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있는 세상

그라모폰 어워즈 2관왕 임윤찬, 이 나이에 덕질의 기쁨을 준 너..축하해~

거울닦는 달팽이 2024. 10. 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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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나이가 35세를 넘으면, 새로운 노래를 잘 듣지 못한다고 한다.
나도 예외가 아닌 것 같아서,
유튭 쇼츠에서 배경으로 나오는 흥미로운 음악이 있을 땐
무슨 곡인지 찾아보고 다시 들어보기도 하지만,
그래도 늘 음악의 변방에서 사는 듯한 느낌...
심지어 세계적 BTS의 열풍조차 나에겐 큰 흥미를 불러 일으키지 못했었지.
 
근데, 2년전인가 어느 날..
임윤찬이라는 아직도 소년과 청년의 그 어디에 서있는 듯한 앳된 얼굴의 대한민국 피아노 연주자가
반 클라이번 콩쿨에서 라흐마니노프를 연주하는 걸 듣게 되었고,
무기력한 일상에 얼어붙어 있던 내 심장이 쿵쾅쿵쾅 힘차게  뛰는 느낌을 주었어..
 
이 콩쿨의 최연소 우승자가 된 이후에,
그의 피아니스트로서의 삶은 시작되었고,
나는 유튜브를 통해 새로 올라오는 연주가 있으면 듣고 지내며,
'아..이 나이에, 나도 누군가를 덕질할 수도 있구나..' 라는 기쁨을 누렸었지.
 
나도 마침내, 
티켓팅이 엄청 어려울 건 당연할 거라 생각하며,
미국에도 언젠가 오겠지..라며, 인터넷을 검색하다,
결국, 올 해 8월에 헐리웃볼에서 공연이 있는 걸 찾아내었어!
 
그리하여,  <어린 왕자> 같은 이 어린 청년의 연주를 직관하고 싶어,
너무나 오랜 기간 잊고 살았던 헐리웃보울에도 비싼 파킹비까지 감수하며 갔었지...
 
2월에 예약했었지만, 공연장의 내 자리는 너무 뒷자리였고..ㅠ.ㅠ
이 연습벌레이자 천재인 이 어린 피아니스트의 얼굴 표정을 직관으로 읽으며
그의 열정적인 연주를 즐길 수 있으려나..했던 나의 생각은,
대형 화면에 잡히는 모습만을 봐야만하는
너무나 먼 당신이 되고 말았으~~ ㅋ
(1만7천명 수용인원인 야외공연장)
 
그래도...
베에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피협중의 하나여서,
특히 2악장, 가장 좋아하는 선율이 헐리웃볼 산자락 안에서
밤하늘에 울려 퍼질때는 '이 곳은 어디? 나는 누구?' 같은 비현실적인 느낌이...
그래도 그만하면 고생한 보람을 느끼긴 했어..ㅠ.ㅠ
 

밤하늘에 울려 퍼지던 베토벤 피협5번 2악장의 영롱한 아름다움...내 셀폰으론 소리를 잡기 힘들다는..

 
아쉬워서, 이 2악장을 유튭에서 퍼 놓는다.
이 부분을 연주할때의 그의내면을 표현한 문장이 심오하고 아름다워 또 감동~~~
 

 

https://youtube.com/shorts/-vwv0YVowms?si=TtYqdJw9n4IHqLUP

이 동영상의 댓글 중 하나가 내 맘에 꽂혔다는...

 

 
 
지금도 일상의 권태가 나를 무겁게 가라앉게 만들때엔
그의 열정적인 피아노 연주를 찾아 들으면 기운을 되찾을 수 있게 되고,
초등시절 몇년 배운 실력으로도 집에 있는 중고 야마하 피아노를 더 자주 열게 하여
내 삶에 생기를 북돋아 준 너에게 감사해.
 
 

연주 듣느라 길게 찍지 못함..ㅠ.ㅠ

 
클래식 연주를 야외공연장에서 이 정도 소리를 낸다는 것은 
헐리웃보울의 엄청난 기술력이겠지.
내 좋아하는 LA필 지휘자 구스타브 두다멜과 임윤찬의 협연!!!
둘 다 열정적인 스타일~ ㅎ
 
결국, 아쉬워서 포스팅 후, 유튜브를 다시 검색해서 이 공연을 찾아 보관해둔다.^^
이 공연의 1악장과 3악장을 찍은 것이지만, 이 날 밤의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

 
 

그리고, 어제 뉴스에서 그라모폰 어워즈에서 2개 부분에서 수상했다는 소식이!!!
그것보다 더 나를 감동시키는 너의 수상 소감이라는 글이,
이 어린 청년의 깊이가 나를 또 감동시켰다.
 
그의 수상 소감은 이러했다.
“음악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은,
세상은 모든 것들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제가 살아오면서 경험하고 듣고 느낀 것들을 포함해
사소한 모든 것이 표현되는 것”이란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어 “저희 부모님의 말투부터 제 눈으로 본 모든 것, 그리고 듣고 느끼고 경험한 것, 배운 것, 이 모든 것들이 제 음악에 녹아있다.
이런 큰 상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제 가족, 선생님, 에이전시, 위대한 예술가들, 그리고 제 친구들이다. 저와 제 음악은 제 주변 사람들에게 매우 감사해야 한다”고....

 
살만큼 살아온 이 나이든 아줌마의 시선에서 보자면,
이 어린 청년은 모든 존재의 연결성( Oneness를 알고 있다는 것) 그리고,
특히 클래식 음악이 서양의 귀족들을 위한 전유물에서 출발한 음악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음악은 자신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출발해 세상에서 경험한 모든 것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한 것이 나를 더욱 흐뭇하게 해 주었다. ^^
 
암묵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클래식 음악의 계급주의, 귀족주의적인 느낌을
일소해주는 깊고 순수한 청년의 음악 사랑이.... 
 
신기하게도 임윤찬의 연주를 듣고 있자면,
기존의 클래식곡에서 흐릿하게 묻혀 있었던 특정 혹은 아름다운 선율이
마치 매직아이를 보게 되었을때처럼 선명하게 두드러지고,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던 곡들에서도 생기가, 생명력이 살아난다.
그는 기존의 틀을 깨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영혼이 시키는 즐거움을 따르는 것 같은 느낌...
 
무엇보다 임윤찬의 연주에선
무언가에 몰입해서 몰아일체가 되는 순간
인간의 가장 큰 행복감이 깃든 표정을 보게 되며, 나도 함께 연결된 느낌으로 음악을 즐기게 해 준다.
 
문득,
헐리웃보울에서 내 뒷자리에서 미국 청년과 할아버지가 속닥이던 말이 기억이 난다.
"오마이 갓, 저 청년이 겨우 20살이라고???" 하며, 놀라워하던...
(네, 그래서, 이번에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네요..ㅎㅎㅎ)
 
그래, 그래..
이제 20살인 앳된 청년, 영혼은 도대체 몇 살인지 모를 깊이를 지닌 임윤찬!
나이들수록 더 깊어지는 클래식 음악 세계에서 너는 얼만큼 성장할지 무척 궁금하고,
세상이 너를 힘들지 않게 하면 좋겠고,
음악이 너를 늘 행복하게만 해주면 좋겠구나...
늘, 너의 건투를 빌께!!!


<쇼팽의 에튀드>로 피아노 음반 부문을 수상했다고 한다. 
프레데리크 쇼팽/에튀드 : <-_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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