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일기장

힘들었던 하루, 그러나 고마운 하루..

거울닦는 달팽이 2009. 12. 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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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쫌 힘들었던 하루를 보내었다.^^;

그냥 자려다가 컴 앞에 앉는다.

 

이제는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이, 어느것 하나 우연은 없다고 생각하기로 했기에,

그 일이 왜 일어났느냐고 괴로워 하기보다는 그 일이 일어남으로서 내게 던져 준 멧시지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기로 한 까닭이다.

 

결론은 힘들었지만, 그것이 나를 위해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이 역시 든다.

 

내 방식을 맘에 안 들어해서, 나를 싫어할거라 여겼던 사람이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았고.

편두통과 구토증을 견디며 집에 돌아오자마자, 결국 참지 못하고 화장실에 달려 가는 순간에 곁에 있던 쓰레기통에 토하면서 흘렸는데, 그것을 두말 않고 깨끗히 치우는 남편을 보면서, 새삼스레 내 사랑하는 고마운 사람임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

..

 

실은 오늘 한글 수업 마칠 시간에, 의자 위에서 까불던 **이가 시멘트 바닥에 꽈당 넘어졌었다.

조금 놀랬거니~ 하고..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못 일어나고, 앉아서 우는 것이었다.

전혀 움직일 수 없다면서, 다리도 아프고, 엉덩이도 아프고, 등도 아프다는 것이...

그 순간 이 아이가 정말 심각하게 다친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에, 온 몸의 기운이 쏴~빠져 나가는 기분이었다.

 

나를 붙잡고 일어나보라고 해도 못한다고 그러고,

그러는 사이에 마침종은 울렸고, 아이들이 모두 교실에서 나가지 않고 있으니, 어머니들이 몇몇 교실에 들어온다.

 

그리고, 넘어진 *현이의 엄마..

평소 내 느낌에, 이 엄마는 아이들이 원하는대로만 해주고, 엄격하게 공부시키지 않는 듯한 내 수업 방식을 맘에 안 들어해서 날 좋게 생각하지 않을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들어오더니 울며 앉아있는 자신의 아이를 보더니, 일어나 보라고 하고, 옆에 쭈그리고 앉아 걱정하는 나를 보며 더 염려하며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이었다.

 

하늘에 노래지듯이 놀란 상태의 나였기에,

평소  냉정한 분위기의 그 엄마가 그 상황에서 수업 시간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말했다면 난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도리어, 겨우 일어난 자신의 아이에게, 선생님께 놀라게 해서 죄송하다고 말하라는 말까지 하다니...

난 **이를 꼬옥 안아주면서 마음으로 기도해 주었다.

난 괜찮으니, 제발 괜찮기를...

..

..

 

암튼, 나로서도 지금 생각해보면 반성할 것이 떠오른다.

이 친구는 여아 중에서 가장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어하던 *현이였는데,

마칠 시간이 되자  의자위에 올라가 까불며 수선을 떨다 넘어졌을 순간에,

첨에 나는 '거봐라~' 하는 심정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일단 서둘러 다른 아이들에게 숙제 paper를 나눠주고 난 다음에.

다시 곁에 가 보았을때 심각한 표정으로 눈물 흘리며, 못 일어나겠다고 말했을때엔 내 정신이 아득해진 것이었구...

 

결국 엄마들 몇몇분이 들어온 상태에서사태는 진정되었구,

아이는 첨에 내가 생각한만큼 심각한 건 아니었던 것 같구..

마침내  **이는 걸어서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휴우~~~

 

 

이렇게 수업 마친 후,

교무실 룸에 차려진 선생님들을 위해 준비된 떡뽁기와 김밥을 보는 순간,

저 분식집 메뉴를 먹으면, 내 기분이 좋아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 두개 집어 먹는데....도저히 맛있게 먹을 수가 없었고...

극심한 편두통과 구토증이 밀려왔고, 겨우 운전해서 집에 돌아오자마자...우욱~ ㅠ.ㅠ

그렇게 된 거다..

 

생각해본다.

아직도 그 아이가 넘어졌을때 거 봐라~ 하던 심보의 내 마음을 돌아본다.

