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의 흔적

자존감과 자존심 그리고 생각 바꾸기.

거울닦는 달팽이 2010. 8. 29.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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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사니엘 브린든은 자기 존중감이 천부적으로  절로 생기는 게 아니라, 습득해서 터득해야 하는 삶의 기능이라고 설명한다.

자기를 긍정하고, 자기 삶에 책임을 지며,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고독을 참아내며, 성실성과 정직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능이라고 한다.

그것은 또한 자기 장점과 단점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받아들인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자신의 긍정적인 속성을 거짓 겸손이나 우월감 없이 인정하며, 자신의 부정적인 속성을 열등감이나 자기 비하감없이 시인하는 마음, 그것이 자기애와 자기 존중감의 본질을 형성하는 토대라고 한다.

 

                                                      (사람풍경/김형경 심리 여행 엣세이 중에서...)

 

 

 

 

어제 금욜 오후부터 오늘 토욜 저녁시간까지의 나...

흐흐흐~ 자유시간이 이렇게 좋다...

바람결은 그야말로 팥빙수의 션~한 맛, 프로즌 요거트의 서늘한 부드러움 같고...

조타~~

 

굶어죽기 전엔 돈이 목적이 되어 일하러 가지 않겠노라고 마음 먹었었다.

집에서 마치 수행자의 생활인 듯  생활해 보고 싶었다.

적게 벌어주면, 적게 쓰며 살면 된다고 생각하며 허리띠 졸라매며 살고 있었지.....

 

그러면서도 경제적인 문제가 현실적으로 마음에 걸리기 시작하자,

아이들 학교 간 시간에만 하는 일, 사람들에게 진정 필요한 일,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

그 시간만 집중하고 나면, 절대로 집에 돌아와서 일 때문에 신경쓰지 않는 일이 존재한다면,

하느님, 제게 그 일을 좀 줘봐요... 라고, 기도하면서 뭐 별로 기대도 크게  하지 않았었다....

 

지금..

내게 그렇게 아침 9시에서 1시까지,하루에 4시간의 일이 주어졌다.

스캇 니어링, 헬렌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이라는 책에서였던가....

사실 인간에게는 하루 4시간 정도의 노동이 가장 적당하다고......

그 나머지는 자신이 즐기는 것들을 하면서 살아가는

평화로운 삶을 제안했었지..... 

 

 

그렇다..

마법의 세상이 펼쳐지는건지, 기도했던 것처럼 그런 일이 주어졌고,

무슨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태도와 마음으로 하느냐가 중요한 거라는 생각이

나의 관심이 된 지금, 하루 4시간짜리의 이 일이 내겐 또 다른 체험이 되고 있다.

 

(왜 이리 빼고 있나?? 뭔 일인지 밝히기 싫은건가?? 사실 좀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아...

그래..글을 쓴다는 건, 자신을 완전히 열어 놓는 일이래.....더 솔직해지자....)

 

성당 오피스에서 일 할 의향이 있느냐고 전화 연락이 왔었고,

시작한 지 두 달이 넘었다....

(2년전 주보 봉사를 했을때의 나에 대한 기억이, 그들에게 괜찮았나보다..)

 

사실 신념을 앞세우는 조직에서의 쓴 체험 탓에,^^;

좀 생각해 보겠노라고 했다...

 

 

 

 

 

성당에 다니면서도, 내 종종 비판하기도 하던 종교 조직이잖은가???

인간의 머리속을 교리로 길들이고, 권위에 자발적으로 복종케 만드는 가장 견고한 조직인 카톨릭 교회잖아....

그야말로 정신이 헷가닥 뒤집어져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자고, 죽자 살자 외치고 있는 내게???

 

제대로 사는 삶이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의식에서,

<산은 물이요 물은 산이다>로 관점을 완전히 엎어 버리는 시간들이 있어야 하고,

다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지금의 나는 그 엎어버렸던 관점에서,

분노어린 반발심이 아니라, 

평정심으로  다시 처음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가 되어가는 중이면 좋겠다.

 

요 몇년 동안, 전혀 반대의 관점으로 세상 바라보기를 하던 시간들이 흘렀고....

인간도 그러하듯, 세상 모든 것들에 깃들인 긍정과 부정의 측면들을 둘 다 수용하게 되는 것 같다.

 

 

종교 안에서도 가장 중요시 하는 건 역시 돈이라는 것을 본다..

(흠~ 종교를 비판적 시각으로 봤을때 알고 있던 거였지 뭐.....)

하지만 이 물질 세계에서의 가장 큰 에너지 덩어리라 할 자신의 소중한 돈을 봉헌하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미사를 신청하고 또 자신의 귀한 시간을 봉사로 사용하는

평범한 신자들의 순수한 마음도 나는 이제 읽을 줄 안다...

