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의 흔적

부부의 사랑이란....

거울닦는 달팽이 2009. 8. 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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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 다시 썼어요..저의 반성문이 되었네요..ㅠ.ㅠ

 

 

남편에 관한 문정희님의 <남편> 이란 시를 읽노라니,

내가 남편을 사랑하는 이유 또는 부부의 사랑에 대해서 써보고 싶어졌다.

 

사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에 이유를 댈 수 있다면, 그것이 사랑일까?

~하기 때문에 사랑한다 라고 말한다면,그것은 그 사람이 가진 그 조건을 사랑하는 것일뿐,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내가 남편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나의 남편은 내가 살면서 타인들에게 잘 보이려 했던 여타의 노력이 전혀 맥혀들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더 쉽게 말해서 <생겨먹은대로의 나>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주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끄응~ -.-;;

 

 

달팽이의 행복의 기술을 혹시 읽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나는 제법 사회적으로 잘 길들여진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길들여져온 방식으로 사람들을 대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를 좋게 봐 주었다.

 

그.러.나.

내 인생에 최초로 그게 먹혀 들지 않는 사람이 한 사람 있었으니~~~!!!

그 사람이 바로 내가 인조인간 로보트라 명명했던, 울 남편이라는 남정네이다.!!!

 

하긴 우린 둘 다 서로에게 연연하지 않는 느낌에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누구를 책임진다는 걸 두려워하는 두 겁쟁이가,

이 사람만은 날 힘들게 하지 않는 사람이겠지..하는 마음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너무나 이성적인 남편은 그 반대 기질의 나에게 매력을 느낀것 같기도 하고..

그 극단의  반대 성향이 서로에게 매력이 되었었건만,

결혼해보니, 그것이 몸서리치는 전쟁의 원인이 되더라는...흐흐흑..ㅠ.ㅠ

 

암튼, 부담 안 주려는 친구로 시작해서, 부부로 맺었다가, 다시 친구가 되어버린 관계라고나 할까???

하지만 세상에서 친구같은 부부처럼 좋은 게 있을까? *^^*

(지금 생각해보면 나와 결혼하기 위한 남편의 행동들이, 이 사람의 기질로 봐선 과히 우주적인 용기를 낸 것이라 생각이 들긴 하다.ㅋㅋㅋ)

 

 

정말 정말 나의 남편은, 나로하여금 내가 세상에 가졌던 환상을 완전히 깨부순 사람이다.

어쩌면 28년 동안 공고히 쌓아온 나의 환상들은

이 사람과 함께 살면서부터 하나 둘씩 허물어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내 나이 마흔 전후에는 그나마 움켜쥐고 있던 몇몇 통념과 환상들마저도 여지없이 부서지게 만들었다.

 

사실, 난 내가 성실하고 착하면 사랑받는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모습의 아내, 며느리, 엄마의 환상을 맘 속에 그려놓고, 억수로 노력했었다..

울 남편, 그런 나의 노력에 감동한다는 느낌을 거의 주지 않았고,  내가 파김치가 되어 널부러져 있거나.

악다구니 쓰면서 못되게 굴면 차라리 더 좋아했던 거 같다..

(억지 현모양처 흉내보다는 ,내 유치한 본능대로 살라는건가? 쩝..^^:)

 

난 나보다는 조금 더 총명해 보이는사람이랑 결혼해서, 낯선 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면 좀 힘들어도 결국 멋지고 행복해질거라 생각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내 결혼생활은, 행복이란 그런 거랑 전혀 상관없다는 것을  아니, 그런 생각이 틀렸었다는 것을 처절하게 깨닫게 해주었다..ㅠ.ㅠ

 

시댁!!  내가 먼저 알아서 챙기면 칭찬해 주고 고마워해 줄거라 생각했는데, 남편은 언제나 나 몰라라..하는 반응이었고, 시댁은 그런 내가 너무 편안해서 마음껏 당신들께서 하시고픈 대로 행동하셨다.

결국, 내가 "나 몰러~힘들어..더 이상 안혀!!! 못한다구!!!!!.." 하고 포기선언하자, 남편이 시댁과 알아서 연락하며 챙기게 되었고, 이젠 시댁과도 서로를 배려하는 편안한 관계가 되었다...음홧하하~

 

그 참..

이렇게 쓰다보니, 우리 남편은 참 이상한 인성의 소유자같다.

