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과 영원사이: ART 12

거룩한 식사 -황지우

결혼 후, 내 일을 놓아버리고 이 먼 곳까지와서 살면서 내 아이를 낳아 먹여 키우고, 지금은 그저 남편과 둘 만의 식사를 준비하는 날들이지만, 잘난(?) 여자들은 경시하곤 하는 밥하는 일을 숭고한 일처럼 생각하게 만든 구절이 있는 시가 바로 이 시였다. 바로, 몸에 한세상 떠넣어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이여 라는 구절... 오늘, 잊고 있던 이 시를 다시 발견했다. ^^ 그래.. 또 다시 하루하루 몸에 한세상 떠넣어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을 기쁜 마음으로 준비해야지. 시지프스의 바위처럼 부엌 일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한탄을 버리자. 가끔씩만 생색내자..ㅋㅋㅋ 나이든 한 남자, 혼자 밥 먹게 하지 않음도 세상에 진 빚을 갚는걸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거룩한 식사 황지우 나이든 남자가 혼자 밥 먹을 때 울컥,..

물빛 :마종기

물빛 -마종기 내가 죽어서 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쓸쓸해집니다 산골짝 도랑물에 섞여 흘러내릴 때 그 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누가 내 목소리를 알아들을까요 냇물에 섞인 나는 물이 되었다고 해도 처음에는 깨끗하지 않겠지요 흐르면서 또 흐르면서 생전에 지은 죄를 조금씩 씻어내고 생전에 맺혀있던 여한도 씻어내고 외로웠던 저녁, 슬펐던 앙금들을 한 개씩 씻어내다보면 결국에는 욕심 다 벗은 깨끗한 물이 될까요 정말로 깨끗한 물이 될 수 있다면 그때는 내가 당신을 부르겠습니다 당신은 그 물 속에 당신을 비춰 보여 주세요 내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주세요 나는 허황스러운 몸짓을 털어버리고 웃으면서 당신과 오래 같이 살고 싶었다고 고백하겠습니다 당신은 그제서야 처음으로 내 온몸과 마음을 함께 가지게 될 것입니다 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