 

성당 내의 단체나 작은 소모임 속에서도 많은 갈등과 문제가 있는 것도 잘 안다.

떼거리로 모여 다니며, 신을 찾는 것이 아니라, 교제가 목적인 듯한 행사나 모임들을 보면서,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겠노라며, 주일 미사만 참석하며 혼자 고립적인 생활을 했던거였지..

 

하지만, 그들은 나처럼 피하지 않는다..

시련과 고통뿐 아니라,기쁨과 배움, 성장의 원천이기도 한 사람과의 관계를 영위하며,

공동체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말로만 인류애 운운하면서,맹목적 신앙신활을 하는듯한 사람들을 비판하는 나보다

상처를 주고 받으면서 성장을 이루기도 하고, 혹은 그냥 그 상태에 머물기도 하겠지만

그들은 계속 신앙 속에서 더불어 살아간다.

...

 

사실, 혼자서 지식으로 배우게되는 <깨달음>은  큰 힘이 없다고 한다.

삶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배우고 성장하면서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경우,

그 인과관계가 남아 있기 때문에 더욱 큰 힘이 될 수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사실 수도원이나 절 혹은 암자에서 수행하는 수행자보다,

세속의 생활에서  온갖 고락 겪은 일상속의 수행이 더 큰 수련인지 모른다...

 

 

 

 

요 며칠 나는 심란했다.

비록 파트 타임이지만, 오렌지 카운티 교구의 직원의 일원이다.

인류 역사상 종교와 교육이 자유로운 인간 영혼을 파괴한 가장 큰 주범이라 생각했던 내가. 바로 그 내가,

내게 맡겨진 성당 일에  실수를 하지 않으려 기를 쓰고..-.-;

그들의 요구에 맞춰지고 길들여져 가면서 내내 괴로워했다.

돈 몇 푼에 마법 아짐이 길들여져 있는 건 아닌가? 하면서...ㅠ.ㅠ

 

어쩌면... 직급의 고저가 없다고 얘기하지만,

은근히 정체불명의 권위를 내세우며 내내 나를 가르치려 드는 듯한 태도의 누군가에게 화살을 옮겨 놓고,

내 스스로 괴로워하고 있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수도 있을게다.

처음 며칠동안 그녀와의 갈등을 고의로 내가 터뜨려서 풀기도 했었다

불편한 부분에 대해서 솔직하게 얘기를 나누었고, 그녀도 이해를 하는 듯 했다..

나, 많이 컸다..ㅎㅎ

 

이제는 서서히 그 분위기에 익숙해지는 내 모습에 내가 싫어진 것 같다.

내내 불편한 마음....

그러다가 생각의 반전이 일어난거다.

 

문제는 <자유로운 나>에 집착하느라, 내가 전혀 자유롭지 못했다는 사실...

<자유로운 나>란 <어떤 상황에서건,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을 한다는 것>이지,

내 맘에 들지 않는다고 누군가를 내 잣대로 판단하고 비난하며,

내가 속해 있는 사회의 요구에 불응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

.

 

만약, 세상 모든 사람들의 요구에 맞춰 주고 싶은 맘이  일어난다면,

모든 이에 대한 복종이, 바로 자유인거다.

예수님은 그를 죽이라는 사람들의 무지한 행태를 알면서도 그 요구를 받아들였다.

물을 포도주로 바꾸고, 바다 위를 걷고, 다섯개의 빵과 두개의 물고기로 기적을 행하기도 하던 그가...

그 죽음에 순응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잘 알고 있는 자의 자발적인 선택이었겠지....

 

참된 자유란 그렇게 나(아상)에 집착하는 에고를 사라지게 만든 <무아>의 상태여야 가능하다.

세상 누구에게도 복종할 수 있으며,또한  세상 누구에게도 당당한 자유 영혼의 행위로 드러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있는 곳의 목적에 맞는 나>로  내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잘 적응하는 것은 결코 길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내 선택에 의한 자유로운 삶의 한 단면이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서서히 바꿔가니, 마음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의 내 일의 위치을 통해, 그동안 누구의 지시를 거의 받지 않는 상황에서 살아오느라

나 혼자만의 오만함과 속좁음에 깊이 빠져 있었던 나를 돌아보게도 된다.

너무나 나 중심적인 인간...ㅠ.ㅠ

 

잘 길들여진 착한 아이였지만, 그건 나의 무지에 의한 자발적인 선택이었기에 화를 낼 줄도 몰랐던거였고..

집에서는 맏이요, 첫 직업이 중등교사였고,누구도 나를 맘에 안들어하는 사람이 있어선 안된다고 생각했던 나는 항상 사랑받고 인정받는 행동만 하려 했었지,..

그런 이유로 나름대로 착한 며느리로 최선을 다하는 내게. 명령조로 말씀하시고 짜증도 잘 내시고 함부로 말씀하시는 시어머니가 죽도록 싫었고 이해할 수 없어 괴로웠던 시간도 겪었지...

