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달팽이

"반미 이슬람 자존심 지닌 강대국으로 거듭났다"

거울닦는 달팽이 2009. 2. 16.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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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명의 '월드 포커스'] 호메이니 혁명 30년 맞은 이란 테헤란

기사입력 2009-02-13 오전 8:56:41

 

세계 석유 매장량 2위의 석유대국이자 7200만 인구를 지닌 이슬람의 인구대국, 미국으로부터는 북한-이라크(사담 후세인 시절)와 더불어 '악의 축'이라 손가락질 당해온 반미국가, 이란이 자체 개발한 위성 운반용 로켓 사피르-2호로 우주공간에 '오미드'(우리말로 '희망') 인공위성을 띄어 올렸고 핵무기 개발 야망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중동의 군사강국...이러한 이란이 이슬람혁명 30돌을 맞았다.

▲ 이란은 지난 2월3일 자체 개발한 위성 운반용 로켓 사피르-2호로 우주공간에 '오미드'(우리말로 '희망') 인공위성을 띄어 올렸다. 사피르-2호 모형 앞에서 환호하는 이란 민중들 ⓒ김재명

2년 만에 다시 찾은 이란 테헤란 거리는 혁명의 물결이 넘실댔다. 2월 10일, 테헤란 호메이니 국제공항으로 이어지는 테헤란 외곽의 아자디 광장에서는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어 혁명의 성공을 자축하는 기념행사를 가졌다.

▲ 테헤란 아자드 광장에서 열린 이슬람 혁명 30주년 기념식 ⓒ김재명

마흐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참석해 반미-반이스라엘 강성발언을 토해낼 때마다 사람들은 열렬히 이란 국기와 호메이니 초상화를 흔들며 "알라흐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라고 외쳤다.

▲ 강한 반미 발언 속에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비추는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김재명

"새 미국 정부와 대화할 준비 돼있다"

2년 전인 2007년 1월 테헤란 대학에서 열린 대규모 종교집회에서 보았을 때와 같은 누런색 점퍼를 입은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슬람 혁명 30주년 기념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오늘 공식적으로 선언한다. 이란은 참되고 올바른 강대국(superpower)이며 이란에 대한 외부의 위협은 영원히 사라졌다"

그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래로 지난 30년 동안, 특히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끊어진 미국과의 대화가 버락 오바바 대통령의 등장으로 새로운 돌파구가 열리길 바라는 속내를 비쳤다.

"우리 이란은 미국의 새로운 정부가 (이란에 대한 외교정책에서) 전술적인(tactical) 변화가 아닌 근본적인(fundamental) 변화를 가져오길 바란다. 상호 존중하는 분위기를 전제로 할 경우 미국과 대화를 할 준비가 돼있다"

▲ 기념식에 참석한 이란 여대생들이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반미 강성 발언에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김재명

"이슬람 혁명에 자긍심을 느낀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란은 1979년 2월 이란 시아파 성직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를 지도자로 한 이슬람 혁명을 성공시킴으로써 세계의 눈길을 끌었다. ('아야톨라'는 이슬람 시아파 최고성직자를 뜻함)

혁명으로 이란 민중들은 팔레비 왕으로 대표되는 친미 독재집단인 샤(Shah) 왕조를 무너뜨리고 그때껏 이란 석유를 거저 가져가다시피 하던 미국과 영국으로부터 이란에서의 석유이권을 되찾았다.

아자드 광장에서의 혁명기념 행진 ⓒ김재명

호메이니 혁명(공식 명칭은 '이슬람 혁명')의 성공은 1953년 민족주의자 모하마드 모사데크 총리가 미 CIA(중앙정보국)가 개입한 친위쿠데타로 실각한 뒤 무려 26년 동안 미국 40%, 영국 40%, 팔레비 왕조 20%로 나뉘어졌던 석유 이권이 이란 민중의 손으로 돌아가는 것을 뜻했다. 혁명의 성공으로 석유 이권을 빼앗긴 미국은 이란과의 외교관계를 끊고 지난 30년 동안 경제제재를 가하는 등 적대적인 관계를 이어왔다.

아자디 광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슬람 혁명이 외세의 사슬과 그 외세에 빌붙어 비밀경찰(사바크)의 힘으로 민중을 탄압하던 독재왕조의 탄압에서 벗어나 이름 그대로의 독립국가 이란을 이룬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광장에서 만난 여대생 사바르 가르비(테헤란 대학 공학부)는 "미국과 영국에 빝붙어 기생하던 팔레비 독재로 숨도 제대로 못 쉬던 우리의 부모들과는 달리 지금 우리는 자긍심을 지녔다"며 함박 웃었다.

▲ 이란의 반미-반이스라엘 정서를 나타내는 두 여학생 ⓒ김재명

혁명 당위성 인정 속 비판의 목소리도

물론 다른 목소리도 없지 않다. 속삭이듯 조심스럽긴 했지만, 지금의 이란이 정치 지도자보다는 종교 지도자(1989년 사망한 호메이니의 후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힘이 지나치게 크고, 따라서 제대로 된 정치발전과 경제발전을 통한 자유로운 '보통국가'로 거듭나지 못하는 데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들린다.

해마다 20%에 이르는 물가상승과 높은 청년 실업율은 이란이 풀어야 할 해묵은 과제로 남아있다.

▲ 이라크에서 부시 전 대통령을 행해 던져졌던 신발을 소재로 한 반미 피켓 ⓒ김재명

분명한 것은 절대 다수의 민중들은 1979년 이슬람 혁명의 당위성에 대해선 한결같이 고개를 끄덕인다는 사실이다. 이슬람 혁명을 부정하고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은 반혁명적인 태도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혁명 30년을 맞아 술렁대는 아자드 광장의 모습을 사진에 담으면서, 이슬람 혁명정신의 올바른 계승-정치개혁-경제발전 등 여러 과제를 지닌 이란의 참모습을 제대로 짚어내기 위해선 며칠 동안의 단기 방문이 아니라, 보다 많은 취재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 이메일 : kimsphoto@hanmail.net)

/김재명 프레시안 기획위원. 국제분쟁 전문기자. 성공회대 겸임교수 메일보내기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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