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9분이네.이제는 제법 마음의 힘이 커져 이틀 동안 수행 하지 않고도 가볍고 편안한 하루를 잘 보낼거라 생각했는데, 그제는 괜찮더니.. 어제는 오후가 되니 몸이 뒤틀리고 마음이 뒤틀리고…
근 일주일여 집 밖을 나가지 않은 것 같아 갑갑함을 벗어나보려고 타겟도 다녀오고 트레이드조에도 다녀오고..했는데도, 몸이 찌부둥…그러니 마음도 역시나..이러다간 안되겠어...운동을 하고 살아야되지 않을까 싶어 짐에 등록해야되나 마나..하면서 인터넷으로 몇 군데 짐을 뒤진다..등록비도 싸고 한달 회비도 싸고 줌바 클래스도 있으면 좋겠고 등등..온라인 서핑하며 마음 갈등 때리다가.. 오후 늦게 부터는 스스로에게 더 짜증이 밀려 와서 힘들어지고 말았다.퇴근한 남편에게 짜증을 낼 기미가 느껴져, 저녁을 차려 먹자마자 이층에 올라와서 그런 느낌을 잠재우려 말도 안되는코믹 드라마를 다운해서 본 후 잠들었다.요즈음 남편과 나의 대화 주제는 5가지 인간 분류에 관한 것이다. 팥캐스트로 듣다가 남편에게 퇴근 운전길에 들으며 오면 덜 지겨울거라고 권한 것이었는데 , 남편이 완전 열혈 팬이 되다시피해서 나에게 그 이론에 관해 설명을 한다.
결론은 남편은 아이디얼리스트, 나는 로맨티스트.
남편에게는 로맨티스트가 매력적이지만, 나에겐 아이디얼리스트는 최악의 남편감이라는 걸 남편 입으로 이야기한다..(어흐흐흑~그려..그걸 인제 알았냐??? )
내 성격의 그런 성향이 그대같은 성향의 남편과 모국이 아닌 타국에서 살아가는 인생이
나를 얼마나 괴롭히며 살아왔는지를 잘 알기 때문에 더 듣기 싫어졌었지..
그래서 난, 내 힘으로 기필코 행복해지리라!!! 어금니 앙 다물고, 행복을 찾겠노라는 화두를 잡고,
이 종교 저 종교, 이 공부, 저 공부 하며 살다…지금은 수행만이 살길이다를 외치며 3년여 수행해오면서
나를 괴롭히던 업식들을 많이 녹였다고 생각하며 행복해하고 있는데...
남편은 이 심리공부를 하고나더니, 이제와서 나보고 원래 자기 성격대로 살라고 한다.
수행해봤자 천성 바뀌느냐..바뀌지 않는 자신에 대해 더 힘들어만 하더구만...하면서...크하하하학~~ㅠ.ㅠ
내 성격대로 살아온 지난 날을 돌이켜보면, 사실...난 정말 참으로 힘들었어..
남들에겐 겉으로 항상 웃고 있었지만 내면은 늘 불행했고 외로웠고 괴로웠어…
하지만 3년여 수행을 해오면서, 스님 말씀을 실천하고 살아오는 동안 얼마나 많이 마음의 힘이 강해졌고
힘든 상황에도 잘 적응했고 지금은 가볍고 편안해졌나…
그런데, 어제는 왜 그랬냐는거야? 왜 힘들고 짜증이 난 거야?
(당연하지, 내가 수행을 붙들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겠다는데, 남편 왈, 아무 소용없다는 듯 더 힘들어지게 할 뿐이라는 둥..
그런 말에도 초연하다면 내가 부처가 된 상태겠지...ㅠ.ㅠ)
문득 내 곁에 놓인 플래너에 적힌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언젠가 법륜 스님 말씀을 메모해 놓은 것이다.
욕심내지 않고 ‘이만하니, 다행입니다’ 라고 기도할 것!
지금이 좋은 줄 알고 감사하고 지내라.
관계를(부부사이도) 더 개선하려 들지마라.
더 좋아지려 애쓰면 불만이 생기지만, 이만하니 다행이다..라면 감사한 마음이 생긴다.
