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일기장

밤바다 산책

거울닦는 달팽이 2012. 9. 4.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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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감미롭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허약한 미숙아이다.

모든 곳을 고향이라고 느끼는 사람은 이미 상당한 힘을 갖춘 사람이다.

그러나 전 세계를 타향이라고 느끼는 사람이야말로 완벽한 인간이다

                                                                -  빅토르 휴고

 

 

 

 

 

저녁을 먹고

남편과 집에서 가장 가까운 Seal Beach 로 바람 쐬러 다녀왔다.

 

이 곳에 살면서

여름날 저녁이면 종종 찾곤 했던 장소...

 

 

바다안으로 꽤 멀리까지 Pier가 놓여있고

그 끝에는 레스토랑이 하나 있다.

 

난 그 레스토랑을 보면

주윤발의 <가을날의 동화>의 마지막 장면이 생각난다는.... *^^*

 

 

예전에는 시부모님이랑, 아이들이랑, 찾곤 하던 그 곳을

이젠 남편이랑 저녁먹고,

단 둘이만 다녀온다.

 

그냥 동네를 산책하고 말까...하다가,

내일도 쉴 수 있으니(Labor Day),

여유를 낼 수 있었던 것...

.

.

 

손잡고 피어위를 걷는 커플들의 대부분은

우리처럼 나이가 든 부부들의 모습이 많아서

 더 편안하고 아름답게 느껴지고...

 

 

Seal Beach Pier 의 낮 풍경

 

 

 

Pier 양편 사이드에는 아직도 낚시하는 사람들이 있고

고소공포증이 있는 남편은

밤이어서 아래의 바다를 내려다 보는 것을 더욱 두려워한다.ㅋㅋ

 

 

피어 끝까지  손잡고 바람 맞으며 걷고,

그 끝 레스토랑에서는  식사는 했으니

커피 두 잔을 주문,

돌아오는 길엔 뜨거운 커피가 손에 쥐어져 있다.

 

하늘을 보니..

보름인가봐..

 

그렇게 큰 달이 바다위로 떠있고

그 빛이  바다위로  일렁거리고 있는 광경을

내가 본 적이 있었나...@.@

 

달이 떠오른 바닷가 모래사장에는

몇몇 아이들은 아직도 떠들며 물놀이를 하고 있고...

 

우리도 피어를 내려와

맨발로 그 모래 사장까지 걸어간다.

 

이젠 부탁하지 않아도

내 신발 정도는 들어줄줄 아는  남편이 참 신기하다...^^:

 

 

밤 바다 모래 사장에 앉아 있노라니 

좋다.

 

 

 

 

 

 

 이순간 

 내 곁에 있는 이는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소중한 사람.

차가운 공기에 실려오는 바다 내음...해초 냄새..

매순간 다른 모양으로 다가와 부서지는 파도....

비현실적으로 크게  떠오른 바다 위의  보름달....

 손 끝엔 여전히 따뜻한 커피 한 잔...

 

달빛처럼 마음에 여유로움이 차 오른다.

 

 

그러게...

인간은 종종 이렇게 자연에서

에너지를 충전 받아야 한다니까!!!!

 

돌아오는 길에 남편에게 제안한다.

가능하면 2주일에 한번은 토요일 저녁에

이런 데이트 시간을 갖자고..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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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유진이를  새벽 비행기로 존스홉킨스로 떠나 보냈고, ㅠ.ㅠ

금요일 학교 임원 캠프에서 돌아온 지나도

이제 개학 준비를 스스로 하는 것 같고...

여름이 이렇게 마무리되어 가나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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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겐 그 무엇보다

바다에 갈 적마다

이 태평양 바다 끝이 내 원래 살던 곳인데.....라며,

한국 생각에 울컥하곤 하던 마음이

잠잠해져 있었다는 것...

 

있는 그대로의

내 삶과 내 현실을

감사하고도 아름답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나 자신을 느낄 수 있어서

가장 좋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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