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기뻐해주는 마음: 수희찬탄

양태숙-차 한잔

 

함께 기뻐해주는 마음(수희찬탄 隨喜讚嘆)

 

사람들은 보통 남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흔히 질투심이 나거나, 시기하거나, 내가 상대적으로 작아짐을 느끼곤 합니다. 남에게 생긴 좋은 일을 함께 기뻐해주기는커녕 질투가 나는 것이지요. 그러나 남에게 생긴 좋은 일을 함께 기뻐해주는 마음이 어떤 의미와 공덕을 가지고 있는지를 안다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불교에 수희찬탄(隨喜讚嘆), 수희공덕(隨喜功德)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비희사(慈悲喜捨)라는 사무량심(四無量心)의 세 번째 덕목이 바로 희심(喜心), 즉 희무량심(喜無量心)입니다. 희무량심은 남에게 좋은 일이 생겨 남이 그 좋은 일을 기뻐하는 것을 함께 기뻐해준다는 것이에요. 남에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기쁜 일이 생겼을 때 그 좋은 일, 기쁜 일을 모두 함께 기뻐해주는 마음이 희심, 희무량심입니다.

 

사실 우리가 이같은 희심이라는 것을 쉽게 생각하기가 쉬운데, 우리가 아주 잘 못 일으키는 마음이 바로 희심입니다. 함께 기뻐해주는 걸 사람들은 잘 못해요. 오히려 남들이 잘 되면 배가 아프고,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고, 남들이 좋은 일이 생기고 대박이 나고 잘 되면 괜히 배가 아프단 말이에요. 그 사람이 괜히 꼴 보기 싫고, 칭찬해 주기 싫고, 칭찬에 굉장히 인색하고 그렇단 말이죠.

 

그런데 남한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사람들이 다 함께 수희동참 해줄 때, 내 마음 속에 무엇이 연습되느냐 하면, 좋은 일이 생긴 남한테 있는 바로 그 장점 그 좋은 점이 고스란히 내 마음 속에 남는 겁니다.

 

내가 함께 기뻐해주는 일에 동참한다는 것은 곧 그 사람에 생긴 좋은 일을 내가 함께 한 것과 다름없는 공덕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정신(精神)은, 물질적인 것을 보시했을 때만 보시의 공덕이 있는 게 아니라, 보시하는 마음을 찬탄하고 수희하면서 함께 기뻐해 줬을 때도 동일한 보시의 공덕이 지어지는 겁니다.

 

예를 들어 돈 많이 버는 사람들, 남들은 아파트 값이 올라서 두 세배  올랐다 그러면 배 아파 죽잖아요. ‘에이 난 그 옆에 있는 아파트를 샀는데 안 오르고, 왜 저사람 아파트 값만 오르는 거야’ 하면서 배 아파하지 말고, ‘야, 저 사람은 전생에 지은 공덕이 얼마나 많으면 저렇게 잘 됐을까.’ ‘참 잘 되었다’ 하고 수희찬탄해 주면, 나에게도 그 공덕이 온다는 말입니다. 수희찬탄하면 쉽게 말해 내 아파트 값도 오르고, 나도 함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물질세계란 내가 직접 그 물질을 얻어야지만 물질세계가 아니라, 마음만 내어도 그 물질세계가 내게도 영향을 미친다 는 사실이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되었습니다. 아령을 들고 운동을 해야 근력이 강화되지만, 마음속으로 아령을 들고 운동을 하는 상상을 하잖아요. 그렇게 상상을 하고 나면, 동일한 시간을 상상했을 뿐인데 근력이 마찬가지로 강화됩니다. 상상밖에 안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사람들의 마음이 작용을 하는 본질(本質)이 그러합니다. 그렇게 마음을 내기만 했는데도, 그것이 이루어진단 말입니다.

 

『화엄경』 보원행원품(普賢行願品)에 보면, 보원행원에 다섯 번째가 수희공덕(隨喜功德)입니다. ‘내가 평생 수희공덕 짓기를 발원합니다. 함께 기뻐해 주는 공덕을 짓기를 발원합니다.’ 라고 하면서 수희찬탄을 합니다.

 

길거리에서 향을 파는 사람이 향을 하나 피워 놓으면, 향을 파는 사람도 향냄새를 맡죠. 향을 사려고 보는 사람도 향냄새를 맡습니다. 향을 피워논 그곳을 지나가기만 해도 사람들이 향냄새를 맡습니다. 향을 직접 사지도 팔지도 않았지만 향냄새를 누구나 맡는 것처럼 수희(隨喜)를 하게 되면, 사람들이 함께 좋은 향냄새를 맡는다는 말입니다. 

 

남을 칭찬하고, 찬탄해줄 때, 내 일처럼 기뻐해 준다는 것은 곧 너와 내가 둘이 아님(불이 不二)을 실천하는 것이 됩니다. 부모님이 자식이 잘 될 때 정말 내일처럼 기뻐해 주죠? 왜 그럴까요? 부모에게 부모와 자식은 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둘이 아니니까, 자녀의 기쁨이 곧 부모의 기쁨이 되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타인의 장점을 내 일처럼 진심으로 기뻐해주게 된다는 것은 곧 너와 내가 둘이 아님을 실천하는 불이법(不二法)을 실천하는 것이 됩니다. 불이법(不二法)을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참된 수행입니다.

 

이처럼 칭찬과 찬탄의 수행은, 그저 단순하게 남들을 축하해주는 것만이 아니라, 너와 내가 둘이 아닌 하나임(不二法)을 깨달아가는 불이법(不二法)의 실천이기도 하며, 동체대비심의 실천, 참된 자비의 실천이기도 합니다. 너와 내가 둘이 아니라는 동체(同體), 즉 한 몸(一體)이라는 자각이야말로 참된 자비심(慈悲心)이기 때문이지요.

 

수희찬탄이야말로 동체대비의 실천이고, 불이중도(不二中道)를 실천하는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남이 잘되는 것을 질투하기 보다는 함께 진심으로 찬탄하고 축하해주세요.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나보다 먼저 이룬 사람에게도 수희하며 찬탄해 주세요. 수희하고 찬탄한 그것이 머지않아 내가 얻게 될 것입니다.

 

-법상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