서, 아이와 눈을 맞추고 주의를 주었다.

근데  그 순간 정명이의 눈빛이 흔들리면서 물기가 약간 어리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렇게 무대뽀더니, 이렇게 마음이 여리다니...)

지금 생각해보니, 그 이후로 꽤 오랫동안 얌전히 있었던 것 같다,

 

 

집에 오면서 갑자기 문득 든 생각이 , 정명이는 나의 관심을 받고 싶어서 그랬던 것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사실 정명이가 내 수업 시간이 정말 따분하고 싫었다면, 내 가장 가까운 옆자리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다.

 남자 아이가 선생님 바로 곁에 앉아 선생님 책을 같이 보고 싶다고 했는데...

 

왼쪽 내 곁에 앉은 수현이는 여아스럽게 수업내내 쫑알쫑알 온갖 질문을 해대며 나의 관심을 계속 유도했다면, 정명이는 오른쪽 바로 내 곁에 자리를 잡고 앉아,그 반대로 내내 수업을 방해하면서 나의 관심을 끌려고 했다는 생각이 문득 든 것이다.

 

그래서 내가 정명이의 눈을 응시하면서 그런 태도가 선생님을 무척 힘들게 하고 있다고 했더니,

거의 울려는 표정이 되었던 것 같다.

이 아이 나름대로 나의 관심과 사랑(?)을 얻으려는 시도였는데, 나는 네가 나를 힘들게 한다고 말한 것이 무안하고 미안했던 걸까...

 

암튼, 이 수업이 몇 주 지나니 그토록 집중 안하던 하늘이도 숙제를 해 와서 내게 자랑스레 보여주고...

아이들은 내가 원하는 만큼 집중하고 조용한 상태에서 수업을 하는 건 아니어도,

결론은 내 수업을 잘 따라 오고 있다는 것이었는데...흠....

미사 중에 몸을 비비꼬고 잠시도 가만히 못 있던 여자아이들이 수업중에 꽤 잘 집중하는 걸 봐도...

 

암튼..피곤이 몰려오는 늦은 토욜밤인데도, 뭔지 모르는 불편한 느낌때문에,

내 생각을 정리해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래..

내가 원한 것이, 아이들이 얌전히 앉아서 내 말을 잘 듣는 수업이었나? 꼭두각시처럼??

그건 아니었잖아...

 

내가 원한 것은 아이들이 주체가 되는 활기있는  분위기에서,

나랑 함께 한글 공부하는 것이 정말로 부담없이 즐거운 시간이 되는 것이었잖아..

그러면서도 배움에 도움이 되는 보람된 시간이 되길 말야...

 

 

그러니까, 내가 원하는 모습의 수업 태도가 아니어도, 아이들이 각기 자신의 기질대로 수업 태도를 보이는 있는, 그야말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라 생각하면 안되나...

 

수업 중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해도 되지만,

다른 친구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선 내에서만 그렇게 하라고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이 꼬맹이들과 함께 하는 한글 수업이야말로,

성적의 부담없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즐거운 교실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건데......

 

지금 돌아보면, 오늘은 내 위주였던 느낌이 많이 든다.

다음 주에 있을 중간 고사를 대비해서, 그동안 배운 것을 복습시켜 점수를 잘 나오게 하려는 맘이 있었던 것 같다.

 

역시,시험이 문제야~~ ㅠ.ㅠ

나는 아직도 시험에 신경쓰고 있구나~~~ 아이들이 그러질 않길 원하면서도 말이야...

이 무슨 모순?!?! ㅠ.ㅠ

 

돌아보니, 좋은 성적을 받게해야 한다던 교사라는 옛 기억에 빠져, 

아이들을 내가 원하는 상태로 만들어 놓으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방식대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었는데...

 

이 수업의 목적을 생각해 보자.

한글을 매개로 한국인의 정신과 정서를 익히게 하면서,  

한국인이자 미국시민으로서, 또 이 지구라는 행성위에서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게 해 주는 것이, 이 수업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한다.

(크하하~~ 거창하구만..)

 

이 세상에서 행복하게 잘 살아가게 해 주는 교육?

 

사실, 영성에 관심 가진 내가 생각하는 그것의 해답은 언제나 사랑이다.

 

사랑이 가득한 교사에게서, 자신의 개성을 충분히 인정받고 이해받으면서 교육 받는 아이는,

즐겁게 배울수 있을 뿐 아니라, 스스로 공부하려는 의지도 생길 것이다,

(충분한 교재 연구, 적절한 칭찬과 피드백도 물론 잘 활용해야겠지...)

 

다음부터는 아이들 한명 한명의 성격과 태도를 더욱 주의깊게 관찰해서 아이들을 더욱 잘 이해하고,

사랑을 흠족하게 느끼면서 자유로운 분위기가 되도록 해 주고 싶다.

 

사실 이런 의도도 없이, 아이들이 너무 귀엽다고  생각하고 수업에 임했던 저번 시간은

수업 자체는 무척 힘이 들었지만, 마친 후의 마음이 참 개운했던 거  같은데....*^^*

 

나는 가르치는 이 행위를 통해서, <사랑>을 드러내고,

나대로의 진정한 내 모습을 체험하는 시간이 되고 싶다.

 

이 일을 선택한 이유도 결국 세상에 대한 나의 사랑을 드러내는 행위이길 바라지 않았던가..

 

이제, 오늘의 불편했던 마음의 이유를 알 것 같고, 많이 편안해졌다..

 

다음 주에는 클래스 들어가기 전에 이 글을 꼭 읽어보고 가야겠다.

 

아..자자...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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