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일기장

내 생일이었다..소중한 깨달음의 선물...

거울닦는 달팽이 2009. 8. 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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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 생일이다.

나는 내 생일이 한여름이라는 사실이 참 싫다.

더군다나 여름방학 중이어서 친구들이 기억하기도 창 어려웠고,

봄도. 가을도. 겨울도 아닌 "여름에 태어난 아름다운 당신은~~ "

이라고 노래하기도 별로 어울리지 않고, 멋도 나지 않는다.ㅠ.ㅠ

 

더군다나, 태어나는 순간부터 더위를 먹은 건지,

기온이 올라가는 날이면 기운이 다 빠져 헤롱거리며, 머리가 아프기도 하다..

 

그런 이몸이 사철 태양의 계절인 이곳에 살게 된 운명이라니~

신이시여..아흐흑~ ㅠ.ㅠ

 

요며칠 계속 우울 모드여서인지, 내 생일이여도 사실 즐거울 게 없다고 생각했다.

정말 생각대로 된다더니, 뭐....쩝...

 

남편은 아무런 낌새없이 일찍 출근하셨고,ㅠ.ㅠ

지나만이 아침 식탁에서 엄마, Happy Birthday~라 인사해주었는데,

유진이는 전혀 몰랐는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지나를 원망스럽게 쳐다본다.

'됐다, 됐어~~ 야들아....괜찮어~~~ㅠ.ㅠ

 

어릴 때는 카드도 만들고, 신발 박스에 선물 넣어서 숨겨두는 지극 정성까지 보이더니

이제 뭐..엄마는 선물 같은 것 바라지도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 거니?? 응? 응? 응? (속으로만)

 

(하긴 여기 미 서부 지역은 대중 교통이 발달하지 않아서 아이들이 부모 도움없이 외출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해야 할 거다. 방학이라 자신의 힘으로 엄마 선물 사러 나갈  수도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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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누구에게 바래?

내가 나를 위한 하루를 만들 수 밖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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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야!!

아이들에게 엄마 생일이니, 선물로 청소 해 달라고 했다.

유진이는 리빙룸을 , 지나는 키친을 청소했다... ㅋㅋ

정말 유리알처럼 완벽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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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쬐께는 슬푸다...ㅠ.ㅠ

얘들아, 아무리 엄마라도 인간인 이상, 생일이라면 쫌 챙겨주길 바란단다.

(속으로만...아..이 글을 쓰면서 든 생각이다..차라리 속으로말고 겉으로도 말하자..그래야 알지...그래..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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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방에 올라와서 리차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THE GOD DELUSION>을 들었다.

그동안의 신앙적 회의와 그의 다른 책 <이기적 유전자>를 읽은 까닭인지, 거의 아는 내용이요 공감하는 글...

그가 좀 심하게 인격적 신은 없다는 논조로 글을 썼다는 생각이 든다.

 

나로 말하자면, 유신론자, 무신론자의 중간지점에서 약간 유신론자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신, 우주 법칙, 우주 정신, 에너지..다 좋다..

하지만 10여년의  카톨릭 신앙을 통한 내  개인적인 경험들을 돌아보면,

없다고는 할 수 없는 존재, 그렇다고 있다고 증명할 수도 없는 존재..

하지만 우리에겐 <오직 모를 뿐>의 존재가 있.음.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 같다.

 

암튼 책을 보면서도  PMS로 심통은 스멀스멀 올라오고,

책을 후떡후떡(? 이런 형용사가 있긴 한가) 넘기면서 훑어가는 동안,

'어후~~ 그래, 그래..안다...그동안 사람들을 이용해왔던 천상의 재판관 같은 존재는 없다는 거 안다구..

 하지만, 그래도 신이시여~ 만약 당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나에게 드러내고자 한다면,

내 생일인데 뭐 좋은 선물을 선사해 보시지요..녜?  그럼, 있다..라고 생각해 드리지요.

라는 웃기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ㅋㅋ

그리곤, 그래..오늘 하루 한번 지켜보자..뭐..라는 생각이 얼핏 스쳐 지나갔었다.

 

책이 좀 지켜워지기 시작하자, 인터넷에 접속했다.

풀빵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도대체 풀빵 엄마가 뭐지? 하면서 클릭해 보고서 나는....

으흐흑...