사실 쪼끔, 특이하다 ...-.-

 

나도 어떻게 이사람이랑 결혼하게 되었는지,

자다가도 희안할 지경이다. $%^&*@#$%^&*

 

그치만 이제 난 안다...

내 남편은 내가 뭔가를 잘 하려고 억지로 애쓰지 않을 때의

<있는 그대로의 나>를 더욱 사랑하고,

내가 괴로워하며 남에게 숨기고 싶어하는 나의 약점들조차 사랑해 주는 사람이라는 것을....ㅠ.ㅠ

 

내가 한없이 게으름을 피우며 늘어져 있어도, 돈 벌 궁리를 하지 않아도, 어이없는 무식함(?)을 드러내어도...

나에 대한 그의 마음은 털끝만큼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십수년 살아오면서 보여주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온전히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처럼 좋은 것이 있을까?

하나도 애쓰지 않아도 그저 다 받아 주는 마음...

그리하여 이 힘든 세상에서 온전히 사랑받으며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그 무엇...ㅠ.ㅠ

 

정말 30대 후반엔 폭발적인 잦은 부부싸움에, 이혼하자는 말까지도 오고 갔지만,

남편이 먼저 시비를 걸어 온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결혼생활에 관한 환상을 놓아버리지 못하고, 

욕구불만으로 가득찼던 어리석었던 내가 결국 문제였던 것이다..ㅠ.ㅠ

 

내 몸에서 나온 내 자식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아서 속상하고,

내 자신조차 마음에 안 들어서 머리 쥐어 뜯고 싶은 날들도 많건만...

남편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항상 사랑해 왔었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다만 그는 표현하는 방법에 서툴렀고, 정말 여자들의 심리를 몰랐던 것이었다...

(현재는 사춘기 문턱에 있는 딸 지나에게 구박받는 신세가 되어버렸다..불쌍혀~~)

 

그에 비해서 나는 남편에게 끊임없이 조건을 붙였다.ㅠ.ㅠ

 

남편이라면 이래저래야 하는건데 당신은?

아빠라면 이래저래야 하는 데, 당신은?

남자라면 적어도 이래저래야 하는 데, 당신은?

사위라면 적어도 이래저래야 하는 데, 당신은?

당신은? 당신은? 당신은????

 

정말 내 자신이 부끄럽고 한심하다.

 

부부의 사랑이란 결국

나라는 존재가 나 아닌 타인을 얼마만큼 포용하며 사랑할 수 있는 인간인지를 가늠하게 하는 척도라는 것을..

불완전한 나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서로의 성장을 도와주어야 하는,

생의 최대의 과제임과 동시에 축복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부오 자식간의 사랑은 혈연으로 연결되었기 때문에,

그 <조건없이>가 부부의 사랑보다 훨씬 쉬울 수 있다고 생각된다.)

 

내가 억지 노력을 하는 동안에는 남편의 단점이 그리도 크게 보이더니,

나의 부족함을 너무나 잘 알게 된 지금은,

도리어 남편같은 사람을 만나 사는 내 자신이 너무나 복받은 존재다 싶고, ^^::

이젠  그가 일관되게 내게 보여준 조건없던 사랑을 그에게 베푸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ㅠ.ㅠ

이렇게 생각을 바꾸게 되니,사랑받는다는것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지고,

삶에 대해서도 덜 두렵게 느껴진다...

 

생의 문제는 항상< 바로 나>에서부터 기인한 것임을 인식을 할 수 있게 된 까닭이겠지...

이젠, 문제가 느껴질 때엔, 나부터 먼저 점검해야 함을 잘 알게 되었다는 것이고...

 

이제 너무 애쓰면서 살지 않을거야..

그냥 서있는 내 자리에서 즐겁게 최선을 다 할 뿐....

 

그 분께 간절히 간절히 기도드린다.

남편의 삶의 짐이 점점 가벼워지길..

그가 꿈꾸고 원하는 것들이 이루어지기를...

우리 둘..평화로운 모습으로 건강하고, 아름답게 나이들어 가기를...

 

그리하여,

이 세상 마지막 날,

함께한 수많은 나날과 시간들..

그대와 함께 했음에 진정 행복했었노라고 말할 수 있기를...

 

내 사랑하는 그대..

나만의 곰통이, 배 나온 어린 왕자, 아이들의 영원한 피터 팬!!!

 

매일, 나날이...

 더욱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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