정말 아이를 무조건 사랑하는 마음이었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마음이 스쳐 지나갔을까?....

아직 내 마음의 크기가 그 정도 밖에 안 된다는 것을 본다...ㅠ.ㅠ

 

또 한편으로는 지나를 키우면서도 느낀 바가 있었는데, 뭔가 부정적인 사건이 일어난 듯 했을 때에 부모가 더 큰 반응을 보이는 것처럼,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무의식 속에서 어른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사람의 마음에 두려움을 일으키는 부정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즉, 일어날 수 있는데도 그 상황을 지연시키며 걱정과 관심을 불러일으킨 건 아니었을까..하는...

 

그 아이의 엄마는 평상시의 그 아이의 성향을 잘 캐치하고 있었으니,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었으나,

내 아이 키우면서 별 탈없이 키운 나는, 아이의 그런 반응에 정말 정신이 아득~해졌으니..ㅠ.ㅠ

 

그래서 생각한다.

다음부터는 아이의 부정적인 행동에는 조금 더 대범하게 담담하게 대하고,

긍정적인 행동을 할때에 더욱 관심을 가지는 듯한 태도를 보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즉, 긍정적인 태도로 관심을 끄는 사람이 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어디에서건, 부정적인 행동으로 사람의 관심을 끄는 것은 아이의 인생에 절대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에...

 

그리고, 수업 방식도 조금은 변화를 주어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 아이들은 좋을지라도 내가 너무 힘들다. -.-;

교실내의 상황도  결국 인간관계의 문제인데, 내 편하자고 내 식으로 아이들을 길들이는 것도 좋지는 않지만, 아이들이 무조건 좋아라~고 내가 지금처럼 힘든 느낌으로 간다는 것도 결국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 점을 아이들에게도 설명해주고, 아이들뿐 아니라, 나도 좀 더 편해지고 보람있는 시간이 되길 바래본다.

 

 

또 하나, 신기하고 감사한 것은, 내가 한글 교사를 자원했을 때에 제일 불편하게 생각한 것이,

매년 크리스마스때에 아이들 발표회를 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자면, 흥부 놀부 같은 걸 한국어로 연극시킨다거나..@.@

근데, 올해는 종교학교에서는 간단하게 발표회를 하도록 하고, 한글학교에서는 그 준비로 아이들 시간을 많이 뺐는 것 같다는 신부님과 학부모의 의견에 하지 않기로  결정했단다. 얏호~

사실 마음 속으로 한글 교사하는 일과 관련해서 가능하면 내가 원하는 조건을 맞추어 달라던 기도가 이루어진 것 같아 참 신기하다. 

 

...

...

 

오늘은 유진이가 첨으로 SAT테스트를 본 날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수능시험 같은 것인데, 몇번 응시 할 수 있어서 한국처럼 극심한 스트레스는 아니어도 매우 중요한 날이었다.

 

토요일, 아침 7시 45분..

자신이 다니는 학교가 아닌 다른 고등학교에 가서 4시간 동안 치렀다.

 

아이가 수고했으니,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레스토랑에 데려가 주자는 남편의 아이디어도 고마웠다.

아끼며 사는 것도 좋지만, 의미있는 날에 즐겁게 지출하자는 생각에 동의하는 내 자신도 좋다.

오후 내내 아팠던 나는 제대로 먹지는 못했지만, ㅜ.ㅜ

그래도 지금은 이렇게 멀쩡히 일어나 앉아, 오늘 하루를 정리해 볼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 일은 그 일일뿐이고,

그것을 어떤 시각으로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그것을 내가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그 일이 나쁜 일이 될 수도, 좋은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고로 오늘 나는 토하고 아프기까지 했으나, 

결국 모든 일이 나를 위해서  좋은 경험이었다.*^^*

 

내게 다가오는 모든 일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좀 더 깊게 바라보는 연습을 하고,

거기서 배우고, 또 감사를 찾아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초등학생 일기같구낭~ 흐~

초등일기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기인지도 몰러~~ㅋㅋ

 

아..이제 잘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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