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읽기

촘스키,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 1 (서평)

거울닦는 달팽이 2009. 7. 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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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동가여, 비관론 따위 아예 잊어버려라!!!

http://blog.aladdin.co.kr/silkroad/1038332

 

노엄 촘스키는 대학 시절 언어학 배우던 시간에 많이 들었다. 변형생성문법인지 뭔지 해서, 복잡한 문법을 설명하는 언어학자였다. 그런데, 나중에 알게 된 것은 촘스키기 어마어마한 운동 선수란 것이었다.

그런데, 촘스키의 글들을 만나 보면, 쉽지 않다. 글이 쉽지 않은 것이 아니라, 너무 증거를 많이 들이대면서 이야기하기 때문에 글을 읽으면서 논지를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는 거다.

이번에 촘스키,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란 제목으로 세 권의 책이 나왔다.

이 책의 원 제목은 UNDERSTANDING POWER, The indispensable Chomsky이다.
<권력의 이해, 꼭필요한 사람 촘스키...> 뭐, 이런 뜻인가 보다.

그 1권에는 여론 조작, 가난해지는 세계, 미국의 신 제국주의,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낸다.
하워드 진과 촘스키같은 지식인이 바라본 그들의 조국,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조리하고 비겁한 깡패 국가다.
그런 나라에 살면서 그들이 하는 일은 '베일'을 벗기고, 깡패의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다.

첫 장이, 미국의 제도적인 '베일' 작전이다.
모든 전쟁의 축에 서는 나라, 미국.그들은 그들의 국민들에게 알 권리를 주지 않는다. 그놈들의 정부 비밀이란 것은 대부분 국가 안보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고 한다. '비밀'이란 국민에게 <사태의 진행 상황을 알려주지 말자>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한다.

둘째 장, 점점 더 가난해지는 세계를 말하다... 에서 촘스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다. 미국은 모든 전쟁에서 <공격>하지 않는단다. <공격>한 경우는 한 번도 없다고 한다. 모든 문건에는 <방어>로 되어 있다고 한다.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기 위한 공격은 <방어>가 되는 것인지... 그런 수사는 나머지 별 생각없이 듣는 사람을 세뇌시키리라. 미국은 <방어>를 위한 나라라고... 미사일 방어 계획인지 뭔지 하는 MD 같은 것도 알고 보면 미사일 공격 계획이란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의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보수든, 우파든 가리지 않고 <과격한> 사람으로 분류한단다.

가난한 제3 세계에 대한 미국의 주안점은 민족주의적 정부의 등장을 막는 것이라고 한다. 낮은 생활 수준을 개선하려는 정부는 <곤란>하다고 미국 고위층의 문서에서 해마다 반복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제국의 사회 정책은 가난한 사람들의 돈으로 부자들에게 뒷돈을 대주는 형태. 

제3장, 미국의 신제국주의에서는 미국의 불법적 전쟁 모습을 폭로한다. 이미 폭로된 것들이어서 새로울 것도 없지만, 미국이란 국가의 본질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겠다>는 군산 복합체란 것이다. 제국은 날마다 '전쟁'을 먹고 사는 불가사리다. 미국의 '방위'를 위한 계획들은 모두 하이테크 산업을 보조하기 위한 것이고, 펜타곤이 그 중심에 서는 <전쟁 기업 국가>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한국이 천만 다행 머나먼 거리에 있기에 망정이지, 니카라과처럼 가까운 중부 아메리카에 있었다가는 이미 거지꼴이 되었을 것이다.

촘스키는 이 책 곳곳에서 한국을 미국의 <종속국>으로 묘사한다. 옳긴 하지만 참으로 씁쓸하다. 일본 놈들의 제국주의가 조선을 발전시켰다는 이야기를 보면, 참으로 서구 중심의 생각은 남들을 웃기게 보는 것이구나 하는 걸 느끼게 한다. 옮긴이도 한참을 주를 붙여 두었지만, 읽고 나서도 몹시 씁쓸하다.

미국은 아직도 베트남에서 이기고 있었다. 베트남은 발전의 모델이 아니라 파괴의 모델이니까. 월드 푸드 프로그램이 베트남에 댐 건설을 지원하려 하지 못하게 막았고 봉쇄에 성공했다. 정말 치밀한 놈들이다.

이런 전쟁에 <당신은 종종 그 세상에 개입하고 - 마땅히 개입해야 합니다.- 그것을 바꾸려 하게 된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당신은 배우게 된다.>고 말한다. 나중에 3권에서 이야기할 민중 운동의 측면을 말한 것이다.

이런 세계적인 석학이지만, 촘스키는 매일 좌절한다고 한다. 운동하는 사람치고 매일 좌절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지만, 그는 비관론 따위는 아예 잊어야 한다고 말한다.

제4장에서 미국은 전쟁을 일으키고 '민족주의' 정부를 몰락시키기 위하여 온갖 썩어빠진 반군과 반민족 세력에 돈, 물자, 군수품, 군인을 제공한다. 한국에서도 그랬고, 중부 아메리카에서도 그랬다.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과 노태우가 그들의 건빵을 맛나게 받아 쳐먹은 놈들이다. 니카라과에서 산디니스타가 집권하고 있을 때, 차모로(미국편)가 이기지 못하면 우리는 경제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하고, 결국 민족주의 정부는 쓰러진다. 사탄이 존재한다면, 바로 미국 정부가 하는 짓거리가 사탄의 짓이다.

닉슨의 워터게이트를 해설한 부분은 참으로 씁쓸하다. 질문하는 미국인들도 모르는 사실을 계속 이야기하는 촘스키를 미국은 얼마나 미워할까? 닉슨은 <미국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눈밖에 나서 그런 쇼를 겪은 것 뿐이라는 이야기를 듣거나, 레이건이 8년간 프롬프터를 읽기만 했다는 이야기를 읽을 때면, 세상은 참으로 허황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촘스키라는 이름, MIT의 교수라는 직함을 가지고 강연을 하는 것 아니냐는 반박에, 자기가 언어학 교수여서 발언하는 것은 아님을 명확히 한다. 혁명은 '전위부대'에 의해 수행된다는 레닌이즘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나는 무식해. 그러니까 나는 빠지고 똑똑한 친구더러 알아서 해달라고 해야지.'하게 만드는 것이 소위 <직위>를 붙인 박사들의 분석인 것이다. 거기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그는 강조한다.

누군가가 지도자가 되겠다고 하면, '나, 저 친구 말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하고 말해야 한단다.

결국 운동은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는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해나가는 것.
그것이 사회적 변화를 발생시킨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다.
똑똑한 한 사람이 아니라, 꼿꼿한 한 사람들이 여럿 모여서 세상을 조금씩이라도 발전시키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해도,
바닷물에 소금 타기라고 해도,
자기 몸을 닦고, 세상을 평화롭게 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대학 大學>을 배운 큰 배움을 닦은 사람이 할 일일 것이다.
그의 낙관론을 듣자니, 그람시의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하라>하는 말이 울리는 듯하다.

그람시가 살았다던 밀라노 거리의 건조한 공기를 마시면서도 그는 헤게모니가 어떻게 생기는지를 생각했다는데, 전쟁의 화약 냄새 가득한 21세기의 지구별에는 단 하나의 헤게모니 국가가 행패를 부리고 있어 낙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오늘 다시 이라크에 파병을 하겠다는 미국의 발언을 들으면서, 이익이 있는 곳에는 끝없는 집착을 보이는 사탄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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