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감미롭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허약한 미숙아이다.
모든 곳을 고향이라고 느끼는 사람은 이미 상당한 힘을 갖춘 사람이다.
그러나 전 세계를 타향이라고 느끼는 사람이야말로 완벽한 인간이다
- 빅토르 휴고
저녁을 먹고
남편과 집에서 가장 가까운 Seal Beach 로 바람 쐬러 다녀왔다.
이 곳에 살면서
여름날 저녁이면 종종 찾곤 했던 장소...
바다안으로 꽤 멀리까지 Pier가 놓여있고
그 끝에는 레스토랑이 하나 있다.
난 그 레스토랑을 보면
주윤발의 <가을날의 동화>의 마지막 장면이 생각난다는.... *^^*
예전에는 시부모님이랑, 아이들이랑, 찾곤 하던 그 곳을
이젠 남편이랑 저녁먹고,
단 둘이만 다녀온다.
그냥 동네를 산책하고 말까...하다가,
내일도 쉴 수 있으니(Labor Day),
여유를 낼 수 있었던 것...
.
.
손잡고 피어위를 걷는 커플들의 대부분은
우리처럼 나이가 든 부부들의 모습이 많아서
더 편안하고 아름답게 느껴지고...
Seal Beach Pier 의 낮 풍경
Pier 양편 사이드에는 아직도 낚시하는 사람들이 있고
고소공포증이 있는 남편은
밤이어서 아래의 바다를 내려다 보는 것을 더욱 두려워한다.ㅋㅋ
피어 끝까지 손잡고 바람 맞으며 걷고,
그 끝 레스토랑에서는 식사는 했으니
커피 두 잔을 주문,
돌아오는 길엔 뜨거운 커피가 손에 쥐어져 있다.
하늘을 보니..
보름인가봐..
그렇게 큰 달이 바다위로 떠있고
그 빛이 바다위로 일렁거리고 있는 광경을
내가 본 적이 있었나...@.@
달이 떠오른 바닷가 모래사장에는
몇몇 아이들은 아직도 떠들며 물놀이를 하고 있고...
우리도 피어를 내려와
맨발로 그 모래 사장까지 걸어간다.
이젠 부탁하지 않아도
내 신발 정도는 들어줄줄 아는 남편이 참 신기하다...^^:
밤 바다 모래 사장에 앉아 있노라니
참
좋다.
이순간
내 곁에 있는 이는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소중한 사람.
차가운 공기에 실려오는 바다 내음...해초 냄새..
매순간 다른 모양으로 다가와 부서지는 파도....
비현실적으로 크게 떠오른 바다 위의 보름달....
손 끝엔 여전히 따뜻한 커피 한 잔...
달빛처럼 마음에 여유로움이 차 오른다.
그러게...
인간은 종종 이렇게 자연에서
에너지를 충전 받아야 한다니까!!!!
돌아오는 길에 남편에게 제안한다.
가능하면 2주일에 한번은 토요일 저녁에
이런 데이트 시간을 갖자고..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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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유진이를 새벽 비행기로 존스홉킨스로 떠나 보냈고, ㅠ.ㅠ
금요일 학교 임원 캠프에서 돌아온 지나도
이제 개학 준비를 스스로 하는 것 같고...
여름이 이렇게 마무리되어 가나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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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겐 그 무엇보다
바다에 갈 적마다
이 태평양 바다 끝이 내 원래 살던 곳인데.....라며,
한국 생각에 울컥하곤 하던 마음이
잠잠해져 있었다는 것...
있는 그대로의
내 삶과 내 현실을
감사하고도 아름답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나 자신을 느낄 수 있어서
가장 좋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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