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일기장

17만의 경험...즐겁게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거울닦는 달팽이 2009. 9. 26.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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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내키지 않았다.

토요일 오전 시간이라니...ㅠ.ㅠ

그시간은 달팽이가 일주일 중에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 아닌가..??

우짜다가 블로그에 올리는 글쓰기 비스무레한 글은 대부분 토요일 오전에 쓰지 않았나....할 정도로,

내가 즐기는 시간...

그 달콤한 토요일 오전 시간을 성당의 한글 학교 봉사에 쓰기로, 마침내 결심했다..으허헝..ㅠ.ㅠ

 

외면했다..내내...

"마음이 원하는 일을 하라"는 말은, 마음이 원치 않는 일은 하지 말라는 거잖아..라면서,

나 말고 할 사람 많을텐데..라면서 내내 회피했다.

그런데 안하기로 결심을 해도 마음은 여전히 불편했고..ㅠ.ㅠ

 

그도 그럴것이 내가 성당의 한글학교 선생님으로 봉사할까..라고 우리 아이들에게 물으니,

아이들 둘 다, NO~ 남편도 NO~

 

이유를 물으니, 자신들에게 성당의 한글 학교 선생님처럼 권위적이고 고리타분한 사람은 없었댄다..

다른 아이들도 한글 학교 선생님을 다들 싫어 한단다..

그러니, 엄마가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싫댄다..

남편의 생각도 아이들과 비슷하여, 내가 그 분들이랑 어울리려면 마음 불편할 일이 생길 수도 있고, 수업 시간 말고도 다른 일들에 시간을 삣기기도 할 거라고 말한다.

 

사실, 유진이는 성당의 한글학교에서 오랫동안 우리나라의 초등학교 교사를 하셨다는 분에게 배우는 동안,

완전히 가슴에 멍이 들다시피 했다..

그 분 생각을 하면 지금도 화가 치밀어 오른댄다..남편조차...뭔 일?? 으~

(난 실상은 잘 모른다..내가 바깥에서 다른 일을 하던 때여서..남편 말에는 정말 우리가 싫어하는 모습으로 나이든. 자신만의 세계에서 자신이 최고이며, 아이들의 마음을 전혀 생각할 줄 모르는..암튼..그런 분...-.-;;)

지나는 그 분의 악명에 질려, 한글 학교를 그만 둔 상태였고...ㅠ.ㅠ

(아, 만약 그 분이 이 블로그를 읽는다면 정말 기절하실거다..그 분은 자신이 너무 훌륭하고 유능하다는 착각에 빠져계신 분이라니....에고~)

 

암튼, 그 이후 우리 아이들은 성당의  한글학교는 접었고..ㅠ.ㅠ

집에서는 꼬옥 한국말 하는 것,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것으로 한글 교육을 대체하고 있었다.

유진이는 현재 한국어로 소통하는데 문제가 거의 없다..

지나는 약간 더 해야한다..확실히...

 

밧뜨!!!

표면의 마음 말고, 마음 깊은 곳에서 이끄는 <내면의 소리>라는 것이 있다는 걸.

 이번일을 계기로 제대로 깨달았다고나 할까...

 

사실 난 이제 마음을 닦는 달팽이로 지내기로 했으니, 남들보다는 시간의 여유가 있는 상황이고,

그렇다면  내 <시간>이라도 세상과 좀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작한 성당의 주보를 카피하던 봉사가 점점 내 마음에 의미있는 봉사가 아니다 싶어졌었고,

마음 속으로는 그만둘까 계속 갈등하고 있었다..

좀 더 의미있는 봉사를 하고 싶다고...차라리 홈리스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일을 어디선가 한다던데..

그일을 찾아 볼까..라고도 생각했고, 한국인들을 위한 자원 봉사 단체가 있다던데 거기 가서 알아볼까..

생각해 보기도 했었다..

 

근데, 9월 들어 새학년이 되자, 성당의 한글 학교 자원 봉사해 줄 교사가 필요하다고 내내 광고를 하는거다.

한때 울 나라에서 교직에 잠시 있었던 경험이 있었던 나...정말 나보고 하는 말 같았다.

난, 국어 선생님도, 초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친 것도 아닌데, 왜 나보고 말하는 것 같은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한국어로 책보고, 글쓰는 것을 좋아하니까, 내가 적임자 맞네..라고 다그치는 것 같았고..

한편으론 눈치보지 않고, 내 맘대로 하고 살꺼야!! 라던 맹세랑 상반되는 거잖아..라면서 내내 외면했다.

 

암튼, 이런 이유들로 내내 회피+외면을 했건만, 마음은 계속 불편했고, -.-;

2주전 어느 날 아침...

왜 이렇게 맘이 불편한거지? 정말 이 일이 내게 적절한 봉사라고 우주가. 신이 말해주고 싶은 건가??

그렇다면 차라리 오늘 안에 무슨 계시를 주든지요..라고 내 마음에 부탁해 보았다..

뭔 일이 일어나긴 했을까???

 

으~

그 날 저녁에 울 성당에 다니는 아는 분에게서 전화가 온 것이다.

"지나 엄마, 성당에 한글 학교 선생님 필요하다잖아요..지나 엄마, 잘 할 것 같아요..해봐요.녜? "라구 한다..

으~ 나, 정말 신의 딸 아닐까? 응답이 정말로 하루 안에 온 것인기야??....ㅠ.ㅠ

 

그 전화를 받으니, 이것이 정녕 신의 응답인가 싶은 것이~~~

더 더욱 마음은 불편해졌고..

