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읽기

신영복- 나의 동양 고전 독법 <강의> 중

거울닦는 달팽이 2009. 7. 27. 10:49
반응형

 

 

 

 

 

 

 

신영복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80년대 대학시절에 읽으면서 감동했었고,거의 20년이 흐른 지금, 나는 미국땅에 앉아 그 분이 쓴 나의 동양고전 독법 <강의>을 펴든다. 이상하지..유진이가 내 곁을 떠나있는 동안이면, 나는 미루었던 일을 할 엄두가 난다.유진이가 캠프로 떠난 지금, 두꺼워서 읽기가 망설여졌던 이 책을 오늘 아침에 펴게 되었다.(발렌타인 기념으로 한국책을 몇권 모아 구입했던 것. 이제 내 생일이 다가오니 또 읽고 싶은 책을 주문할 예정이다..*^^) 동양의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긴 서문에 적혀 있었고, 그것은 내가 살아오면서 어설프게 체득한 생각들이 명확하게 잘 표현되어 있어서, 읽는 동안 저절로 기쁜 마음이 일어났다. 내 삶의 전반부를 지배했던 근대화, 서구문화 숭배, 물질주의,과학 만능주의 등등의 시각은 결국 내가 미국에 와서 살게 하는 무의식의 한 부분이었을거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이라면, 환상을 가지고 바라보았던 서구문화 또는 강대국 미국의 실체가 미국 땅에 건너와 아이 둘 낳아 키우며 몸으로 체험할 수 밖에 없는  나의 실생활이 되자 , 더욱 더 동.서양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는데 도움이 됨을 느낀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외면하다시피 했던 동양의 사상을 한차례 훑어 볼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작년 한해는, 성당의 <성서 사십 주간>을 통해 서양 문화의 근간이라 할 히브리즘의 정수, 즉 성서를 한차례 훓어 보았던 경험이 있었는데, (서양문화의 두 뿌리, 헬레니즘과 히브리즘을 이해하게 되면 서양 문화를 대충 이해하는 것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고로..)올 해에는, 오늘 우연히 집어 든 이 책을 통해서 동양 문화의 근간을 한차례 훑어 볼 수 있게 될 거라 생각 하니, 이런 기회를 내게 주는 시간의 만남도 참으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경은 기원전 1200년에서 기원전 600년 동안, 민간에 의해 전승되던 시와 노래를 묶은 책이라 하는데, 이다지도 3000년 전의 인간의 삶의 애환이나 현대인의 삶의 모습과 정서가 결국 같은 맥락을 띤다는 것이 슬프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특히나 내 사춘기적 감성을 건드리던 학창 시절 배웠던 정지상의 <송인>이란 시가 이 시경에 소개된 시와 유사한 점, 유명한 김수영의 풀잎 이라는 시도 3000여년 전의 시경의 서민의 삶을 표현한 것과 유사하다는 것도 참으로 놀라운 사실이었다.

 

성서의 구약은 대충 기원전 2000년 전, 그러니까 대충 4000년전의  중동에서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면, 시경으로부터  출발하는 이 책은 기원전 1200년전부터, 즉 기록이 남아있는 3000년전의 황화문명이 남긴 고전부터 훑어 나가자는 얘기인 것 같다. 음..나도 이책을 읽는 이유를 생각해보자면,단순히 현재의 눈 앞의 삶에 매몰되어, 잘 먹고 잘 사는 것에만 집착하는 삶이 아니라, 내가 태어나서 살다가 묻힐 이 지구라는 행성의 과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짐으로써,내 삶이 놓여있는 현재를 거시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각을 갖게 할 것이며,여기, 현재의 내 삶의 행복이라는 것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는 참 행복이 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기 때문이리라..

 

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중세 시대에 태어난 사람이 천동설이 진리인 줄 알며, 죽어서 천국가는 것이 삶의 목표인 줄 알아, 교회가 시키는대로의 삶 만을 살았던 사람처럼, 역사의 한 점으로밖에 표시되지 않을 이 시점에서의 나의 삶도 물질과 타인의 인정만이 삶의 목표인 삶이 되고 말았을 것 같다.