사실 이 말이 남편이 늘 하는 말이다. 발전하려 하지 말라..ㅋ
그 말은 미래에 비해 현재가 열등하다는 뜻이다. 현재가 열등하다 느끼면 현재에 만족할 수 없다는 말이고,
결국 현재에 만족하지 못한 삶은 행복한 삶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남편의 삶의 태도는 세상에 대해서도, 사람에 대해서도 그저 무심함 그 자체..내게 이사람이야말로 진정 도인인가??
하는 갑갑함을 항상 느끼게 했던 삶..ㅠㅠ 문제가 터져도 관망만 할뿐, 어리석고 겁 많은 내가 나서서 해결해야만 했던 너무 힘겨웠던 삶…ㅠ.ㅠ )
근데,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나? 발전, 성장을 원한 것이 아니라 난 그저 행복하길 원했어 …
나뿐 아니라 우리 대부분은 발전 성장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행복하기를 원하는 것일텐데....ㅠ.ㅠ
근데...왜...난...나날이 발전하는 삶이 곧 행복한 삶이라고 믿고 받아들여온 이유는 뭐지? 왜???
몰라.. 그냥 세상이 그렇게 세뇌시켜온 것 같다..
아니, 내 삶의 경험이 그런 생각을 각인시킨건 아니었나? 사실은 둘 다…후후…
그러니, 세상이 암묵적으로 우리는 발전하고 성장해야된다 세뇌시킨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내려놓되,
내 스스로가 원하는 것이 생길때엔 결과 같은 건 마음쓰지 말고 그냥 해 볼뿐이야..
(그러게, 결국 오직 할 뿐!!!의 진리의 말씀이 나오네..)
그 결과가 성장 발전으로 가게 되었다면 좋은 거고, 아니어도 물론 좋고 말고…
단지 그냥 해보는 그 과정의 순간 순간을 즐기는 것이 인생이라 생각하면 어떨까?...
우리는 그 결과에 마음을 쓰느라, 과정을 즐기지 못하고 살아가는 내내 노예의 마음으로 일하며 살아가니 괴롭고,
더군다나 결과 걱정하느라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고 살아가는가…
저번 수요일 기획 법회에서의 스님 말씀처럼
그냥 내 할 일을 했을뿐 결과물은 배설물인 똥처럼 마음 쓰지 않는 삶을 산다면 얼마나 가볍고 좋을까….
그리고 그냥 천성대로 살아라..라는 남편의 주장도 난 온전히 다 받아들일 건 아니다라고 본다.
내 업식 까르마가 괴로움을 줄때엔 얼른 알아차려 괴로움을 주는 방향으로 가는 것을 막되,
내 성향이 나의 삶을 생기있고 기쁘게 만들어 주고 있을 때는 그것이 내 삶의 에너지원이란 것을 알기에
즐겁게 그 과정을 누리며 살아가는 거야.
즉, 지혜의 길, 중도의 길을 택하는거지….
자신의 천성, 성향, 성격이라는 것이 얼마나 오묘하고 복잡한 것인가?
그 복잡함 중에 어느 한 가지가 조금 더 발현되는 부분을 가지고 성격을 분류한 것일뿐이고,
결론은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자신의 내부에 있는 성향 중 가장 적절한 부분을 드러내는 것이 지혜라는 생각이 든다.
(남편 의견과 내 생각을 통합해서 내린 결론..)
이게 며칠가는 결심이 될런지 모르겠지만…흐흐흐…
사실 난 하기 싫은 것들을 억지로 참고 행하며 살아온 날들이 너무나 많았다. ㅠ.ㅠ
남편은 나와 함께 살며 행복하고 괴로움이 별로 없는 삶이었다는데,
나는 그야말로 내내 힘들었고 불행했다.
이유는 각자의 성격, 즉 자신의 업식대로 살아온 것이겠지만....
바보…
그래..나는 내가 어리석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내가 안 하면, 그도 안 하는걸 어떡해?ㅠ.ㅠ)
그래..암튼 이렇게 해 봐서 힘들고 괴로워지면, 또 다시 수정하면 되고,
괴로움이 줄어들고 편안하고 자유롭고 행복하면 이 결심대로 쭈욱~ 맘 편히 한번 살아봐!!!
하하하하~~~
그래..
마음이 훨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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