 

하지만 적어도 꼬박 일년은 토요일 오전을 어디에 얽매여야 하는 일인데..ㅠ.ㅠ

더군다나 가족 회의(?)에서 다들 반대표를 받은 일이잖아....라고 또 핑계거리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또 일주일이 흐르고,...

이번 주에 성당에 가려니, 마음이 울렁거렸다.

만약에 아직도 한글 선생님 못 구했다고 광고 하면, 나보고 하라는 걸로 알아 들어야 하는 건 아닐까...라는...

설마 한달여 지났는데..이제 구했겠지..하면서 미사에 참석했건만,

미사후 광고 시간에 또, 또, 또 !!!! 으윽~

 

집에 돌아와서는 그냥 엎어졌다..ㅠ.ㅠ

그리고 죽은 듯이 자고 일어났고, 곰곰 생각해 본다.

안하면서 내 맘이 불편한 정도보다 ,하면서 겪을 불편함이 훨씬 적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게 우주의 응답인지, 신의 응답인지..그냥 할 뿐!! 을 실천하라는 것이 아닌가 싶은것이...

 

그리고 가족들에게 "나, 한글 학교 선생님 할거야!!!!" 선언!!!

그렇게 된 거다..

 

결국 이번 주 수요일에 한글학교 교장선생님을 찾아 뵈었고, 1학년과 4학년 선생님이 필요하다는데,

1학년이 가르치기 더 어려울 것 같아서 4학년을 맡겠다고 하고 왔다.

집에 와서 말하니, 유진이 녀석, 4학년 아이들이 더 위험(?)하댄다.

차라리 1학년 아이들이면 귀엽고 엄마말도 잘 들을텐데..라구...

그래도 워쪄? 일단 선택을 했으면, 그 선택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나의 모토!!!이다.

 

그리고 드뎌!!

내일 토요일이다.

한글 선생님으로서의 첫 수업이다.

17년 만에 교사 자리에 다시 서게 된다.

 

 

교과서와 교사용 지도서를 훑어 본다.

아..쉽게 느꼈던 우리말도 가르치려고 하니, 공부해야 할 것이 눈에 이것 저것 들어온다..

미국 사람들 다 영어로 말할 줄 안다고 아무나 영어 선생님 못하는 것처럼,

한국어 한다고 아무나 국어 선생님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은가...

내가 과연 잘 할 수는 있을까???

 

차근차근 교사용 지도서를 들여다 보고 준비를 해 놓는다.

.

.

.

 

지금 컴 앞에 앉은 이유는 내가 이 일을 어떤 태도로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이다.

  

암튼 지금 현재의 가장 큰 걱정은 초등학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감이 전혀 안 잡힌다.

우짜겠어..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이 최곤거야..라고 생각한다.

 

또 한국어를 잘 가르칠지도 무척 걱정이 된다.

정말 정말로 무슨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엄청난 마음의 에너지가 필요한 일임에 분명하다..ㅠ.ㅠ

 

 

일단 첫번째는, 나부터도 안 내킨 시간이 아니었지 않은가..그 시간을 나나 아이들이나 지겨워 비틀어지는 시간이 아니라, 즐거운 시간이 되는 게 첫번째 목표이다.

 

두번째는, 일주일 두시간으로 뭘 그리 배울까...여기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한글을 배워야 하는 이유 즉, Korean-American이라는 정체성을 확실히 심어주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한국인이면서 또 미국인이라는 특별한 상황, 그것은 어쩌면 더욱 풍성한 인생을 살게 해 줄 수 있다고,.,,,

박재범인가 하는 청년처럼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이 또한 한국인이라는 것에 대한 자존감이 전혀 없는 아이들을 만들지 않는데,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세번째는, 무언가를 배우는 태도에 대해서 열린 마음을 갖게 해 주고 싶다.

모르는 것이 있다는 것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열린 태도를 평생 지닐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소크라테스가 인류의 스승인 된 이유가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이중언어로 수업을 해야 이해가 더욱 쉬울 것  같으므로, 나도 영어 공부를 좀 더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한국어가 불편한 아이들처럼, 나 자신은 영어라는 Second Language를 공부하는 어려움과 불편을 처절하게(?) 경험해 보았으니^^;, 두 언어의 차이점을 잘 이해하고, 감정적으로는 서로를 공감하며 이 시간으로 인하여  나도 공부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네번째는, 가능할런지 모르지만, 그렇게 지겹고 고리타분한 한글 선생님이라는 고정관념을 조금이라도 깨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아~~~

욕심이 많구나...

그래, 욕심도 문제지...

하지만, 이걸 욕심이라고 부르지 말고, 꿈이라도 부르자..

그래서, 꿈은 이루어진다~★ 라고 나자신의 마음에, 내 뇌에 프로그래밍 하는거야!!!

 

그냥 할 뿐이다..오직 할 뿐이다..

어떤 일을 하든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즐기는 것이다...

 

약간 두근거리고, 걱정도 된다.-.-;

이런 저런 부정적인 생각들이 자꾸 올라온다..

으~ 잡념 끝!!!!

 

선택했으니, 마음도 정리를 했으니,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신이 나를 이 길로 이끌었다면, 모든 것들을 최선의 방향으로  저절로 이끌어 주실거라고 믿는다.

 

그러니까, 염려 뚝!!!

 

새로운 세계로의 모험을 떠나는 설레임이라고 생각할란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떤 아이들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

 

즐기면서, 최선을 다하는 내 모습을 그려본다.

 

달팽이, 잘 할 수 있어..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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