운다..ㅠ.ㅠ

어쩌면 세상은 이리도 슬프냔 말이냐..어쩌면..어쩌면...ㅠ.ㅠ

 

그렇게 눈물을 흘리는 와중에 갑자기 내겐 나의 두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생명이 주어져 있지 않았느냐...

하는 생각이 퍼뜩 드는 것이었다.

당연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귀한 선물..

이것은 내 힘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지 않은가?

 

그녀의 비극에 가슴이 저미듯이 아파와 눈물나면서도

한편으로 내겐 이 세상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생명을 가졌구나...

내가 그것을 잊고 지냈구나..하는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결국 나는 <오직 모를 뿐>의 그 존재가,

내게 생명이라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크나큰 선물을 주었다는 것을

깨닫는 생일이 되었다.

 

그렇다. 현재 이 순간 내가 살아 있기에,

아이들이 청소하는 소리, 샌드백 치는 소리, 컴하는 뒷모습도 볼 수도 있고..

전화선 너머 생일 잊어 버려 미안하다는 남편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고,

건강 걱정없이 가족들과 살고 있는 이 모습이 얼마나 큰 축복이요, 감사한가..말이다..

에고...감지덕지 하고 말고지....ㅠ.ㅠ

 

괜시리 미리 자기연민에 빠져들려 했던 내 마음이 그 이후로 바뀌기 시작했다.

 

남편은 저녁 준비할 필요없게 셑팅된 저녁 거리를 사왔고, 설겾이도 다 해 주었다.

남편이 설겾이 하는 동안 난 식탁에 앉아, 오늘 읽은 풀빵 엄마의 얘기를 하면서

살아있음이 감사하다며 또 눈물 흘리고...

그런 나를 남편은 신기해한다..(울 남편은 감성적인면으로 보자면 거의 로봇꽈에 속한다...)

 

사실 이 나이에 생일 안 알아준다고 그리 슬퍼할 것도 없었는데...

난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 되기로 했잖은가 말이다!!!

(다, 홀몬탓인기여~~~)

 

난 내 생일을 위해서 언제부턴가 나 스스로에게 선물하면서 지냈다.

(울 남편은 선물 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그래도 시키는 일은 잘 한다..ㅋㅋ...)

 

어떤 해엔 봉사기관에 내 선물 액수만큼 도네이션을 하기도 하고,

남편을 끌고가서 찜해 놓은 핸드백을 사게도 만든 적도 있고,

궁할때엔 립스틱이라도  하나 사기도 하고.

특히, 내 생일과 같은 달에 생일인 쿠메쉬와 결연을 맺은 것은 정말 가장 소중한 선물이기도 했다.

사실 올해는 10여년 변함없는 내 머리 스탈을 펌으로 바꾸고 싶었는데 못했다..ㅠ.ㅠ

(이유는 뽀글 아줌마가 될까봐 두렵기도 했고, 실은 궁하기도 해서..ㅠ.ㅠ )

 

그리고 사실, 한국으로 책 몇권을 주문 한 것으로, 올 해 내 생일 선물을 준비해 두었었다..

용의주도 미세스 윤이라고 할까..ㅋㅋㅋ

 

지금 이시간 돌아보면 ,

오늘은 이 지상에서의 내 삶의 기회를 가졌다는 사실을..

내 가족을 만날 수 있게 이 땅 위에서의 생명을 창조주로부터 받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 날이었으니 이것처럼 좋고 소중한 선물이 어디있으리~~

 

풀빵 엄마님...

아이들은 너무 걱정마세요...

사연을 접한 여기 모든 사람들의 염려와 기도가 두 아이들을 잘 자라게 해 줄거예요..ㅠ.ㅠ

 

그녀의 명복과 그녀 아이들의 앞날을 위해 화살기도를 바친다..ㅠ.ㅠ

 

 

 

*그나저나 이렇게 잊혀지고 선물 하나 제대로 못 받은 생일을 챙피하게 블로그에 올리다니...^^;

나, 이렇게 대접받고 행복하게 살아요~!~ 라는 모습이 아닐지언정,

우울한  상황이라도 내 스스로 의미를 발견하며 감사함을 찾을 수 있었다는 것,

있는 그대로도 마음만 바꾸면, 행복할수 있다는 것을 나누고 싶어서 포스팅했어요..

그래도 천사같은 내 동생이 한국에서 전화도 해 주고,

선물 대신 제 통장에 입금까지 해 두었더라구요..^^

이건 자랑 맞아요~~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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