 

사실 이것은 나는 누구이며, 내가 사는 지구라는 곳은 어떠한 곳인가? 에 대한 인간의 근본적인 호기심이겠지만, 우리가 받아온 제도교육에서는 그런 철학이나 관점을 가지고 역사를 가르쳐 주진 않았었다.내 남편 같은 경우는,어릴 적부터 역사나 지리를 그런 관점에서 호기심을 가지고 공부를 했다는데, 나는 그렇지 못했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일회적 지식으로 외우고 잊어버린 많은 사실을 지금도 기억하는 것을 보면서 놀라곤 한다.

 

하지만 뭐...평범하기 그지없는 나같은 사람의 역사 되돌아보며 공부하기가 이 블로그를 방문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더 공감할 거 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용기를 내어 이렇게 글로 남기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아직도 미국이나 한국의 아이들이 역사 공부에 호기심과 자기나름의 관점을 가지고 공부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서 많이 유감이다. 여기서 자라는 울 아이들도 History 는 싫다는 반응인 걸 보면...에고~

 

하긴 급히 내달려온 산업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파악케 하는 역사 공부가 의무적인 제도교육 차원에서 파고 들기에는 자본주의 정부 차원에서는 어느 곳에서도 편치 않을 것도 같다.

 

되도록이면 늦기 전에 우리 아이들도 자신의 삶과 연결되어 있는 관점에서 역사에 호기심을 가지고, 자신의 힘으로 현재의 역사의 면면을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한편, 지극히 평범한 나의 인생이 한국과 미국이라는 두 상이한 공간에서의 삶이었다는 점이, 과거에는 말할 수 없는 시련과  상실을 주었다는 점에서 후회와 원망의 시각이 많았었는데,.ㅠ.ㅠ현재는 내 삶의 이런 상이한 측면들이 나를 성숙하게 했다는 점에  대해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이 든다는 것도 이 책을 읽는 기쁨을 가중시키는 것 같다. 지금 내 모습은 부자도 아니요, 즐거운 인간 관계가 넘쳐나는 모습도 아니다.하지만, 내 삶에 있어서 이런 시간들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나이 마흔이 넘어서 보이는 세상이 다르다는 것이, 내 삶에 대해 진정으로 겸허한 마음으로 돌아가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는 것이

,

무척이나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기억나는  구절들:(내멋대로의 요약)

-서양 문화의 근간은 그리스의 헬레니즘과 기독교 히브리즘의 정신이다.
이 둘은 각기 과학과 종교를 발전시켜 왔으며, 이 두 정신은 공존할 수 없는 모순점을 드러낸다는 것이 문제이다. -음악은 그 시대의 정치를 드러낸다.

 

- 조화와 균형의 삶은 욕망의 절제로 가능하다.
-모순은 모든 진리의 특성이며, 이 모순이 적대적이지 않는 상태로 공존할 때가 자연의 법칙에 따른 완전한 삶이 아닐까.. -동양 문화의 모순은 인간 중심의 유가와 자연 중심의 도가로 나타날 수 있으며, 도가 사상은 유가의 인간중심의 오만으로 인한 좌절과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관점을 지녔다. 고로 이 두 사상은 적대적이지 않게 공존할 수 있는 동양 문화의 근간을 드러낸다. -조화와 균형으로 모순점을 화해,공존케 하는  것이 완전한 자연의 원리라 한 점을 생각해보면, 자본주의의 폐해가 날로 커져 인간다운 삶이 위협받고 있는 이 시점에서, 자본주의의 대척점에 있던 사회주의의 긍정적 측면을 조화롭게 균형있게 받아 들여 공존하게 하는 것이 미래의 담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 한마디로 내 삶의 정신적 모든 갈등들의 모순에 있어서, 극단을 지향하기보다는 장. 단점을 명확하게 인식하여 조화롭게 균형점을 찾아 살아가자는 내 결심과 같은 맥락이어서,큰 기쁨으로 읽고 있다.

 

책에서 이분의 인격과 고전의 지헤가 향기로 뿜어져나온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