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일기장

식사법 [김경미]

거울닦는 달팽이 2009. 1. 1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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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사법

                   

                               김 경미


콩나물처럼 끝까지 익힌 마음일 것

쌀알 빛 고요 한 톨도 흘리지 말 것

인내 속 아무 설탕의 경지 없어도 묵묵히 다 먹을 것

고통, 식빵처럼 가장자리 떼어버리지 말 것

성실의 딱 한가지 반찬만일 것


새삼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닌지

제명에나 못 죽는 건 아닌지

두려움과 후회들의 돌들이 우두둑 깨물리곤 해도

그깟것 마져 다 낭비해버리고픈 멸치똥 같은 날들이어도

야채처럼 유순한 눈빛을 보다 많이 섭취할 것

생의 규칙적인 좌절에도 생선처럼 미끈하게 빠져나와

한 벌의 수저처럼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할 것


한 모금 식후 물처럼 또 한 번의 삶,을
잘 넘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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