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작성한 비밀글을 2024년 7월 26일에 공개로 바꾸다.
지금 시각은 아침 7시…
어젯밤에 남편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서로 불쾌해져서 이야기를 멈추었다.
나는 여전히 죽음에 대해서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구나…라는 결론이..
남편은 우리도 나이가 들어가고 있고 내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죽음으로써 사라질때의 기분이 어떨까..라는 이야기였는데,
야밤에 팥빙수를 먹으면서 시작한 우리의 대화는 나의 감정적인 반응으로 멈추어졌다...
물론 금방 화해를 했지만 나는 내가 뭘 두려워하는지 잘 알고 있다.
난 죽음의 과정이 두렵다.
인간 삶의 생로병사 마지막 과정에서 병든 몸에 견딜수 없는 통증이 있을까봐 두렵고 ,
죽어가는 과정의 내 투병 과정이 자식들에게 고통으로 다가가게 될까 두렵고…
즉, 죽음에 이르기 직전까지의 과정이 두려운거다.
죽음 자체에 대해서는 그동안 찾아보고 공부한 것들이 있은 덕에,
떠나온 본향으로 돌아가는 마음으로 받아들일수는 있을 것 같은데…
그 과정이 나에게 가까운 이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상황이 될까 두렵다.
내 삶의 가장 큰 소망...생의 마지막 순간.., 나의 인생 여행이 무척 의미있고 재미있었노라고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만족한 표정으로 고마웠노라는 얘기를 전하며, 미소 속에 눈을 감을 수 있기를 발원하곤 한다...
시아버님께서 돌아가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 의연하심에 놀라면서도,
요양 병원에서의 병든 인간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나 안스럽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 마음 아프고 속상했음을,
사실 누구에게도 털어놓고 말할 수 없어서 갑갑했었는데....
아버님의 모습이 언젠가 나의 마지막 모습으로 오버랩되었고,
디어 마이 프렌즈의 할머니들의 모습이 바로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고 생각되어,
드라마를 매회 울면서 보았다...
남편이야말로 그런 시간들도 감정 흔들림없이 냉정하게 잘 지내더만,
어젯밤 뜬금없는 상황에서 그런 나이의 우리 마음을 상상해보라는 듯이 나에게 말을 꺼내니,
나는 애써 숨겨둔 감정이 울컥 올라온 것 같다.
(사실 나는 내 죽음을 생각하며 편지 형식의 유언장을 작성해놓기도 했다..컴에 저장되어 있다는..)
무엇보다 아버님을 병원에 입원하시게 하기 보다는 어머니가 간병하며 집에서 함께 지내기를 유도한 남편이,
힘드실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려 배려하지 못하는 것도 싫었고,
역시나 자기 성격대로 대부분의 일들을 감정없이 행동했던 것들에 대해 나는 남편이 싫었던 것 같은데…
(하지만, 그랬던 그가 장례식때 갑자기 어린아이처럼 엉엉 엄청 울어대어 당황했었지...난 아이같이 우는 그를 안아주다 덩달아 울 수 밖에....)
사실 지금 생각해보니, 남편이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을 앞두고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서 힘들어하고 괴로워했었다면, 어쩌면 나는 더 더 힘들어했겠지…
어머니를 배려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내가 예민하게 받아들인 것은 아마 어머니 입장에 내가 감정이입을 했기 때문일지도... ㅠ,ㅠ
아버님도 남편도 그 힘든 시기동안 슬픔의 기운을 내비치지 않았다는 게 도리어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나..…
지금 글을 이렇게 쓰고 있자니, 남편의 그런 태도에 화를 낼 게 아니라 도리어 고마워해야 할 일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때의 내 마음은 내가 아파 죽어가도 저 사람은 저렇게 담담하겠지..하는 마음이 들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아파 죽어가는 일이 생긴다해도 저 사람이 괴로워하지 않으면 좋겠다. 아이들도 마찬가지..
그냥 나는 내 몫의 고통을 안고 가면 되는 거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기를 더 바라게 된다.
아버님께서 투병 내내 자신의 아픔을 어머니께 거의 드러내지 않으시려 한 것을
당신이 돌아가신 후,어머니께서 말씀하셔서 알았었다.
통증에 고통스러워하시다가도 어머니가 보는 것 같으면 얼른 안 그런척하셨다는..ㅠ.ㅠ
시아버님은 정말 생각이 깊으신 분이셨다는...
그러게..요즘의 내 화두는 인생의 남은 몫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생각이야말로 성모마리아의 마음, 관세음보살의 마음을 지닌 할머니가 되고프고,
늙어가더라도 우아하게 나이든 모습..
무엇보다 지혜롭고 따뜻한 할머니의 모습으로 나이들고 싶다.
불교에서는 인생 후반은 내생을 준비하는 시간이라 표현하던데…
결혼 이후, 미국에서의 내 삶...
이제껏 내내 맘 편치 않게 살아왔으니,
지금부터는 내가 살아가며 행하는 일이 재미있고 좋았었노라고..
마지막 순간 미소지으며 눈 감을 수 있는 삶과 관련이 있는지를 생각해보고
내 마음에 와 닿는대로 편안히 살아가도록 하자.
내 마음에 즐거움을 주는 일,
내 살아 있음으로 다른 존재에 도움이 되거나 기쁨이 될 수 있는 일..
아니.. 아니.. 최소한 다른 존재에 해를 끼치지 않고 살아가도 괜찮으니,
애써 좋은 일 하려고 크게 무리할 필요도 없어….
나무는 사람을 쉬게 하기 위해, 그늘을 드리우지 않습니다.
그저 살다보니, 그늘이 저절로 생겨난 겁니다.
남에게 도움을 주려 애쓰지 마십시오.
그저 자기 삶에 충실하세요.
자기자신에게 진실하게 자기 자신을 아끼며 사는 것이 곧 나를 돕고 남을 돕는 길입니다.
…
나는 beautiful senior 로 검색해서 우아하고 곱게 나이드신 할머니 사진들도 찾아보았다. 하하..
나이들수록 마음 공부가 익어, 걸림없는 지혜로운 할머니로 평온하게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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