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날다 ~

LA Phil 구스타보 두다멜의 베토벤 심포니 9번 연주회 다녀오다~

거울닦는 달팽이 2022. 6. 29. 14:37

2022년의 5월은 크리스마스 시즌이 아닌데도, 가족이 집에 다 모일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유진이의 박사학위 수여식이 1년 미뤄졌었고,

벌써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었던 유진이는

늦어진 학위 수여식을 위해  5월에 집으로 잠시 왔고,

시애틀에 살고 있는 지나도 오빠의 졸업식에 참석한 후,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면서 2주 더 함께 지낸 후, 돌아갔다.

아이들 책상에 올려두었던 꽃과 웰컴 멧세지~ ^^
이제는 성인이 된 아이들이 내겐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손님들이다~

 

아이들이 각자 자신의 삶의 공간으로 떠나버린 후...

철 지난 바닷가처럼 쓸쓸해진 집 안 공기에...

허전함인지 무기력함인지 평온함인지 모를 나날들을 보내던 중...

 

어젯밤 18세 임윤찬군의 피아노 연주를 듣다가 심장이 떨리는 느낌을 받으며,

오늘 오랫만에 블로그에 뭔가 끄적거릴 에너지를 얻은 지라,

오늘에야 이 포스트를 완성하려고 들어왔다. ㅠ.ㅠ 

 

나는 그동안 천진하고 개성 넘치는 천재급 젊은 지휘자였던 구스타보 두다멜의 인기는

익히 알고 있었는데,

그가 LA Phil과 이번 2022년도까지 계약기간이라는 기사를 본 이후에는

올해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그의 지휘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지.(재임 가능할 듯..)

그리고, 5월의 공연 스케쥴에 베토벤 교향곡 9번 연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결혼기념일 선물 겸, 집에 와 있는 지나의 생일 선물이라면서,

몇 자리 남지 않은 좌석 중에서 다행히  3장을 구입하게 되었다.

이건 사실 내 살림엔 큰 지출이어서리,

나름 이렇게 의미를 부여한 후에야

마음 가볍게 저지를 수 있었다. ^^;;

 

 

역시나, 그의 지휘는 여전히 너무 너무 너무 ~~~

박진감 넘치고,열정이 가득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심오한  감정도 고스란히 느껴지는 멋진 모습이었다.

두다멜의 존재를  몰랐다는 남편은 그의 지휘 모습에 너무 매료된 듯했었고,

지나는 엄마 덕에 엘레강스한 시간을 보내었다고 고마워했다.

나는 70여분 되는 이 긴 교향곡을 듣는 시간이 30분도 안 되는듯이 느껴졌고,

내내 한 순간도 놓치지 않을 정도로 집중했었지.

 

무엇보다 뒤늦은 예매여서 오케스트라 뷰 자리를 끊었던 것이 도리어 신의 한 수였다.

나 자신이 연주자의 일원이 된 듯, 두다멜의 앞모습과 표정을 그대로 바라보는 좌석이 

디즈니콘서트 홀에는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이 연주회가 더 좋았던 것은

LA 의 랜드마크가 된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내부를 직접 들어가 본다는 것이었다.

(검색해 보니, 현대 3대 건축물, 시드니 콘서트 홀, 빌바오 구겐하임 뮤지엄과 함께 현대 3대 건축물에 속하는

유명한 건물로 현대 건축의 대가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건물이라고.

무려 16년에 걸쳐 지어진 건물로 로스앤젤레스 뮤직 센터의 총 4개 건물 중 마지막 건물이라고 한다.)

 

 

1분여 짧은 영상:  LA Phil의 보금자리이기도 한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을 그대로 느낄 수 있네요. ^^

 

 

 

조금 일찍 도착한 우리는 콘서트홀의 옥상 정원(Blue Ribbon Garden)을 둘러 보고, 모던한 이 건물의 외향을 좀더 가까이서 느낄 수 있었다. 엄마 덕에 엘레강스한 시간을 보내었다고 고마워한 지나의 모습~

 

 

엄마보다 훌쩍 커버린 우리 베이비, 사랑스런 우리 강아지랑 한 장~ ^^

 

 

울 아저씨는 영원한 철부지... 동영상 찍고 있는 줄 알면서 저런 포즈를 취한다.우리의 대화는 너무 웃겼기에 차라리 유쾌한 음악으로 덮어버렸다. ㅋㅋ바로 옆 하얀 건물은 LA의 또 다른 명소중의 하나인 현대미술관 더 브로드 (The Broad)이다. ^^

 

콘서트홀의 옥상 정원의 데이지꽃을 찍고 있는 지나, 그 지나를 찍고 있던 나..ㅋ

 

우리 가족의 추억을 담아주세요~ 남는 게 사진이고, 사진이 있어야 추억을 되새길 수 있더라는....^^

 

뒤늦은 예매였지만, 오케스트라뷰 자리는 지휘자의 얼굴과 표정을 볼 수 있는 최적의 자리였다는...

 

아..성인이 된 딸과 훌륭한 클래식 연주회를 함께 즐길 수 있었다는 건 너무 좋은 추억이었다.^^

 

마스크를 쓰니 남편은 동안이 되는구나.. ㅋ 이젠 난 사진 찍은 후, 나이든 내 모습을 보는 게 너무 두렵다.ㅋㅎㅎㅎ그래도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라는 생각에, 공연을 기다리면서 추억을 저장해두었다.

 

조금 일찍 왔기에 객석에 사람들이 채워질 동안 콘서트홀의 내부를 맘껏 찍을 수 있었지..

 

어느듯 자리가 다 채워져 가고 있다. 아직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은 등장하지 않은 상태..사진을 찍은 시선을 보면 알겠지만, 오케스트라뷰 좌석이어서 우리는 지휘자를 전면으로 볼 수 있었고, 객석의 모습 전체를 볼 수 있었다. 나름 참 좋았었다. ^^

 

이날의 레퍼토리는 베토벤 교향곡 9번!!!

나는 하루 전날 집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을 미리 한번 듣고  갔고,

음악 설명에는 죽기 전에  들어야할 곡이라는 표현처럼,

만약에 클래식 음악 딱 한 곡만 듣고 클래식 음악을 이해할 수 있기에 가장 훌륭한 곡을 대라면,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추천할 거라고 지나에게 말했다.

 

더군다나 베토벤은  완전히 귀가 들리지 않은 상태에서 이 대작을 완성했다는 것이

이 날의 연주를 듣고서도 거의 눈물이 나올 정도 지경이었고,

마지막 4악장에  인간의 목소리인 성악 합창을 교향곡에 넣어 감동을 극대화한 것은

이 교향곡이 고전음악의 절정이 되게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연주를 마친 후에, 모든 관객은 오래도록 기립 박수를 했고,

나도 손바닥이 뜨거워질 정도로 환호하며 박수를 쳐서 감동을 전했다.

 

늦은 밤, 집에 오는 차 안에서 남편과 딸과 이 연주회에 대해서

또 악기 연주에 대해서, 음악과 예술이 주는 기쁨과 위로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 나누며 행복한 추억 하나 더 만든 것 같아 뿌듯했었다.

 

 

 

베토벤 교향곡 9번을 너무나 잘 해설해주고 있어요.  음질도 좋구요..
에너지 차오르는 느낌 갖고 싶을 땐, 더욱 꼬옥 들어보세요~

환희의 송가 부분의 가사도 번역되어 있어,

꼭 추천하고 싶은 동영상이에요.^^

 

바로 유튜브에서 들으시려면, https://www.youtube.com/watch?v=CWJMwVSoH4E&t=3083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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