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새기는 멧세지

<법륜스님 즉문즉설>:복수하지 못하는 자신이 비굴하게 느껴집니다.

거울닦는 달팽이 2011. 2. 2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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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대학의 과 친구들이랑 학점 얘기를 하다가 제게 학점을 아주 낮게 준 교수 얘기가 나왔습니다.

화도 나고 평소 그 교수가 수업하는 방식도 마음에 안 들었기에 교수도 아니라고 욕을 했습니다.

그러자 한 친구가 교수님께 고자질을 해서 나중에 그 교수에게 불려갔는데, 교수는 저를 명예훼손

으로 고발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겁이 나서 잘못했다고 빌었지만, 교수는 제 얼굴에 멍이 들

정도로 주먹질을 했고 갖은 협박을 했습니다. 제 잘못도 있지만 너무하다 싶어 화가 났습니다. 그

교수를 멀리서 볼 때마다 겁도 나고 교수에게 고자질한 녀석도 미워졌습니다. 제대로 복수하지 못

하는 저 자신이 비굴하고 못나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공부하려고 책상에 앉으면 계속 가슴이 두

근거리고 답답합니다.

  (답변)

제일 쉬운 방법은 짚으로 교수님과 그 친구의 허수아비를 만들어 가지고 뺨도 때리고 발로 차고 하

면서 실컷 패는 겁니다. 그렇게 분을 확 풀어버리면 돼요. 이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에요. 허수아비

가 아니라 실제 사람을 두들겨 패면 보복이 보복을 낳을 뿐, 나한테 이득 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니 분풀이는 허수아비한테 하는 게 낫지요. (웃음) 웃을 일이 아니에요. 물론 질문하신 분의 분

노는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나에게 이득인지 머리로는 이해해도 여전히

분이 안 풀린다면 내 제안대로 해보세요. 분도 풀리고 부작용은 없는 방법입니다.

 

다른 방법 하나는 ‘다 한 생각일 뿐이구나.’ 하고 깨닫는 것입니다. 나도 성질이 나서 순간을 못 참아


욕을 했고, 그 녀석도 순간을 못 참아 교수에게 고자질을 했고, 교수도 순간을 못 참아 나를 폭행했

잖아요. 이게 다 한순간을 못 참고 그렇게 자기 분풀이를 해서 생겨난 부작용입니다. 이런 어리석은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결심해야 합니다. 그러면 지나간 일이 오히려 나한테 큰 교훈을 줬다고 받

아들일 수 있습니다.

 

물론 그 교수도 잘한 것은 아니에요. 그러나 내가 못 참듯이 그도 못 참은 겁니다. 그도 나와 다름없

는 인간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지나간 일에 자꾸 집착하지 말고, 젊은이니까 앞으로 나아가야 됩니

다. 자꾸 뒤를 보고 지나간 걸 잡고 있으면 나의 미래를 망치게 됩니다.

 

저의 경험을 들려주고 싶군요.

 

어느 날 갑자기 끌려가서 고문을 당한 적이 있어요. 너무너무 비인간적으로 대하고 ‘네 죄를 네가

알렷다.’는 식으로 심한 고문을 했어요.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이런다고 생각하니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어요. 만약 그때 나한테 총이 있었으면 다 쏴 죽여 버리고 싶었어요. 그 정도로 화가 났습니다.

그때 저는 그러는 나를 봤어요. 저 사람은 나를 고문만 했을 뿐이지 죽이려 하지는 않았는데 나는

저 사람을 정말 죽여 버리려고 하구나. 내가 저 사람들보다 더 독하구나. 이런 나를 본 뒤에 그 사람

들에 대한 분노와 미움이 사라졌습니다.

 

또 나를 고문하던 그 사람들이 휴식시간에 이런저런 얘기들을 해요. ‘우리 딸이 오늘 예비고사를 치

는데 점수가 좀 잘 나와야 될 텐데, 적어도 서울에 있는 대학은 가야 될 텐데….’ 내가 보기에 악마

같은 그 사람들도 집에 가면 한 자식의 훌륭한 아버지고 한 여인의 사랑하는 남편이지요. 내 눈에는
 
악마처럼 보이는데, 그들의 눈에는 천사처럼 보일 수도 있지요. 또 자기들은 나라를 위해서 나름대

로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그러니 이게 다 자기 마음에서 짓는 것임을 깨달았어요. 그

러자 그들에 대한 미움이 사라졌어요. 그 이후 사회민주화를 위하거나 고문철폐를 위한 활동은 했

지만 그들에 대한 개인적인 보복을 하려고 생각한 적은 없었습니다. 내가 만약 분노를 갖고 괴로워

하면서 보복하려고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요. 아마 내 인생을 망쳤을지도 모르지요.

 

생각해보십시오. 욕 한마디가 얼마나 큰 화를 불러왔습니까. 내가 욕 한마디한 것이 이런 화를 불러

오는데 누구 한 사람 두들겨 팼다면 어떻게 될까요. 일이 잘못 번져서 내가 감옥에 갈지, 죽을지 모

르는 화를 자초할 수도 있는 거예요. 까짓것 죽으면 죽지 하는 태도는 용기가 아니고 무모한 거예

요. 어리석은 짓입니다. 그러니 이 일을 순간적인 감정에 치우치는 게 얼마나 우리의 인생을 피폐하

게 만드는지 깨닫게 한 수업이라고 생각하세요.

 

돌이켜보면 내가 고문당했던 일도 결과적으로는 내가 나를 아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그렇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좋고 나쁜 게 아니라, 그 일어난 일을 돌이켜서 교훈으로 삼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그러니 이 일을 불행으로 생각하지 말고 나를 알게 된 계기, 화를 내는 것의 과보

(果報)가 어떻게 미치는지를 아는 계기로 삼으면 이 사건은 내게 유익한 일이 됩니다.
불행마저도

나에게 유용하게 만드는 이가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이 일을 두고 자신이 비겁하다든지 비굴하다든지 하는 식으로 생각하지 말고,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어떻게 처신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됩니다. 이것은 어리석음과 지혜의 문제이지, 용기가 있고 없음

의 문제가 아닙니다.
용기가 없어서 참는 것이 아니라 지혜로운 사람이기에 재앙을 더 이상 자초하

지 않기 위해 참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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