생협 일에 있어서도 리더의 입장에서는 내가 단지 고용인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는 점에 가장 분개했었고,

한때 내 비지니스를 운영했던 경험조차도,일을 함에 있어서 누군가의 지시대로 행동한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 싫어하는 <길들여지기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하고 착각내지는 회의하게 만든 것 같다.

 

 

이젠, 미루어두었던 내 생의 숙제의 하나인<나>에 집착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중이라 생각하게 된다.

난 자존심과 자존감을 헷갈려하며, <타인에게 언제나 존중받아야 하는 나>야만 한다는 생각에 갇혀 있었다.

그들은 그들 방식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 뿐인데.....

'네가 뭔데 내게 그런 식으로 가르치고 명령하는 듯한 어투와 태도 일수가 있어?

나에게 말야..나에게, 나에게..자유영혼, 세상의 일에 도구처럼 쓰이는 기계적 인간이 아니라, 깨달음(??)이

목표인 이 마법아짐에게 말야, 말야, 말야, 말야.....헉~

시어머니를 오랫동안 불편해했던 이유도 본인 중심적이고 명령하듯 말씀하시던 태도였던거고...캬악~#$%

그래...바로, 이거였어!! 내 살아오면서 괴로워했던 많은 상황들의 공통점이!!!!!

 

미국 생활 초창기, 버벅거리는 내 영어에 미국인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 그날 하루가 천국이 되거나 지옥이 되었다가, 시간이 좀 흘러서는 불친절한 직원에게는 눈 부릅뜨고 이름까지 물어가면서, 매니저에게 알리겠다면서 화를 내곤 했지...

그래...난, 그저 자존심만 강했지, 자존감이 부족했던 거였어....ㅠ.ㅠ

 또 아들 유진이가 고교생이 되었을 때  겪었던 갈등은 내가 현재 제일 싫어하는 사람들처럼,

나는 다 경험해봐서 다 안다는듯이 아들에게 가르치는 태도로 대한 것에 있었다는 것도 이제야 알 것 같다. 아.....

 

사실 자존심이란 낮은 차원의 감정이다.

자존심에 있어서는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본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 있다

즉, 자신이 주체가 아니라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의해 자신의 가치가 결정된다고 생각하기에,

온전히 자신이 주인인 삶을 살 수가 없게 되고, 남의 시선에 연연해하며  타인에게 종속된 삶을 살게 된다.

 

반면, 자존감은 <외부의 시선과 태도에 상관없는, 자기 자신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신뢰감>을 뜻하며,

외부의 평가나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을 향한 절대적 신뢰감이며 바고, 내면의 힘인 것이다.

 

결국, 자존감이 충만한 존재는 어떤 상황에서건 외부의 어떤 평가나 타인의 태도에 대해서도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으며, 마음에 걸림이 없이 자유롭다.

 

그래...문제가 풀리는 느낌...

 

그렇게 생각을 옮겨가기 시작하자, 내가 불편해 한 그녀를 통해서, 내 변화되어야 할 부분을 알게 하고, 

이 일을 통해서 만나는 사건과 사람들을 통해서 내 영혼을 성장시키려하는 것이,

나를 그곳에 보내신 존재의 뜻이라는 것도 알 것 같다.

 

참된 자존감을 지니고 더불어 살아가기..

이젠 불편한 사람을 피하지 말고, 나와 다른 존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기회로 삼고,

더불어 살아가며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도록 한다.

 

집에서 자발적 고독 운운하며 혼자 지내는 동안에는 절대로 배우고 경험할 수 없는 경험이 주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그렇게 살다보면, 세상 모든 것이 조화와 균형을 이룰때 존재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게 된다는 것처럼,

나도 그렇게 되어갈 거야.....*^^*

 

세상에서 만나는 모두가 나의 형제, 자매이며, 또 다른 <나>라고 한다.

누군가에게 내가 화를 내고 있다면, 내 안에 깃들여 있는 그런 모습에 화를 내고 있을 뿐이라는 걸 빨리 알아 차리고, 생각해보고  이해하여 사라지게 만들자.

 

요며칠 난, 자존감을 잃은 채, 자존심 운운하며 나를 고집하고 내세우느라 힘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너무 오래 끌지 않아서 참 다행이야...)

 

이제부터, 어떤 상황에서도 자유롭고 즐겁고 평화로운 마법아짐이 되자꾸나...홧팅!!!

 

마음이 뚫린 느낌이다. 핫하....

하늘처럼 내 마음도 몸도 더욱 시원해졌다~~~ *^^*

 

 

 

 

 

 당신의 동의가 없이는 아무도 당신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할 수 없다.

                                                           -   엘리노어 루즈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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