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읽기

아름다운 사람, 작가 한 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감동하며 기뻐하며~

거울닦는 달팽이 2024. 10. 12.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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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뿐 아니라 소녀같은 그녀의 모습도 아름다운 사람, 한강...

 
 
이른 아침, 잠을 깬 순간 셀폰을 들여다보던 어둠 속에서 남편이 말을 건넨다.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받았대!" 
"우아, 대박!! 진짜?"
그러고 나도 다시 침대에 누운채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그녀의 수상 소식을 찾아보았다. 
 
그러니까, 나보다 어린 50대의 한국의 작가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급의 작가로 인정받았다는 거지?!!!
노벨 문학상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작가들이 받는 것이라 생각한 나...ㅋ
 
"와, 진짜 우리나라 대단하다!!! 진짜 모든 분야에서 빛을 발하네! 너무너무 좋다~~~
<소년이 온다>는 아마 5.18을 다룬 소설이지?.."라고 하니, 남편이 나의 상식과 교양에 또 놀라워한다..ㅋㅎㅎㅎㅎ
 
사실 그녀의 소설을 읽은 건, 단편소설 <작별> 밖에 없다.
도서관에 이 책이 있었기 때문이긴 하지만,
그녀의 대표작인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는  몇번이나 읽으려 시도했었지만, 
고통스러운 내용임을 잘 알기에 감정이입이 너무 잘 되는 나는 읽는 순간 우울의 늪에 빠질 것 같아서 늘 망설이기만 했지.
 
하지만, 그녀의 수상 소식이 더욱 기쁜 이유는 
초식동물 같은 여리고 맑고 순수한 인간이
야만스런 세상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내는 모습이 그녀 소설의  대부분의 주인공이듯,
그녀 자체가 소녀같은 꾸밈없는순수한  외모와 겸손하고 자분자분한 말투가
그녀 글의 주인공들과 일치하는 듯한 모습...^^
 
악몽을 꾸면서, 울면서도 내내  글을 써내려간다는 고통스런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는 것이 그녀가 이런 엄청난 상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녀가 자신의 글을 직접 읽으니, 주인공 그 자체 같다. 음성도 말투도 천사같다는...^^


법륜스님도 이런 말씀을 하신 기억이 난다.
"인간들이 참 모질고 독하게
온갖 살아있던 것들을 볶아먹고, 끓여먹고, 튀겨먹고, 삶아먹고,
온갖 방식으로 그렇게들 입에 (쳐)넣고 살면서,
지(자기) 인생 좀 힘들다고 늘상 아우성에 난리치니, 자신이 한 짓을 생각하면 무슨 염치인지.."
이런 어조였는데, 사실 생명체에 지은 행위를 생각하면, 그만하면 다행이고 감사해야한다는 말씀이겠지..
 
사실 우리 집은 특별한 식사 습관이 하나 있다.
고기를 먹을 때는 꼭 기도를 한다.
언젠가 내가 "고기 먹을 때엔 기도하고 먹어요." 라고 했더니,
사람들이 웃었다.
아마, 고기 먹으니 좋아서 그런가보다..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유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생명체인 포유류를 고기로 먹으면서 미안한 마음을 느끼는 게 당연하고, 그 생명체의 영혼을 위해서 기도라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언젠가 <오래된 미래>를 읽으면서,
라다크 사람들이 키우던 양을 잡으면서
그 존재를 위해 기도를 한다는 것에 감동해서...
우리 가족의 식사에서 고기를 먹을 때면
나의 제안으로 가족 모두 짧게 기도를 하게 되었다는..)
 
그리고, 이번 윤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대한민국이 <야만의 시대>로 회귀할 거라는 건 너무나 당연지사라고 각오(?)했기에, 
한국에서 들리는 정치뉴스는 듣지 않고 살기로 했고(이젠 피할 수 있으면 마음의 고통과 괴로움은 회피하며 살자는...ㅠ.ㅠ)
그렇게 지냈지만, 간간히 들리는 소식들은 가슴이 답답해지곤 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여전히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인간답게 살아가려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그런 대표적인 사람의 글이 노벨문학상까지 받게 되다니..그것이 너무 기쁘고 감동스럽다는...
 
사실, 우리나라 예능프로그램에서 늘 먹는 얘기만 나오고,
먹방 유튜브가 가장 잘 나가는 유튜브 콘텐츠가 되고,
전 국민이 한우, 고기, 고기, 고기...하고 아귀처럼 먹는 것에만 관심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
이젠 요리 대결 프로그램(흑백요리사)으로 전 국민의 관심이 또 집중되어 있는 것도
내겐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
(나도 늘 쉽게 예쁘게 차린 음식을 너무너무너무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한강 작가는 이번 수상 소식에 기자회견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촌 위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 같은 지역에선
지금도 어린이들과 무고한 사람들이 전쟁으로 죽어가고 있는데,
축하받으며 기뻐하며 요란을 떠는 것이
그녀 성향에서는 맞지 않는 게 당연한 것 같다.
 
어쩌면 나랑 극반대 성향의 그녀..
자분자분 차분한 성격뿐 아니라,
괴로움과 고통을 직시, 대면하면서 그것을 글쓰기 작업으로 뚫고 극복해나가는 모습..
 
겉으로는 명랑 쾌활한데,
내면으로는 불안과 두려움이 많아,
그것을 불교, 마음공부 등으로 풀어가며 삶을 살아가는 나...
 
그녀는 내면의 여림을 뚫고 나아가는 강단과 용감함이 너무 대단하게 느껴지고...

나도 다시 용기내어 고통스럽고 불편한 마음을 일으키는, 그러나 슬프고도 아름다운 그녀의 작품들을 읽어보아야 할 것 같다.
(사람들이 피하고 외면하고 싶어하는 것을 대면하게 만드는 것이 작가나 아티스트의 의무라고 한 어느 철학자의  말도 기억이 난다..)

아름다운 그대,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노벨 문학상 작품을 원서로 읽는 기쁨을
누리게 해줘서 진정 고마워요~~~♡
정말 자랑스럽고 감동적인 하루였어요!!!
 



 *포스팅 후에, 인터넷에서 관련 글과 음악이 좋아서 퍼 놓아요.^^

:축하글 중 가장 울림이 컸던 글.

 
 

한강 작가가 < 작별하지 않는다> 초고 마치고,
택시 안에서 이 곡을 듣다 마지막 부분에서 눈물을 흘렸다고한다.
고 문재학군의 어머니의 마음처럼 느껴진게 아니었을까...

'바다처럼 깊은 사랑이 다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 이별일 텐데...'
저정도의 그리움과 아픔은 자식을 잃었을때의 부모 마음 일 것 같다는...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448551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 '고등학생 시민군' 고 문재학씨와 어머니 1980년 5월 27일 계엄군에 의해 전남도청에서 사망한 '고등학생 시민군' 고 문재학(사진 오른쪽, 당시 16세, 광주상고 1)와 어머니 김길자씨. ⓒ 권우성 "

n.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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