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집 계단 위로 올라가는 코너의
칸딘스키 그림 아래에 고이고이 모셔져 있던
알흠다운 악기
첼로..
그 첼로 케이스를 열어보는 일조차
내겐 늘 아득하고 힘든 일처럼만 느껴졌었다.
내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육중함...
사람들이 첼로의 매력에 빠지는 이유가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유사한 톤인데다
마치 연인을 품듯이
가슴에 악기를 품고 연주하기 때문이라는데..
좀 더 많이 감상하려면: http://blog.daum.net/crystalspirit/1450
작은 체구의 나에게
이 첼로님을 드는 것조차 힘이 들던데,
감히 품어 안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았어...ㅠ.ㅠ
다만
첼로 연주하는 남자는
너무나 멋져 보여서
유일하게 아들 유진이에게
권하게 된 첼로...^^:
그러나
역시
자발적 동기로 시작한 악기가 아니어서인지
유진이는 대학생이 되자
가장 먼저
손을 놓은 취미...
아들 유진의 콘서트 포스팅: http://blog.daum.net/crystalspirit/477
당연히
집 떠나 공부하러 가는 곳에
큰 첼로를 들고 갈 수는 없는 일이긴 하다...
밧뜨,
기타는 들고 가더라는...ㅎ
그런 첼로를 내가
내가...
내가...
ㅋㅋㅋ
해보고 싶어진게다.
그리하야,
한 권으로 끝내는 취미 첼로 책을
한국으로부터 배송받아
준비해놓고...
오, 예~
^^
미국 알라딘을 통해 한국에서 배송되어온 취미 첼로책 ^^
첼로님을 영접하기 위해
케이스를 열어보니~
오오오~
그동안 잘 지내셨군요?
이 첼로는
마지막으로 성인 사이즈의
유진이 첼로를 구입하기 위해
유진이 첼로 선생이던
대학원생 미국 아가씨와 함께 같던
첼로 전문 악기점에서
수많은 첼로를 연주해 보던 중...
그녀와 내가 똑같이 눈 마주치며
소리가 맘에 들어 발탁했던 분...^^
어릴 때
피아노를 좀 배운 음감으로
내가 소리를 좀 느낄 줄 아는건가~ 하고
혼자 놀랬던...
기억이 아직도 떠오르는...
그 때 기억으로
첼로 케이스 가격조차 너무 비싸서 내가 망설이니,
스크레치가 있는 이 녀석으로 유진이가 골라서
나의 부담을 덜어주었던 기억도...
그때에도 이 케이스 가격만도 40여만원이 넘었으니.
(헤드 아래에는 습도는 측정하는 계기판도 있다는..)
암튼, 서있던 첼로를 열어 눕혀 열어보니
소박한듯 기품있는 모습..
아, 멋있다~
그리하여,
유뷰브와
첼로 교재를 보고
혼자 첼로 배우기 7편까지 했다는...ㅎ
아이들이 생일 선물로 구입해준
테블렛으로 유튜브 동영상을 봐가면서
혼자 배워보는 즐거움~
첼로를 튜닝하는 법까지 해보고
자신도 생겼는디...ㅠ.ㅠ
너무 자신감이 넘쳤는지....
줄을 고르던 중
팅~ 하고
뭔가 튕겨져나가고...
모든 게 망친 느낌이...ㅠ.ㅠ
정신차려 보니
세워져 있던 브릿지가
뽑혀져 누워 있는 것이..ㅠ.ㅠ
현 위에 놓여있던
알 수 없는 현 조절 집개가 바닥에 떨어져있구...
현들은 후들들
널부러져 늘어져 누워 버린게다.ㅠ.ㅠ
첼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이 악기를 부서뜨린 건 줄 알았지..
혼미해지는 정신을 가다듬고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브릿지 교체라는 것이 있어
들여다보니,
브릿지는 원래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었던게다..
휴~
다행....
그래서 알게 된 것이
첼로든, 바이올린이든
저녁에 집에 돌아온 남편이 말하길
기타도, 가야금도
모든 현악기의
브릿지는 악기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브릿지는 활 줄의 힘으로
서 있는거라고 하는게다.
아이고~
십년 감수...
어쨌거나
인터넷을 찾아보고,
브릿지에 대해 이해하고 나서
다시 브릿지를 제 자리에 끼워 세워 두고
현도 홈을 따라 제자리에 끼우고
원래 모습대로
보존한 후에(?)
다시 첼로 케이스에 고이 넣어 두었다.
휴우~
그리고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이 첼로의 소유자인
유진이에게
내가 사용해도 되는 지
물어보지 않은 것이 걸리는게다.
아무리 부모인 우리가
첼로를 구입하게 해 주었더라도
악기의 소유자인 유진에게
묻지 않았던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닌 것 같다는....
근데..사실...
유진에게 물어본다면,
왠지 유진이가 흔쾌하게 O.K 할 기분은 들지 않는게다.
(정말 자신의 친구, 내지는 연인처럼 생각하는 게 아닐까..싶은...)
그렇다면
엄마를 위해 마지못해 o.k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어...
그냥 유진이가 신경 안 쓰이게
살짝 몰래 연습한 후에
나중에
surprise 하게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나으 욕심이~~~ㅋ
암튼,
유진이가 이 첼로를 연주할 동안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브릿지가 빠지는 상황이 생기고 나니..
이 첼로가
주인의 허락없이
내가 만지는 것이
불편했던게야~~~ ㅠ.ㅠ
라는 생각이 들더라는....
나이 들수록
모든 사물에
그 나름대로의 영혼 내지는
에너지가 깃들여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허락없이
너를 만진 것이
많이
미안해...
세상에서 가장 슬픈 곡 중의 하나인 쟤클린의 눈물..ㅠ.ㅠ
그래..
너의 주인인 유진(Eugene)에게
먼저 허락을 구하도록 할께...
인연되면
우리,
다시 만나자~~~
==================================
이후....
.
.
유진이에게 이 모든 얘기를 했더니,
막, 웃는다...ㅋㅋ
엄마가 사주신 첼로인데
당연히 괜찮구요..^^
근데, 처음이 중요하니
개인적으로 누구에게 좀 배우든지,
아니면
제가 집에 가면
튜닝도 해놓고,
기본 자세 등등..도 가르쳐 드릴께요~
하더라는...ㅠ.ㅠ
아이고~
역시, 마음이 넓은 우리 유진이..ㅠ.ㅠ
엄마가 너무 쓸데없이 생각을 많이 했구나..
그야말로
젠틀맨이 된 의젓한 아들,
유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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